
전국이 단풍으로 불타오르는 10월,화려한 색채와 함께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진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만약 화려함보다 깊이, 소란함보다 평온함을 원한다면,그 해답은 의외로 고즈넉한 산사의 품 안에 있습니다.
바로 비구니 스님들의 천년 수행처, 청도 운문사(雲門寺)입니다. 이곳은 단풍의 계절에도 고요함이 지켜지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찰입니다.
신라의 숨결이 깃든 천년 고찰

📍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264
560년, 신라 진흥왕 21년에 한 신승이 창건한 운문사는원광국사가 세속오계를 전하고,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구상한 성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의 말사로, 수백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는 국내 최대의 비구니 선원으로도 유명합니다.
가을의 운문사는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어 붉고 노란 단풍이 더욱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피어납니다.

운문사의 상징은 단풍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처진소나무’입니다. 만세루 앞에 서 있는 이 노송은 천연기념물 제180호,무려 5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사찰의 산증인입니다.
일반 소나무처럼 하늘로 곧게 뻗지 않고, 가지가 땅을 향해 부드럽게 늘어진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높이 6m, 둘레 3.5m에 달하는 거대한 소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숲을 이루며 압도적인 생명력을 뿜어냅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이 처진소나무의 짙은 녹음과 주변의 단풍이 대비를 이루며 한 폭의 수묵담채화 같은 풍경을 완성합니다.
실속 있는 여행 정보

청도 운문사는 문화재청 국가유산 관람료 지원사업으로 2023년부터 입장료가 전면 무료로 전환되었습니다.
다만, 사찰 입구의 주차장은 승용차 기준 2,000원의 별도 요금이 있습니다. 관람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어 언제 찾아도 좋습니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등, 동·서 삼층석탑, 대웅보전, 비로전 등 고풍스러운 전각이자연 지형을 따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단풍을 즐기며 천천히 걷다 보면,사찰의 건축미와 자연이 어우러진 천년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여행한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