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공장 설립이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에 놀라운 성장을 가져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이후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들의 수출이 지역에 따라 최대 25배까지 증가했다. 이는 "완성차 업체가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국내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일각의 우려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 유럽 시장, 부품 수출 25배 폭증
지난해 한국 자동차 부품의 유럽 수출액은 47억7200만 달러(약 6조858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첫 유럽 생산거점인 튀르키예 공장을 가동하기 전인 1996년(1억9300만 달러) 대비 24.7배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그룹이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슬로바키아(2006년·기아), 체코(2008년·현대차)에 연이어 공장을 설립하며 주요 부품을 국내 부품사에서 조달한 결과다. 특히 체코 공장의 경우, 현대모비스가 약 1400억원을 투자해 체코 오스트라바 인근에 램프 공장을 완공하고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 미국·인도 시장도 급성장
미국과 인도 시장에서도 유사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4년 11억7500만 달러였던 부품 수출액이 2024년에는 82억2000만 달러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도 시장에서는 1998년 4100만 달러에서 2024년 9억2100만 달러로 23배 늘어났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준공 이후 한국 부품업체의 미국 진출도 크게 확대됐으며, 현재 25개 중견 부품사가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며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 동반성장의 성공 사례
현대차그룹을 따라 해외로 진출한 부품업체는 2000년 41개에서 2023년 690개로 16배 증가했다. 범퍼 등을 생산하는 성우하이텍은 현대차그룹과 해외에 동반 진출하면서 1997년 77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5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협력사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은 중국(433곳), 인도(83개), 미국(40개), 유럽(48개) 순이다.
▶▶ 품질 관리가 최우선
현대차그룹이 국내 부품사와의 동반 진출을 추진한 첫 번째 이유는 '안정적이고 검증된 부품 확보'였다. 자동차 한 대에는 3만 개 가까운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검증된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품질과 납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가 입주할 부지를 대신 확보해 주고, 초기 정착 비용 등을 지원하며 동반 진출을 도왔다.
▶▶ 국내 생산과 고용도 증가
해외 공장 설립이 국내 생산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현대차그룹의 해외 진출은 오히려 국내 생산과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 생산량은 340만6075대로 2004년(269만3469대)보다 70만대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직원 수는 8만5470명에서 11만884명으로 확대됐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 가동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액은 2004년 13조원에서 지난해 40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수출은 37% 늘고 국내 고용은 30% 증가했다.
▶▶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발판
현대차그룹과 손발을 맞추며 성장한 국내 부품업체들은 이제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납품처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톱3'에 오른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품질 보증 역할을 해주면서 국내 부품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도 함께 강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의 '차 부품 25% 관세' 부과에 대응해서도 현지 기업으로 부품 조달처를 대체하기보다 국내 부품사의 동반 진출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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