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매거진-MATCH〉아메리칸 럭셔리를 즐기는 두 가지 방법,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 CT5-V 블랙윙

캐딜락 CT5-V 블랙윙(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PROLOGUE

과거 머슬카가 유행했던 시절부터 미국 제조사들과 역사를 함께해온 이 8기통 엔진의 감성은 다운사이징 엔진과 전기모터가 주를 이루기 시작하는 현 자동차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어느덧 시장은 '친환경'을 외치며 전동화 시대에 접어들어 진동과 사운드를 억제한 파워트레인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한때 엔진이 주는 소리와 진동에 열광했던 마니아들도 정숙한 모터 소리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조합된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대중의 선택을 받고 있는 현 시장에서 정통 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은 시장에 순응하기보다 미국차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해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 고전적인 형태의 OHV 방식의 대배기량 엔진을 고집한 두 대의 매력 넘치는 결과물 에스컬레이드와 CT5-V 블랙윙이 세상에 탄생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굵직한 선과 웅장한 크기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캐딜락의 기함급 SUV인 에스컬레이드는 2020년 풀체인지를 통해 5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이전에도 독보적인 크기를 자랑했지만, 완전변경을 통해 크기를 더 키우고 내외관을 현대적으로 개선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외관 전면부는 캐딜락 엠블럼을 품은 거대한 육각 캐스케이딩 그릴을 기반으로 세로로 길게 이어진 기존의 버티컬 헤드램프 대신 가로 형태로 다듬은 LED 램프를 적용했다. 그 아래에는 방향지시등 역할을 겸하는 수직형 주간주행등이 배치돼 버티컬 헤드램프의 빈자리를 부족함 없이 메꿔준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측면부는 5.4M에 육박하는 거대한 크기와 미국차 특유의 각진 형태를 통해 단단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선사한다. 차가 너무 거대하고 파팅 라인이 멀어 옆모습이 허전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헤드램프 끝선부터 후면까지 이어지는 캐릭터라인과 일직선으로 뻗은 루프 라인을 통해 필자의 우려를 단숨에 종식시켰다. 오히려 무심한 듯 직선적으로 디자인한 패널이 차를 더 믿음직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휠 사이즈는 무려 22인치에 달하는데, 차체가 워낙 커서인지 그 크기가 잘 체감되지 않는다. 이에 더해 높은 지상고를 가진 차량 특성에 맞춰 도어 개폐 시 자동으로 전개되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적용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후면부는 D필러 끝까지 뻗은 버티컬 테일램프를 그대로 적용해 캐딜락의 헤리티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클리어 타입의 램프에는 스모크드 글라스가 적용돼 이전 세대의 램프와 형태가 비슷함에도 한층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미국의 초대형 SUV답게 트렁크 도어와 글래스를 따로 열고 닫을 수 있으며, 글래스 도어를 편하게 개폐할 수 있도록 와이퍼는 리어 스포일러 아래에 배치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난 실내 디자인

실내도 에스컬레이드의 디자인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에스컬레이드의 실내는 장엄한 규모를 뜻하는 스페인어 '스케일'에서 이름을 가져온 에스칼라 콘셉트 모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100% 가까이 반영해 미래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과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장식과 마감재를 많이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에스컬레이드는 화사한 고급 가죽 디자인과 총 38인치에 달하는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차분하고 미래적인 럭셔리 카의 실내를 구현했다.

LG 전자에서 에스컬레이드 전용으로 만든 이 3분할 디스플레이는 14.2인치 계기판과 16.9인치 내비게이션 화면, 그리고 7.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돼 캐딜락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한층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운전석 좌측에 배치된 7.2인치 패널은 총 주행거리와 구간 주행거리 등 트립 미터를 표시한다. 중앙의 디스플레이는 주행 관련 정보와 속도, RPM 게이지를 송출하며, 우측에 마련된 화면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는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원한다.

오른쪽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기능 중 하나인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전방 카메라에서 촬영한 영상이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송출되며 최적 주행 경로를 가상의 화살표로 안내를 도와준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3개의 디스플레이 모두 OLED 방식을 사용해 다양한 정보를 선명한 화질로 확인할 수 있으며, UI도 직관적이어서 기능 사용이 어렵지 않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미러링 기능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오디오는 36개 스피커를 통해 실내에 생생한 사운드를 출력하는 AKG 스튜디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실내는 확실히 광활하다. 성인 7명이 탑승해도 부족함 없는 공간을 제공하며 시트를 모두 세워도 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적재 공간을 자랑한다. 높은 지상고를 지녔지만 전동 사이드 스텝이 적용됐기 때문에 탑승과 하차도 편리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운전석과 조수석의 가죽 시트는 열선 및 통풍 기능은 물론 마사지와 메모리 시트 기능도 함께 갖췄다. 2열 시트도 1열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운 소재와 함께 넓은 공간감을 제공한다. 착좌감도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에 앉은 듯 편안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2열 시트 정면에 마련된 디스플레이는 USB나 HDMI 포트를 연결해 영화나 동영상, 음악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1열의 내비게이션 화면 공유를 지원해 차량이 어느 구간을 통과하는 지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3열은 어른이 앉기에 불편한 다른 경쟁 차량들과 달리 170cm 키의 성인이 탑승해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승차감도 고른 노면에서는 앞좌석만큼 편안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다만 끝단에 마련된 좌석 위치 특성상 불규칙한 노면이나 요철과 같은 장애물을 통과할 때는 1열과 2열보다 더 많은 충격이 전달된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대배기량 엔진을 품은 고성능 세단, 캐딜락 CT5-V 블랙윙

에스컬레이드와 달리 캐딜락 CT5-V 블랙윙은 자사의 중형 세단 모델인 CT5를 기반으로 스포츠성을 극대화했다. 대부분의 고성능 세단이 다 비슷하지만 캐딜락 CT5-V 블랙윙도 모델명에 걸맞게 전체적인 디자인은 일반 모델과 차이가 크지 않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하지만 캐딜락의 상징인 브라이트 엑센티드 그릴을 기반으로 한 CT5 디자인 자체가 멋스럽기 때문에 생김새 때문에 생기는 불만은 전혀 없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변모한 헤드램프도 고성능 모델에 잘 어울리는 역동적인 인상을 연출한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캐딜락은 이 스포티한 이미지의 세단에 고성능 모델 전용 파츠를 더해 한층 강렬한 존재감을 부여했다. 에어로다이내믹 향상을 위해 전면부에는 새로운 바디킷과 함께 더 크고 과격한 디자인의 에어 인테이크를 적용했으며, 일반 모델에 적용됐던 크롬 몰딩 대신 차체 하단을 비롯한 외관 포인트를 탄소섬유로 마감했다. 블랙윙이라는 모델명에 걸맞게 그릴도 모두 검정색으로 통일했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측면부는 4945mm에 달하는 전장과 1440mm의 전고를 통해 대담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근육질의 휠하우스 아래에 장착된 19인치 블랙 휠과 고성능 타이어, 거대한 크기의 브레이크 캘리퍼는 보는 이로 하여금 도약하기 전의 맹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며, 트렁크 리드 상단에 탑재된 카본 리어 윙과 범퍼하단의 거대한 머플러는 이 차가 폭발적인 출력을 발휘할 것을 암시한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재밌는 점은 이러한 파츠들이 탑재됐음에도 CT5-V 블랙윙의 디자인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CT5가 태생부터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아날로그와 럭셔리가 공존하는 실내 디자인

CT5-V 블랙윙의 실내는 일반 세단인 CT5의 인테리어를 기반으로 스포티한 감성 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에스컬레이드와 달리 아날로그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계기판은 자동차 시장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판 대신 RPM 게이지와 속도 게이지가 바늘로 된 아날로그 계기판을 채용했다. 송풍구 위에 자리 잡은 10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공조 장치를 포함한 각종 버튼들은 캐딜락의 로고를 형상화한 방패 모양으로 배치됐다. 바깥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디자인의 센터 디스플레이는 화면의 크기가 조금 아쉬울 뿐 사용은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외관에 비해 실내는 분위기가 조금 올드하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감성 품질을 높여 약간의 불만을 바로 종식시킨다. 실제로 실내를 살펴보면 대시보드에 카본 파이버와 알칸타라, 메탈 재질을 적극 사용했다. 고급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한 스티어링 휠 12시 방향에는 차를 한층 스포티해 보이도록 하는 레드 스티치 마감이 적용됐으며, 스포크 하단에는 V 전용 버튼을 배치해 블랙윙 모델만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V 모델 전용 계기판 화면과 트랙 주행 데이터 기록 기능을 추가로 지원한다. 여기에 보스 오디오가 탑재되는 일반 모델과 달리, CT5-V 블랙윙에는 에스컬레이드와 마찬가지로 AKG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CT5-V 블랙윙 전용 스포츠 시트가 적용된다. 완전한 버킷 시트로 디자인되지 않았지만, 허리와 엉덩이를 제대로 감싸 드라이빙에 최적화된 시트 포지션을 제공하며 시트의 소재도 고급스러워 앉았을 때 만족감이 꽤나 높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레그룸과 헤드룸도 넉넉해 스포츠 세단임에도 공간이 전혀 답답하지 않다. 다만 2열 공간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1열에 스포츠 시트가 적용된 탓에 레그룸도 더 비좁아졌다. 하지만 성인이 앉기에 큰 불편함이 있는 정도까진 아니며 시트의 재질도 1열만큼 고급스럽기 때문에 이동에는 큰 문제가 없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트렁크는 수동으로 게이트를 조작 해야되는 점이 아쉽지만, 2열 시트를 접어 공간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캐딜락 CT5-V 블랙윙(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6.2 엔진으로 극상의 승차감을 선사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대배기량 8기통 엔진을 탑재했지만 에스컬레이드는 파워풀한 퍼포먼스보단 부드럽고 안락한 주행 감성에 초점을 두고 파워트레인을 세팅했다. 그렇다고 힘이 약하단 것은 아니다. CT5-V 블랙윙보다 퍼포먼스가 폭발적이지 않을 뿐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에 달하는 넉넉한 힘을 자랑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엔진에 시동을 거니 8기통 엔진 특유의 그르렁거리는 엔진음이 운전자의 귀를 간지럽힌다. 미국차 특유의 굵은 저음의 소리가 꽤나 만족스럽다. 기합급 SUV여서인지 엔진에서 오는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전기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제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할 시간이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으니 약 2.8t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가 가볍게 나아간다. 엔진과 조합된 하이드라매틱 10단 자동변속기는 낮은 속도에서부터 촘촘한 변속을 통해 힘이 부족한 구간 없이 고속 구간까지 차량이 부드럽게 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밟는 만큼 기름을 먹는 대배기량 엔진을 얹었음에도 조건에 따라 4개의 실린더만 사용하도록 설계돼 6.5km/ 수준의 양호한 연비를 자랑한다.

에스컬레이드에 탑재된 4세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도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큰 도움을 준다. 이전 세대 모델에도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됐었지만, 당시에는 프레임 바디 특유의 출렁이는 승차감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풀체인지를 거친 5세대 모델은 새롭게 적용된 독립식 리어 서스펜션과 함께 최상의 승차감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노면의 그립감도 만족스럽고 노면에서 오는 진동은 엉덩이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다 차단되어 쾌적한 주행을 맛볼 수 있다. 속도를 올리거나 테일게이트를 열고 화물을 적재할 때 알아서 차체가 조정되는 것도 굉장히 편리하다. 사륜구동 및 차체 높이 조절 버튼을 직접 사용해 눈·빗길을 비롯한 험로도 주행할 수 있다.

경쟁 모델보다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ADAS에 관한 부분도 크게 개선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면 차선을 넘지 않고 앞차와의 간격을 맞춰 교통 상황에 맞게 이동한다.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됐기에 터보렉 등으로 차체가 울컥이는 일도 없다.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6.2 배기량 엔진을 재료로 사용했지만, 이를 퍼포먼스적인 요소에 사용하지 않고 궁극의 편안함을 위해 기술력을 쏟아 부은 느낌이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폭발적이다 못해 폭력적이기까지 한 퍼포먼스, 캐딜락 CT5-V 블랙윙

궁극의 편안함을 목적으로 튜닝된 에스컬레이드의 엔진과 달리 CT5-V 블랙윙의 6.2 8기통 엔진은 극한의 퍼포먼스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출력과 토크, 반응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엔진 튜닝의 방향성은 이전 모델인 CTS-V도 비슷했지만, CT5-V 블랙윙은 한차원 높은 주행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추가적인 개선을 감행했다. 캐딜락은 운전자가 이 차량의 폭발적인 성능을 더욱 극한까지 끌어낼 수 있도록 새로 만든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와 경량 티타늄 흡기 밸브를 적용하고, 여기에 개선된 이튼 슈퍼차저를 더했다.

그 결과 677마력의 최고출력과 함께 91.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괴물 세단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이 차량은 이 강력한 힘을 오롯이 뒷바퀴로만 전달한다.

시동을 거니, 강력한 대배기량 엔진이 잠에서 깨며 야수가 포효하듯 강력한 시동음을 내뿜으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직 출발도 하기 전인데 시작부터 폭발적이다 못해 폭력적인 감각이 시트를 타고 몸으로 전해져 들어온다. 자동차가 아닌 한 마리의 야수를 타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불쾌함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이 차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이 강렬한 엔진음을 몸으로 느끼는 것도 만족스러운 경험이지만, 계속 서있으면 벌금을 물 수도 있으니, 가속 페달을 밟고 도로로 나가보기로 한다. 그러자 8기통 엔진이 포효하며 2t이 채 되지 않는 차체를 가볍게 치고 나아간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과 엉덩이, 그리고 등과 머리에 압력이 느껴지며 차체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스포츠 모드를 놓고 액셀 페달을 깊게 밟긴 했지만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보다 발진한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강력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자동차의 핸들을 잡은 것이 아닌 맹수의 고삐를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노면과 접촉한 타이어가 강한 출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휠 스핀을 만들어낸다. 트랙션 컨트롤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았다면 스핀을 몇 번은 했을 것이란 것을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스포츠 주행을 하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주행을 하면서 이 차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의심이 들만큼 날것의 감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감성이 주는 스릴이 계속 도로를 달리고 싶게 만든다. 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지 이해가 된다. 이 차량의 퍼포먼스. 꽤나 중독성이 강하다.

미국차답지 않게 코너링 감각도 유럽차 못지 않게 날카롭다. 엔진과 조화를 이루는 10단 자동변속기는 빠릿한 변속 체결을 통해 다른 슈퍼카 브랜드 못지않은 양질의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패들시프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마치 운전자의 의지를 알고 있는 듯 알아서 기민하게 반응해 준다.

서스펜션은 에스컬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캐딜락이 자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을 탑재했다. 덕분에 일반 주행 시에는 충격을 잘 흡수해 일반 세단 못지않은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며, 스포츠 주행에서는 탄탄한 세팅을 통해 믿음직스러운 자세 제어 능력을 보여준다. 브레이크도 미국에서는 선택사양으로 제공하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이처럼 폭발적인 능력을 지닌 차량이지만, 드라이브 모들을 투어링으로 놓으면 슈퍼차저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사라지며 얌전한 4기통 세단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에스컬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속도로 도로를 달리면 실린더를 4개만 동작시켜 연료를 절약해 준다.

그 동안 캐딜락이란 브랜드를 점잖고 중후한 이미지로 알고 있어서였을까. CT5-V 블랙윙이 준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 물론, 미국차 특유의 디자인적인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퍼포먼스적인 측면에서는 혹평할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경쟁 모델보다 더 우수하다 판단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가격도 경쟁 모델보다 경제적이다. 물론 1억 4000만 원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성능 가치를 고려하면 이 차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캐딜락 CT5-V 블랙윙(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CONCLUSION

지금까지 6.2 고배기량 엔진이란 재료로 완전히 색다른 맛을 낸 두 대의 미국차를 만나 보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수많은 기함급 럭셔리 SUV들이 포진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도 미국 럭셔리 SUV가 지닌 화려한 외형과 귀족 마차에 앉은 듯한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을 통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6000cc가 넘는 대배기량 8기통 엔진이 주는 묵직한 주행 감성도 다른 경쟁 모델에서는 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에 더해 최근 출시되는 경쟁사들의 기함급 SUV들의 가격이 2억 원대를 훌쩍 넘기다보니, 분명 저렴한 금액이 아닌데 1억 5700만원이란 가격이 착해 보인다.

일반 세단 모델인 CT5와 같은 디자인을 지녔지만, 고성능 모델인 CT5-V 블랙윙은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배기량의 엔진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가속력과 미국차스럽지 않은 날카로운 핸들링으로 운전자에게 날것의 주행 재미를 선사한다. 시장에 판매되는 여타 스포츠카들에 비하면 생김새는 평범한 축에 속하지만 이 차가 가진 퍼포먼스만큼은 역동적이란 표현을 넘어서 가히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이처럼 두 차량은 서로 지향하는 방향도, 차종도, 그리고 가진 매력도 모두 다르다.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했을 뿐 완전히 다른 차량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타보면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을 느낄 수 있다. 둘 중 어떤 모델을 시승하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SPECIFICATION_CADILLAC ESCALADE

길이×너비×높이 5380×2060×1945mm | 휠베이스 3071mm | 공차중량 2785kg

엔진형식 V8, G | 배기량 6162cc

최고출력 426ps | 최대토크 63.6kg・m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AWD

0→시속 100km 7.4초 | 최고속력 231km/h

연비 6.5km/ℓ | 가격 1억 5700만원

SPECIFICATION_NEW CADILLAC CT5-V BLACK WING

길이×너비×높이 4945×1885×1440mm | 휠베이스 2947mm | 공차중량 1965kg

엔진형식 V8 슈퍼차저, 가솔린 | 배기량 6162cc

최고출력 677ps | 최대토크 91.9kg・m

변속기 10단 자동 | 구동방식 RWD

0→시속 100km 3.4초 | 최고속력 322km/h

연비 6.1km/ℓ | 가격 1억 4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