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쓰기 전에 ‘받는’ 일이 있으니

한겨레21 2022. 11. 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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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서평가 혹은 출판평론가로 불리다보니 이 일의 생리를 조금 아는 주변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책을 읽고 쓰는 일, 그 전에 책을 '받는' 일이 있으니, 모쪼록 출판평론가에게 대한민국 출판사들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글·사진 장동석 출판평론가·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책의 일: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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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일]책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이 쌓여 탄생하는 평론가
필자의 책장에 쌓인 많은 책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서평가 혹은 출판평론가로 불리다보니 이 일의 생리를 조금 아는 주변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날마다 읽는 그 많은 책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냐고. 요즘은 필요한 책 대부분을 회사 내 1층 서점에서, 왕왕 동네 작은 서점에서, 이들 서점에 책이 없으면 흔치 않게 온라인서점에 주문한다. 흔치 않게 이용해도 VIP 등급이니 온라인서점도 적잖이 이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말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역시 이 일의 생리를 알기에, 이들은 놀람 끝에 이런 물음을 덧붙인다. 출판사에서 책을 많이 보내주지 않느냐고.

맞는다. 신간 배포 대행사인 여산통신의 ‘매체별 기자 리스트’에는 ‘출판 전문 저널리스트’로, 북피알미디어의 ‘언론 매체별 출판담당 기자 리스트’에는 ‘출판평론가’로 이름을 올렸으니, 대한민국에서 새 책을 내는 출판사 중 아주 일부가 내게도 책을 보내준다. ‘아주 일부’라고 하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상당한 양이다. 1년에 몇 번씩 새 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있는데, 이때는 두 신간 배포 대행사를 통해 한 주에 50권을 훌쩍 넘게 받을 때도 많다. 언젠가는 한 주에 약 70권을 받기도 했다.

출판사에서 일개 출판평론가에게 책을 보내주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정리해보면 이렇지 않을까. 새 책이 나온 것을 알리고 어디라도 소개해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말이다. 책 한 권 보내면서 이 사람이 책을 소개하면 엄청난 판매가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낭만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힌 대표, 편집자, 마케터가 책을 보내며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것도 없지는 않을 듯하다.

책을 주고받는 일을 출판평론가가 아닌 출판계 전체로 넓혀보자. 지난 20여 년 출판평론가로 활동한 절친한 선배 출판평론가는 그간 받은 책을 돈으로 환산해봤는데, 그 액수를 알면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출판평론가로 17년 넘게 일한 나도 얼추 계산해봤다. 역시 액수는 밝히지 않겠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출판사는 책 한 권을 출판평론가에게 보낸다지만, 십시일반(十匙一飯) 보낸 책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출판평론가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모든 책이 뼈가 되고 살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그보다 많은 책을 자기 돈으로 사고 또 샀겠지만, 한 사람의 출판평론가는 출판사들이, 흔한 말로 출판계가 알게 모르게 키워낸 것인지도 모른다.

출판계가 키운 공유재 비슷한 존재지만 출판평론가도 오롯한 취향과 개성을 가진 존재이니 책을 고르는 그만의 방식이 있기 마련. 오늘 꼭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신간 배포 대행사의 명단에 이름이 올랐더라도, 책을 보내실 때 그 출판평론가의 성향을 아주 조금만 파악해주십사 한다. 인문학책을 주로 소개하는 출판평론가에게 자기계발서 등은 마음 한쪽에 묵직한 부담으로 자리잡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믿고 맡겨주셨는데 잘 소개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족처럼 덧붙인다. 책을 읽고 쓰는 일, 그 전에 책을 ‘받는’ 일이 있으니, 모쪼록 출판평론가에게 대한민국 출판사들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글·사진 장동석 출판평론가·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책의 일: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소개합니다. 출판평론가인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책과 서평에 얽힌 이야기를 4회 연재합니다. 3주 간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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