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금융 CEO]② '한화손보=여성전문'…나채범 대표, 2년 임기 순항의 이유

/그래픽=박진화 기자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가 여성 전문 보험사 입지를 단단히 다져가고 있다. 특히 '시그니처' 시리즈로 제시했던 한화생명의 성공 사례를 한화손보에 전파, 단기간에 관련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전문 보험사의 '차별성'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22일까지다. 1965년생의 나 대표는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1994년 한화생명에 입사한 정통 '한화맨'이다. 이후 경북지역단장, 경영관리팀장, 개인지원팀장, CPC전략실장과 변화혁신추진TF팀장을 역임하며 영업현장과 지원부서를 두루 경험했다.

한화손보 대표에 오르기 전에는 한화생명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경영혁신본부장을 맡았다. 한화손보 부임 후 3개월 만에 'LIFEPLUS 펨테크연구소’를 설립하며 '여성보험하면 한화손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변화혁신추진TF 등을 이끈 현장 경험에서 비롯한 발빠른 추진력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펨테크란 여성을 뜻하는 ‘Female’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를 결합한 합성어로 여성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나 제품·서비스를 가리킨다. 펨테크연구소는 보다 나은 여성의 삶과 여성 건강을 위해 여성 관련 질병과 여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연구를 진행, 상품 및 서비스 개발도 맡고 있다.

펨테크연구소가 발족한 지 한 달 만에 탄생한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은 한화손보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상품명에 들어간 '시그니처'는 나 대표가 한화생명에 재직할 당시 한화생명의 대표 상품에 붙던 이름이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시그니처가 가진 의미 그대로 대표 상품임을 강조하는 한편, 보장의 깊이를 더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전문 보험사를 표방한 한화손보에 한화생명의 대표 브랜드 시그니처를 접목하면서 성과도 두드러졌다. 지난해에만 신규 유입 여성 고객이 5만명을 넘기며 직전 년도에 비해 75.3%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여성 고객 가입 성장률만 70% 이상이다.

한화손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해 말 여성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펨테크연구소장으로 영입한 한정선 부사장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해 여성 보험 시장 우위 선점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에 부응하듯 여성보험으로만 배타적 사용권 11종을 획득하는 등 여성과 관련된 보장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창의적인 보장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에 일정 기간 독점적인 판매권을 제공하는 일종의 '보험업계 특허권'이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김동원 사장의 디지털·글로벌 사업 '한 축'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이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도 서서히 진행 중이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5년 한화생명 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지내며 한화금융 계열사의 디지털화와 신사업을 물색했다. 지난해 초에는 사장 승진에 이어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책을 부여받았다.

이 같은 경력에 맞춰 한화손해보험도 디지털 및 글로벌 사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22년 업계 최초로 디지털 화상창구 서비스를 시행하며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서비스는 화면 속 상담사 도움을 받으며 대면창구와 똑같이 소통이 가능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도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아울러 디지털채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를 론칭하고 자사 홈페이지 'e프라이버시 플러스' 인증을 획득하는 등 디지털 환경에 맞는 고객 경험과 고객 정보보호 관리체계 구축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 나 대표 부임 후에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테크혁신실을 신설,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IT시스템 구축과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 기업과 제휴한 신사업 발굴에도 중점을 뒀다.

글로벌 사업의 경우 글로벌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모회사인 한화생명과 협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리포(Lippo)그룹의 자회사 리포손해보험 지분 62.6%를 인수한 것이 그 시발점이다. 비율은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이 47.7%, 한화손보가 14.9%다. 한화손보는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법인의 기존 생명보험 사업과 현지 보험사의 수평적 통합을 기반으로 생·손보를 아우르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77개 손보사가 경쟁하고 있지만, 상위 10개 사의 점유율이 50% 이하 수준으로 절대 강자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자동차보험 의무화에 대한 논의 등이 이뤄지고 있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