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디트 어워즈: 흑백요리사 열풍이 가득한 푸드 2024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 아이폰, 소니 카메라부터 밤티라미수, 오징어게임까지! 세상 모든 소비재를 리뷰하는 디에디트 매거진이 지난 일 년의 트렌드를 돌아볼 수 있는 ‘2024 디에디트 어워즈’를 준비했습니다. 테크, 스타일, 컬처, 푸드 네 가지로 구분했고, 전문성 있는 객원 에디터와 함께 엄선했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가 정다운 인사로 통하는 우리에게 먹고 마시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죠.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이 말하는 저속 노화 트렌드부터 <흑백요리사>가 쏘아 올린 파인다이닝의 재발견, 그리고 두바이 초콜릿과 요아정 열풍까지. 올 한 해 우리의 군침을 싹 돌게 했던 맛깔난 이슈들을 함께 살펴봅시다.

[다른 어워즈 보러 가기]
2024 디에디트 어워즈: 테크 (https://the-edit.co.kr/73119)
2024 디에디트 어워즈: 스타일 (https://the-edit.co.kr/73349)
2024 디에디트 어워즈: 컬처 (https://the-edit.co.kr/73193)


올해의 베이커리
성심당

by. 김여행
SNS에서 12만 팔로워를 보유한 자타공인 디저트 전문가

2014년, 성심당이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 뒤로 어언 10년. 성심당의 인기가 이처럼 꾸준히 고공행진을 이어갈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제 사람들은 성심당에 가기 위해 대전으로 떠난다. 비단 튀김소보루와 부추빵 때문이 아니다. 서너 종류의 베스트셀러에 안주하지 않고, 묵묵히 그러나 꾸준히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한 덕택이다. 그렇게 올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 바로 ‘시루 시리즈’. 작년 딸기시루의 인기에 힘입어 망고시루, 생귤시루, 무화과시루, 알밤시루까지 다양한 시루 시리즈가 출시됐다. 누구나 혹할 만큼 푸짐한 비주얼. 거기에 맛까지 보장되어 있으니 너도나도 새벽같이 줄을 서는 게 이해가 간다. 진정 그럴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일상에서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든다는 맥락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적어도 큰 후회가 뒤따르지는 않을 테니까. 이제 대전은 성심당 덕분에 ‘빵의 도시’로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으니, 빵지순례를 떠나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올해의 이슈
흑백요리사

by. F&B 마케터 김명선

editor’s comment: 무한도전 이후 전 국민이 이토록 손꼽아 기다린 예능 프로그램이 또 있었을까. <흑백요리사> 속 ‘했거덩요’, ‘이븐하게’ 같은 밈과 명대사 없이는 대화가 허전할 정도로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동안 요리 서바이벌 예능은 많았다. 그렇다면 <흑백요리사>는 뭐가 달랐을까? F&B 마케터의 생각을 들어봤다.

F&B 마케터로서 꽁꽁 얼어붙은 시장을 온몸으로 체감하던 중, <흑백요리사>의 성공은 미식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요리 서바이벌 예능은 흑과 백으로 나뉜 명확한 경쟁 구도 속에서도 승패를 가리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요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출연자들의 철학과 진정성을 깊이 있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치열한 미션 속에서도 동료로서 서로를 응원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돋보였고, 시청자들은 평소에는 보기 힘든 레스토랑 주방 안쪽의 치열함을 엿보며 셰프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 결과 ‘요리’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소통과 화합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흑백요리사>의 성공은 무엇보다 시청자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비롯됐다. 시청자가 먼저 나서서 프로그램 속 레시피를 따라 하고, 출연 셰프들의 식당을 찾아 후기를 공유하며, 그들의 서사와 관계성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러한 과몰입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흥미를 넘어 요리하는 사람의 철학과 감성, 재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결국 <흑백요리사>는 전 국민의 미식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의 키워드
저속 노화

by.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editor’s comment: 가속화된 사회 속에서 저속 노화 트렌드를 이끈 주인공, 정희원 교수. 그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어쩌다 어른> 등 다양한 방송과 책, SNS를 통해 느리게 나이 드는 비결을 아낌없이 공유하는 이른바 ‘배워서 남 주는 사람’이다.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잘 나이 들 것인가’를 묻는 저속노화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몸에는 노화의 시곗바늘을 늦출 수 있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우리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이 메커니즘을 활성화해 천천히 나이 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저속 노화’, 즉 느리게 나이 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저속 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속 노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2030 세대의 건강이 악화하며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이는 대부분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문제다. 마라탕과 탕후루를 즐겨 먹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잠도 제대로 자지 않는다. 30대 중반까지는 건강 관리 없이도 쌩쌩한 ‘무료 구독 기간’이라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간은 절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에게 저속 노화가 중요한 이유다.

특정 행동 한두 가지만 반복한다고 노화 속도가 갑자기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용과 선순환이다. 잠을 자지 않고 운동을 한다면 과연 느리게 나이들 수 있을까? 오히려 근육 생성에 방해가 된다. 저속 노화의 핵심은 잠이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고, 자제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는 가속 노화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단순당, 정제 곡물, 술·커피·담배와 같은 것들. 질 좋은 수면을 챙긴 후에는 저속 노화 식단이 중요하다. 내가 권장하는 것은 ‘한국형 MIND 식사법’이다. 흰 쌀밥과 면 대신 렌틸, 귀리, 현미, 백미를 4:2:2:2 비율로 섞은 밥을 먹고 반찬으로는 나물, 채소, 약간의 고기나 생선을 곁들인다. 조리할 때는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고 치즈, 버터, 마가린 섭취를 최소화하자. 이 식단을 꾸준히 따르면 10년 이상의 수명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개인에게 만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니, 저속 노화의 메커니즘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를 참고하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팁은 X에서 공유하고 있다.


올해의 제로
비락식혜 제로

by. 디에디트 에디터 유정

이제 ‘제로’는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식습관이다. 올해도 제로 칼로리와 저당을 내세운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0칼로리 수박바, 제로 초코파이, 초록매실 스파클링 제로, 제로슈가 아침햇살…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건강도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제로 제품은 훌륭한 선택지가 되어준다. 제로 식품은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음료와 간식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올해의 제로 푸드로는 ‘비락식혜 제로’를 꼽고 싶다. 물론 일반 식혜가 주는 묵직한 단맛과 입안에 남는 끈덕진 여운까지 그대로 따라 하진 못했다. 진한 달콤함을 약간 덜어낸 대신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단맛을 선사했다. 끈덕진 식혜가 먹고 싶을 땐 그런 식혜를 찾아 마시면 될 일, ‘제로’의 영역에서 기대되는 바는 이미 충분히 뛰어넘었다. 비락식혜 제로의 가장 감동적인 포인트는 제로가 되면서도 식혜의 핵심인 밥알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다. 밥알사랑단 내지는 밥알사수단에게 참으로 고무적인 결과다.


올해의 재발견
파인다이닝

by. 이정윤
미식 전문 에디터이자 ‘다이닝미디어 아시아‘ 대표

흔히 파인다이닝이라고 하면 ‘특별한 날의 사치스러운 한 끼’를 떠올리곤 했다. 팬데믹 동안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보상 소비의 흐름 속에서 파인다이닝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것도 이 덕분. 하지만 모든 그래프에는 상승이 있으면 하강도 있기 마련이다. 막혔던 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자, 파인다이닝은 한때의 호황을 뒤로 하고 냉혹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는 업계에 한 줄기 빛을 비췄다. 파인다이닝을 사치와 허세의 영역으로만 보던 편견을 깨고, 셰프의 철학과 한 접시에 담긴 정성을 재조명했다. 각 미션에서 드러난 요리에 대한 집념과 칼질 하나에도 의도가 담긴 섬세함은 파인다이닝의 본질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사람들은 파인다이닝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들의 레스토랑은 물론 업계 전반의 예약률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파인다이닝은 마치 ‘먹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클래식 공연을 보지 않아도 살 수 있듯, 이것도 결국 취미의 영역이다. 처음에는 실력 좋은 아마추어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파인다이닝도 경험이 쌓여야 미세한 차이와 조화로운 밸런스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으로 즐기다 보면 점점 그 재미에 빠져들게 되고, 어느 순간 자신만의 기준이 생길 것이다. ‘식사’라는 일상적인 행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파인다이닝. 이를 비판하거나 평가하려 애쓰기보다 단순히 좋아서 즐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위너다. 이따금 멋진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나만의 미식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올해의 디저트
➊두바이초콜릿

by. 디에디트 에디터 유정

두바이에서 날아온 초콜릿이 대체 뭐가 특별하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란 말인가. 반으로 똑 갈라 보니 뭔가 특별한 게 들어있긴 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처음 들었을 땐 너무나 생소했던 ‘카다이프’가 그 정체. 바삭하게 튀긴 밀가루 건면 덕분에 씹을 때마다 바삭 오도독한 식감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 이색적인 초콜릿은 틱톡을 시작으로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유행했다. 두바이에서 해외 구매대행으로 구입하면서 1차 붐이 일었고, 카다이프를 구매해 직접 만드는 레시피가 퍼지며 2차 붐이 시작됐다. 이어서 온갖 프랜차이즈와 개인 카페에서 카다이프와 초콜릿을 넣은 디저트를 미친 듯이 생산해 내며 3차 붐,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출시하면서 대중적인 히트를 기록한 디저트가 되었다. 봄에 시작된 유행은 여름에 정점을 찍었고, 한겨울인 지금은 비교적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신제품이 가장 빠르게 쏟아지는 식품업계에서 이 정도의 기록이라면, 가히 대단하다 할 만 하다.


올해의 디저트
➋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by. 디에디트 에디터 유정

요아정이 올해 핫 데뷔한 디저트계 신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요아정의 첫 등장은 2020년. 당시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디저트였지만, 2022년부터 야구장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요아정의 인기 요인은 단순히 맛에만 있지 않다. 과일, 과자, 시럽 등 다양한 토핑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완제품도 그대로 먹는 법 없이 섞어 먹기 좋아하는 한국인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디저트다. 덕분에 작년 말부터는 다양한 토핑을 조합하는 레시피로 본격적인 인기를 끌었고, 강민경과 입짧은 햇님 등 좀 먹을 줄 아는 셀럽이 요아정 레시피를 공개하면서 올해 트렌드의 절정에 달했다. 특히 토핑을 추가하기 시작하면 단숨에 5억 원어치가 된다는 라이즈 성찬의 ‘5억 정식’ 밈이 등장하면서 높은 가격 논란과 동시에 마치 노이즈 마케팅처럼 매출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날이 추워지면서 조금 주춤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주말마다 배달 어플 검색어 랭킹에 등장하는 걸 보면 해장 디저트로, 또는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먹기 좋은 디저트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 같다.


올해의 한국 진출 카페
푸글렌

by. 커피 칼럼니스트 심재범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 시장은 단언컨대 대한민국 서울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뉴욕의 랄프스 커피, 후쿠오카의 노커피, 미국의 인텔리젠시아, 싱가포르의 바샤커피 등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에 진출했다. 그중 단연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 곳은 가장 최근 입국한 푸글렌. 북유럽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평가받는 푸글렌은 2012년 일본 진출의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 서울 마포구에 매장을 오픈했다. 푸글렌 한국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커피만큼이나 섬세한 준비 과정에 있다. 한국인 바리스타들을 해외 매장에서 오랜 시간 교육시키고, 일본 매장을 디자인한 전문가를 초빙해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현지 감성을 절묘하게 녹여낸 공간을 완성했다. 푸글렌이 소신 있게 선보인 북유럽식 라이트 로스팅 커피는 적절한 단맛과 아름다운 과일 향이 인상적이었는데, 도쿄 여행의 추억을 간직한 커피 애호가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민족을 위해 준비한 특별 레시피의 아이스 커피 역시 오픈 초기부터 입소문을 탔다.


올해의 주류 트렌드
셀럽의 전통주

by. 김은아
술 전문 뉴스레터 ‘뉴술레터’의 에디터

오랜 시간 소주와 맥주로 대표되던 한국 주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술을 고를 때 단순히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술의 맛과 향, 취향, 그날의 분위기까지도 고려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주 산업의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특히 셀럽들이 직접 전통주를 제작하는 트렌드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는 성시경 막걸리 ‘경탁주’와 최자의 복분자주 ‘분자’가 있다. 과거에도 셀럽과 콜라보한 술은 많았지만 최근의 트렌드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이름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셀럽이 제작 과정에 깊이 참여하고 자신의 취향을 십분 반영해 공들여 만든다. 성시경과 최자는 각각 ‘먹을텐데’와 ‘최자로드’로 공인된 미식가이자 한식 러버. 이들이 한식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전통주를 만들기로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특히 경탁주는 화제성으로 봤을 때 올해의 술로 꼽을 만하다. 애주가로 소문난 성시경의 술이라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마침내 올해 출시되었을 때는 손에 넣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한동안은 매일 오픈 시간에 맞추어 티켓팅하듯 대기를 해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을 정도. 게다가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탁주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제품력도 입증했다.

한편, BTS 진이 전통주를 만드는 취미가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그 역시 전통주 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 어쩌면 내년에는 전통주계의 월드스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편의점 음식
연세우유 밤티라미수 생크림빵

by. 디에디트 객원 에디터 김정년

여름은 요아정, 가을은 <흑백요리사>. 어디선가 시작된 유행이 들불처럼 번지고, 유행은 먹거리가 되어 편의점에 등장한다. 2024년 K-편의점에서 가장 눈에 띈 트렌드는 콜라보 상품이었다. 신제품 출시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협업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협업을 명분 삼아 엉뚱하고 특이한 콜라보 제품을 내는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올해의 유행을 열심히 맛봤다. 유행을 가장 맛있게 해석한 편의점 음식은 ‘연세우유 밤티라미수 생크림빵’이다. <흑백요리사>를 주제로 한 온갖 신제품이 등장하는 가운데, 맛과 식감이 가장 균형 있게 맞춰져 있었다. 유제품의 버터리한 향미와 생크림의 몽글몽글한 질감이 자칫 편의점 디저트에서 느껴질 수 있는 과도한 단맛을 효과적으로 잡아준다. 빵에 어울리는 독특한 크림 맛을 경험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콜라보 제품에 느끼는 아쉬움은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콘셉트에 맞춰 음식 맛을 내기 때문인지 미식이 아닌 괴식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었다. 느끼한 양념 소스와 눅눅한 튀김 조각을 넣은 삼각김밥을 먹고 화가 났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2025년의 콜라보 상품을 맛본 뒤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편의점 문을 닫고 나오는 일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음식을 먹을 때 원하는 것은 재미있는 복불복이 아닌 ‘맛있는 유행’이니까. 올해도 편의점에 신세 많이 졌다. 내년에도 맛있는 협업이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