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린다"는 볼보의 자랑거리...EX90 속 30개 카메라·센서 직접 찾아봤다[CarTalk]
이마 대신 루프 위…다른 선택지 없었을까
디자인 총괄 "안전 위해 디자인 일부 포기"
"라이다를 꼭 '이마'에 달아야 했나요? 차량 꼭대기 같은 다른 곳은 없었나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왕의 정원에 마련된 '더 돔(The dome)'에서 첫선을 보인 '볼보 EX90'의 겉모습 중 가장 눈에 띈 건 차량 앞쪽 유리 위 한가운데 있는 '라이다(LiDAR)'였다. 라이다는 '최첨단 외부 센서 세트'다. 고속 주행 때는 전방 250m의 보행자와 반경 120m에 있는 작은 물체까지 알아차리는데 사람 얼굴로 치면 '이마'에 자리 잡았다.
라이다는 '치명적 사고 제로(Zero)'라는 볼보의 비전 실행을 앞당겨줄 기술로 꼽힌다. 차량에 들어간 고성능 코어 컴퓨터와 연결된 8개 카메라와 5개 레이더, 16개 초음파 센서와 함께 이 라이다가 실시간 360도로 차를 모니터링하며 안전 보호막을 만들어 탑승자를 감싼다.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라이다를 달면 시속 120㎞ 속도에서도 약 7.5초 전 전방을 탐지할 수 있다"며 "눈으로 봐서는 1.5초 전에야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약 6초라는 시간을 벌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만 달면 자체 불빛 없이는 가시거리 확보에 한계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데 라이다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라이다, 실은 '이마'가 아니라 '지붕 안'에 있다
안전을 위한 최첨단 기술인 이 라이다는 이마에 있는 게 최선이었을까. 볼보 EX90 라이다의 첫 설계에 참여한 시스템 엔지니어 엘리아스 마렐에게 직접 물었다. 마렐씨는 기자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저곳이 아니라면) 드론을 한 대 띄워서 (차를) 따라다니게 해야 한다"며 "모든 위치를 따져봤고 전방의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차량의 시선을 감안했을 때 최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얼핏 봐서는 라이다를 담은 검은색 유리 상자가 이마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렐씨는 "라이다는 사실 '지붕 안(into the roof)'에 담겨있다"며 "본체는 지붕 안에 들어있고 지붕과 전면 유리 쪽으로는 보호 장치만 일부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값비싸고 민감하게 움직이는 라이다를 바깥 오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지붕 속에 담았다는 것이다. '택시 표시등(갓등)'을 떠올리게 하는 라이다 크기를 두고 그는 "현재는 개발 초기"라며 "앞으로 더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0개의 카메라와 센서를 찾아라!
이 많은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는 전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졌다. 30개의 센서를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전면 유리와 지붕 사이에 자리 잡은 라이다를 포함해 5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먼저 차량 앞쪽 아래 '볼보 마크'를 들여다보면 카메라와 레이더가 나란히 있다. 오른쪽 레이더는 비 오는 날 와이퍼를 가동하면 위로 올라와 옆 카메라를 닦아주기도 한다.
뒤쪽에도 보통 후방 카메라가 있는 자리에 카메라와 레이더 세트가 보였다. 일반적으로 후방 카메라가 직선 거리를 비추는 것과 달리, EX90 카메라는 볼록 튀어나온데다 45도 아래를 비추고 있다. 무대에 핀 조명을 비추면 바닥에 넓은 동그라미가 생기듯, 이 카메라도 뒤쪽 위험 요소를 좀 더 넓게 파악하려고 이런 모양과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25개의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는 어디에 있는 걸까. 현장에서 만난 로빈 페이지 볼보차 디자인 총괄과 함께 나섰다.
페이지씨는 먼저 헤드라이트 아래 공간을 가리키며 "이 안에 들어있는 초음파 센서는 페인트를 투과해 물체를 감지한다"고 설명했다. 좌우로 2개씩 보이는 앞 범퍼 위 동그란 모양 네 곳과 그사이 위치한 초음파 센서 6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헤드라이트는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움직이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빼앗는데, 바로 이 토르의 망치 아래 작은 네모 모양이 센서의 위치다.
또 앞범퍼 아래 번호판이 달린 곳 주변을 자세히 보면 검은색 부분에 동그란 모양의 전면 장거리 레이더가 하나 더 보인다.
EX90 론칭 모델에는 일반 사이드미러와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함께 달려있다. 사이드미러 아래에 있는 디지털 사이드미러 표면을 들여다보면 동그란 모양의 카메라가 양쪽에 하나씩 위치해있다. 디지털 사이드미러에도 2개의 카메라가 차량의 양쪽 시야를 확보해준다.
언뜻 디자인으로 보이는 뒷쪽 검은색 라인에도 4개의 초음파 센서가 플라스틱을 투과해 360도의 보호막을 만들고 있다.
페이지씨는 "최선을 다해서 숨기려고 한 결과"라며 "안 그랬다면 동그랗고 작은 센서가 점점이 박힌 모양이 두드러져 마치 차량이 (기관)총을 맞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라이다의 위치 등) 안전을 위해 디자인을 일부 포기한 것"이라며 웃었다.
그가 최선을 다한 덕분일까. 양쪽 측면에 각각 두 개씩 내장돼있는 네 개의 초음파 센서는 맨 눈으로 볼 수 없다. 또 광각 전방 카메라와 장거리 전방 카메라는 라이다와 함께 지붕에 숨어있다. 볼보 관계자는 "라이다는 거리를, 함께 내장된 두 개의 카메라가 물체를 파악하면, 코어컴퓨터는 이렇게 모은 각각의 데이터를 통합해 거리, 형태, 크기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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