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보수적으로 뛴 대마 후기(장문)

조회 1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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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

작년 대마 때 지하철 붐비는 걸 보고 일찍이 경산에 숙소 잡을 생각을 함.

경산에서 버스 한 번에 경기장 앞에 도착하여 매우 쾌적하게 대회장 도착할 수 있었음.

[대회]

1. 계획

작년 진주마라톤 풀코스에서 DNF를 해서 이번 대마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페이스를 운영함.

추가로 중간에 잠깐 부상으로 2주 정도 많이 못 뛴 기간이 있고 스피드 훈련을 못해 천천히 뛰기로 마음 먹음.

복장은 반팔, 팔토시, 반바지, 카프타이즈, 우비였고 우비를 입고 뛰기 시작함.

에너지젤은 매 7km 당 1개 씩 먹었고, 매 급수 포인트에서 이온음료를 마심.

겨울에는 아무리 몸 풀어도 최소 5~8km 이상은 뛰어야 심박이 안정되는거 같아 기록 욕심 안 부리고 살살 뛰기 시작함.

2. 0 ~ 10km

그러나 처음에는 다리가 무겁고 뻑뻑한 느낌이 들어서 망했다고 생각함.

그래서 그냥 최대한 편한 리듬으로 뛰려고 했고 525 - 530 정도 페이스가 나왔음.

여기서 더 빠르게 뛰었다가는 심박이 튈 거 같아서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기다림.

오르막이나 강풍에는 그냥 밀리기 놔두자는 생각으로 뜀.

3. 10 ~ 15km

우비를 벗고 뛰기 시작했고, 다리가 아직까지 무거워서 망했다는 생각이 계속 듬.

4. 15 ~ 25km

은은한 내리막이었는지 페이스를 515 - 520 정도로 유지하기 편했음.

다리도 조금 풀린 느낌이 들었지만 30에서 35km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힘.

5. 25 ~ 30km

작년에 대마 뛰었을 때도 이 구간의 업다운은 크게 부담스럽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고 리듬만 유지한다는 느낌으로 감.

28km 이후 다운힐에서는 특별히 힘줘서 가속하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빨라지는 정도의 속도로 내려감.

6. 30 ~ 35km

다리가 조금씩 저리기 시작함.

언제 다리가 잠겨버릴까 걱정하며 후반부 업힐을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뜀.

그래도 520 언저리 페이스는 유지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함.

7. 35 ~ 40km

일단 36km 언저리 업힐은 그냥 페이스 신경 안 쓰고 버틴다는 생각으로 그냥 밀고 감.

그리고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니 sub4는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됐고 350이 가능한지 안 한지 계산하면서 뛰었음.

업힐에서 조깅을 해서 그런지 40km까지 업힐 버티는 게 가능했음.

작년에 좌절했던 기억 때문인지 업힐을 비교적 무난하게 넘긴게 신기하게 느껴짐.

8. 40 ~ 42.195km

40km 지나고 큰 업힐들이 끝났다는 생각에 몸이 가벼워짐.

딱히 빨리 뛰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페이스가 쭉쭉 올라감.

40km 지나면서 얼추 계산했을 때 5분 페이스 유지하면 345 이내로 들어온다는 걸 깨닫고 욕심이 나기 시작함.

그래서 올라간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음.

대회장 올라가는 업힐에서는 최대한 밀리지 않으려고 했고 끝나자 마자 스퍼트를 올림.

다행히 끝까지 쭉 가속하면서 골인할 수 있었고 시계 상으로 3:44:59가 찍혀 안심할 수 있었음.

(항상 출발점 통과하기 전에 기록을 시작해서 공식 기록보다 길게 찍힘.)

그냥 안 퍼지고 무사히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기뻤음.

계산해보니 나름 네거티브 스플릿으로 뛴 게 신기함.

[소회]

1. 퍼지는 걸 걱정하면서 보수적으로 뛰는게 몸과 마음이 편한거 같음.

고등학교 때 애매하게 공부하면 오히려 자신감이 있었고, 빡세게 공부하면 사소한 걸 놓쳤을까 불안해 했던 거랑 비슷한 거 같음.

퍼질까봐 가슴 졸이고 걱정하다가, 2km 정도 남기고 근심걱정이 팍 사라지는 순간 쾌감이 몰려옴.

재작년 제마 때도 살살 뛰어야지 생각만 하다보니까 40km가 지나있었고 질주했었음.

그 때의 쾌감 때문에 지금까지 풀을 계속 뛰고 있음.

페이스를 유지 못하고 퍼져서 느려진 풀은 찝찝하고 씁쓸한 느낌이 남아있음.

2. 풀 마라톤 페이스 운영은 항상 어려운 듯.

솔직히 평페 5초 올려서 뛰었으면 성공했을지 못했을 지 전혀 짐작이 안 됨.

뭐 이것도 경험 부족, 훈련 부족이겠지.

술을 너무 많이 채우면 비워져버리는 계영배처럼 적정 페이스를 맞추는 게 아직까지 어렵게 느껴짐.

3. 작년 초부터 부상을 겪고, 기록이 정체되는 등 러닝 실력에 크게 진전이 없었음.

그 사이에 주법이 약간 바뀌고 언덕 조깅을 안해서 그런지 근력은 더 약해진 느낌이고, 기록이 퇴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음.

그래서 결국 마일리지를 늘이기로 결심함.

작년 대회까지는 월 150 km 전후 마일리지를 유지했는데, 마일리지를 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 50 ~ 60 km를 유지하려고 했음.

중간에 부상으로 한 주 마일리지를 못 채우기는 했어도 나름 성공적으로 마일리지를 늘인거 같음.

개인적으로 마일리지, 심폐 능력, 스피드, 근력, 주법 등 다양한 요소가 모여서 러닝 실력을 만들고, 현 시점에 부족한 부분에 집중해야 실력 상승을 이루는 거 같다고 생각함.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처럼 여러 요소 중 부족한 게 있으면 실력 향상에 정체가 생기는 듯.

나한테는 지금이 마일리지를 채울 때인 것 같고,여름 전까지는 마일리지 유지 + 체중 감량에 초점을 맞출 예정.

주변 사람들 실력이 일취월장하는데 나만 정체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하는 거에 집중하려고 함.

4. 동마는 신청 못해서 군산 풀 뛸까말까 고민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

1. 28km에서 에너지젤 먹는데 응원하시던 분이 "마! 그거 맛있나?"라고 크게 외치면서 물어보심.

주변 러너들도 빵 터질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외치며 물어보심.

대답을 못 해드려서 안타까움. 여유가 있었다면 "이 맛에 마라톤 뛰는거 아입니까!"라고 했을건데.

2. 라이온즈파크 업힐을 올라갈 때 누가 화이팅하길래

"시그니쳐 업힐 박살내자"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호흡이 꼬여서

"시그니쳐 업힐 박켁게게게켁"하고 외쳤고 쪽팔려서 페이스를 올림.

뛰는데 갑분싸 되는게 느껴짐.

이게 후반 가속에 큰 영향을 미친 듯 함.

방방 뛰면서 분위기 띄우는 것도 하던 사람이 해야지 안 하던 사람이 하면 안되는 듯.

3. 스타디움 앞에서 응원하시는 분이 허벌라이프 옷 입은 분한테 '허벌라이프 허벌나게 뛰어!'라고 외친게 생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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