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나노·바이오 연구기관들이 울산 유니스트로 몰린 이유[현장+]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의 연구장비 운영역량에 대한 자신감은 전담인력에 대한 투자로부터 나왔다.

'2023 유니스트 과학&ICT 콘서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배성철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조윤경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백종범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심재영 인공지능대학원 교수, 김형훈 컴퓨터공학과 조교수, 박새롬 산업공학과 조교수. (사진=정병연 기자)

유니스트는 28일 울산에 위치한 본교 캠퍼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출입기자단과 함께 '2023 유니스트 과학&ICT 콘서트'를 진행했다.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주요 이슈와 관련된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연구시설 등을 같이 살펴보는 자리다.

실제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연구지원본부(UCRF·UNIST Central Research Facilities)를 둘러봤다. 이날 신태주 UCRF 본부장은 유니스트의 연구장비 운영역량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신 본부장은 "장비 자체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그것을 운영하는 인력"이라며 "장비를 운영한 경험과 역량이 쌓여야 그것을 계속해서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스트에는 장비 운영을 전담하는 인력만 40명이 넘는다"며 "이를 위해 학교에서 운영 예산을 잡아두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인프라’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외부 의뢰를 적극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 신 본부장의 설명이다. 유니스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UCRF를 이용한 외부기관은 207개이며 총 이용건수는 5055건이다. 이를 통해 약 76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

울산에 위치한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에서 신태주 연구지원본부(UCRF) 본부장이 UCRF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병연 기자)

신 본부장은 UCRF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UCRF 관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실은 학생들이 별도 시스템을 통해 수강신청 하는 것처럼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현재 연구실의 예약 또는 이용 여부부터 몇 명이 어느 연구실에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표시된다. 신 본부장은 "좀 더 빨리, 부지런하게 예약하면 좋은 장비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실을 둘러보는 중에도 학생들은 분주히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UCRF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UCRF 관리 시스템'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정병연 기자)

이처럼 각종 첨단 연구 장비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UCRF의 특징이다. 실제로 UCRF는 두 가지 설립 목적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고가의 장비를 공유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러 학문 분야가 엮여 있는 연구를 촉진하는 것'이다. △재료특성화연구소 △나노제작센터 △환경분석센터 △제작연구소 △광학바이오이미징센터 △생체내연구센터 △방사선 안전연구소 △방사광가속기 센터까지 총 8개 분야가 모여 있는 이유다.

UCRF는 이러한 것들로 유니스트의 총체적인 연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09년에 설립됐다. 2009년은 유니스트가 개교한 해다. 다양한 연구 분야 간 교류, 첨단 연구 장비의 공유, 그것들을 운영하는 데 전문성을 가진 인력까지 갖춘 ‘종합 인프라’의 중요성을 처음부터 강조해왔던 것이다.

UCRF 연혁. (사진=정병연 기자)

한편 이날 행사에서 이용훈 유니스트 총장은 "과학기술원은 개교 후 20년 정도가 됐을 때 어려움을 겪곤 했다"며 "개교 당시 30대 중후반이었던 교수진은 50대 중후반에 접어들고, 최신식이었던 연구장비와 시설도 노후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과학기술원의 20년 데스밸리'라고 말했다. 데스밸리는 보통 창업 3~5년차 기업이 겪는 경영난을 말하는데 과학기술원은 그것이 20년차일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14년 된 유니스트도 불과 5년 뒤면 그 구간에 진입한다"며 "20년 데스밸리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미리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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