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좌절' 충격패 그 순간 "감독은 땅만 바라보며 멍한 표정"…日 이바타 "모든 선수에게 감사해"

[스포티비뉴스=최원영 기자] 참사 속 사령탑이 입을 열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5-8로 무릎 꿇었다. 준결승 진출이 불발됐다.
역대 WBC 대회를 통틀어 일본이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일본은 앞서 2006년 초대 대회 우승을 비롯해 2009년 2회 대회 우승, 2023년 5회 대회 우승으로 통산 3회나 정상을 정복했다. 올해 2연패를 노렸지만 8강서 조기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도 씁쓸함을 삼켰다. 이바타 감독은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대만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데 이어 이번 WBC서도 첫 4강행 실패로 불명예를 떠안았다.
일본 매체 스포츠호치는 "역사상 첫 8강전 탈락이다. 일본이 WBC에서 처음 겪는 굴욕이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포함한 투수진은 베네수엘라의 강력한 타선에 당했다"며 "오타니 쇼헤이, 모리시타 쇼타가 홈런을 쳤음에도 고전했다. 승리까지 아쉽게 한 걸음이 부족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패배의 순간, 이바타 감독은 땅만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멍한 표정이었다"고 묘사했다.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이바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발투수 야마모토를 69구 만에 교체한 이유를 묻자 "이닝 중간에 교체하면 다음 투수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약 60개 정도 투구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고, 4이닝을 꽉 채우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투타 겸업 슈퍼스타 오타니는 타자로만 나섰다. 투수로 등판하진 않았다. 팔꿈치 수술 후 지난 시즌 도중 마운드에 복귀한 바 있다. 이바타 감독은 "오타니가 등판하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다. 실제로 (투수로 기용을) 해보기 전까진 무엇도 알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홈런 1개를 쳤지만 삼진 2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바타 감독은 "상대 투수가 아주 좋은 공을 던지고 있었다. 좋은 위치의 바깥쪽 코너로 슬라이더를 던졌다"며 "초반 1실점한 뒤 바로 따라잡는 홈런을 친 것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4회까지 5-2를 유지한 일본은 3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이바타 감독은 "베네수엘라는 강한 팀이다.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했다. 상대는 정말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이 힘을 키우고 있는 듯하다. 이번엔 졌지만, 일본이 더 발전해 다음엔 이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에 관해서는 "패스트볼에 무척 강한 타자들이 많았다. 우리 투수들의 공 대부분이 맞아 나갔다. 정말 강력하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인정했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이바타 감독은 "패배한 게 현실이다. 타자와 투수 모두 더 실력을 갈고닦아 다음 대회에 도전한다면 일본 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2023년 WBC 우승 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자진해서 물러나자 일본은 이바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후 올해까지 얻은 것도 있을 터.
이바타 감독은 "단기간에 팀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렵다고 느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줬다. 짧은 기간임에도 팀을 잘 만들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함께한 선수들도 있고, 이번에 오지 못한 선수들도 있는데 모두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날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사토 데루아키(우익수)-스즈키 세이야(중견수)-요시다 마사타카(좌익수)-오카모토 가즈마(3루수)-무라카미 무네타카(1루수)-마키 슈고(2루수)-겐다 소스케(유격수)-와카쓰키 겐야(포수)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였다.

야마모토가 경기 초반부터 계속해서 장타를 맞는 등 고전했다. 4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남겼다. 이어 스미다 치히로가 ⅔이닝 2실점, 후지히라 쇼마가 ⅓이닝 무실점, 이토 히로미가 1이닝 3실점, 다네이치 아쓰키가 2이닝 1실점, 기쿠치 유세이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에선 오타니가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사토가 4타수 1안타 1타점, 모리시타가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오카모토가 4타수 2안타 등을 올렸다. 승리엔 닿지 못했다.
1회초 베네수엘라 선두타자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가 야마모토의 2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조준해 우중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0-1을 만들었다. 그러자 1회말 선두타자였던 오타니도 중월 솔로포를 때려내 1-1 점수의 균형을 맞췄다. 2회초 무사 2루서는 글레이버 토레스가 1타점 좌전 적시 2루타로 베네수엘라에 1-2를 안겼다.

일본은 3회말 역전했다. 1사 1, 2루서 사토가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를 생산해 2-2 동점을 빚었다. 1사 2, 3루서 후속 모리시타가 좌월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일본에 5-2를 선물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5회초 1사 1루서 마이켈 가르시아가 좌중월 투런포로 5-4 추격점을 올렸다. 6회초 무사 1, 3루서는 윌리어 아브레우가 우월 3점 홈런을 뽐내며 5-7 역전을 이뤄냈다. 이 한 방이 결승타가 됐다.
일본은 8회초 허무하게 추가점을 헌납했다. 선두타자 에제키엘 토바가 좌전 2루타로 출루했다. 이어 2루에서 미리 스타트를 끊었다가 일본에 걸렸다. 투수 다네이치가 2루에 송구했지만 공이 너무 높아 뒤로 빠졌다. 그 사이 토바가 3루를 지나 홈까지 전력 질주해 들어왔다. 베네수엘라가 5-8로 쐐기를 박았다.
9회말 일본의 마지막 공격이 삼자범퇴로 끝나며 패배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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