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를 포함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그 국민의 신원을 증명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의 신분증 제도를 갖추고 있어요. 그렇다면 국가에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증명할 수 있는 제도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동차 범퍼 앞뒤로 부착되는 번호판이라고 할 수 있죠.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차량의 종류, 용도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번호판 제도는 언제 어디서 시행됐을까요? 오늘 첫차연구소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의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의 번호판 체계까지 한 번에 알려 드리고자 해요.
이 번호판은 프랑스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여러분은 전 세계 최초로 자동차에 번호판을 부착한 나라가 어디인지 알고 계시나요?
초창기 내연기관 자동차를 발명한 이래 지금까지 자동차 강국의 지위를 갖춘 독일이나, 자동차 대량생산 방식으로 20세기 초반 전세계 자동차 대중화에 이바지한 헨리 포드의 나라 미국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요. 아쉽게도 모두 아니라는 사실!
단순히 한 개인이 자동차에 자신의 차량임을 알 수 있게 인식표처럼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자동차에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한 국가는 다름아닌 프랑스예요. 여기서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프랑스의 수도, 바로 파리시에서 시행됐다고 말할 수 있죠.

1893년 프랑스 파리시의 경찰청은 모든 자동차에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했다고 해요. 그 이유는 바로 급속도로 늘어나는 자동차 대수와 이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사고 그리고 관련 범죄 때문이었는데요. 19세기 말 내연기관 자동차 발명 이후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자동차가 계속해서 보급되면서 교통사고 또한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리고 자동차 보급률이 늘어남에 따라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 또한 늘어났다고 하죠.
이 때문에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내에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고 해요. 참고로 프랑스 파리시 경찰청은 동시기에 자동차 번호판 부착에서 더 나아가 자동차 운전 시험과 면허증에 관련된 법도 제정하는 등 세계 최초로 자동차 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도입한 최초의 자동차 번호판은 자동차 소유자명과 주소와 함께 등록번호를 조합한 형식이었으며, 이후에는 지역명과 숫자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변형됐어요. 이는 오늘날의 자동차 번호판과 유사한 형식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처럼 파리에서 최초로 도입한 자동차 번호판 제도는 몇 년 뒤인 1896년 이웃나라 독일의 일부 지역에서도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지방 단위가 아닌 중앙정부, 즉 국가 단위로 자동차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한 국가는 바로 네덜란드로, 1898년에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요. 미국의 경우 1901년 뉴욕주를 시작으로 자동차 번호판 제도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 자동차 번호판이 최초로 등장했을까요? 의외로 유럽 및 북미 지역에 도입된 시기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
바로 1904년으로, 당시 오리이 자동차 상회라는 승합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운송영업을 위해 전국 9개의 노선을 허가 받는 과정에서 국내에 처음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달기 시작했다고 해요. 지금과 같이 직사각형 형태에 숫자와 지역을 표시하는 등 자동차 번호판의 규격이 정해진 시점은 그로부터 약 17년 뒤인 1921년의 일인데요. 당시에는 검은색 철판 좌측에 도시명이 한자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 쓰고, 그 옆으로는 등록번호가 아라비아 숫자로 기재되는 형식이었다고 해요.
그 시절 번호판
지금의 번호판이 되기까지

1921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도 자동차 번호판의 규격이 정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번호판 관리가 시작됐는데요. 해방 이후에도 번호판의 표기 방식 및 형태가 조금씩 변화했어요. 오늘날 4자리 일련번호로 구성된 번호판 체계는 1973년에 도입되었어요. 30대부터라면 눈에 익숙할 만한 초록색 형태의 번호판이 바로 그것이죠.
해당 형태의 번호판은 초록색 바탕에 흰 글씨가 2열로 적혀졌는데요. 위에는 등록지역명과 차종기호 숫자 1자리, 아래로는 용도기호 문자 1개 및 4자리 숫자의 일련번호로 구성된 형태였어요. 이 형식은 무려 30년간 유지됐는데요. 1996년에는 차량 수요 증가로 인하여 등록 지역 숫자를 1자리에서 2 자리로 늘리는 등의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어요.

개정된 초록색 번호판은 그로부터 약 8년 뒤인 2004년, 등록지역명이 삭제된 이른바 전국번호판으로 다시 한번 개정됐어요. 등록지역명이 삭제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우선 번호판에 등록지역명이 삭제된다면 시도간 전출입 시 번호판을 다시 발급받을 불편함이 사라지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90년대 일산, 평촌,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시작으로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시도간 전출입이 잦아지기 시작하면서 번호판을 교체하는 불편이 대두되었다고 해요. 아울러 등록지역명을 보고 그 차량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어 지역감정을 유발한다는 이유도 있었죠.
그러나 개정된 번호판은 지역번호가 사라지면서 글자 비율이 이상해지는 등의 이슈로 인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됐어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흰색 번호판은 2005년에 처음 등장했어요. 바로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가 기재된 모습이죠. 문자의 나열 방식이 기존 2열이 아닌 유럽 등지에서 만나 볼 수 있는 1열로 바뀌면서 번호판 형태 또한 길쭉하게 변경됐어요. 다만 도입 초기에는 신규 형태의 흰색 번호판이 기존에 출시된 자동차에 부착할 경우 호환성 문제로 제대로 부착할 없다는 문제로 인해 기존 초록색 번호판의 크기를 유지한 채 1열로 구성된 신규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었어요.
2005년 최초 도입된 흰색 번호판은 기존 번호판 체계를 활용했으나, 국내 차량 등록대수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번호 생성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에 2019년에는 번호 체계를 기존 7자리에서 8자리로 개편한 뒤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어요. 참고로 개편된 번호판 좌측에는 국가의 상징인 태극문양과 번호판 위 변조방지를 위한 홀로그램 등이 추가되기도 했어요.

그럼 현재 8자리로 구성된 자동차 번호판의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그 차량이 어떤 분류와 용도를 갖췄는지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자동차 번호의 구성체계는 자동차의 종류, 용도 그리고 등록번호 등 총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어요.
먼저 가장 맨 앞의 세 자리 숫자는 차종을 알려주는 숫자예요. 100~699는 승용차, 700~799 승합차, 800~979 화물차, 980~997 특수차, 998~999의 경우 긴급자동차에 부여되는 숫자인 것이죠. 바로 옆에 위치한 1자리 한글 문자는 자동차의 용도를 뜻하는데요. 크게 사업용과 비사업용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일반 자가용을 뜻하는 글자는 ‘가, 나, 다’ 등 총 32개 문자 중 하나가 배정되며, ‘하, 허, 호’는 렌터카, ‘배’는 택배, ‘아, 사, 바, 자’는 택시, 버스 등을 의미하죠. 그리고 마지막 네 자리 숫자는 자동차 등록번호로 별도의 구분없이 임의로 부여하고 있죠.

자동차 번호판에 기재된 숫자 및 글자뿐만 아니라 번호판 배경의 색깔을 보고도 그 차량의 용도를 확인할 수 있어요. 최근 부쩍 도로에서 파란색(혹은 하늘색) 배경의 번호판을 단 자동차를 자주 만나 볼 수 있는데요. 전기차 및 수소차의 경우 흰색이 아닌 이러한 파란색 번호판이 부착돼요. 이는 2017년부터 친환경 자동차에 파란색 번호판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기 때문이죠. 참고로 파란색 번호판의 경우 아직까지 앞자리 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부여되는 세 자리가 아닌 두 자리 수로만 구성되도록 법제화되어 있어요.
그 밖에도 버스, 택시와 같은 영업용 차량은 노란색을, 외교관 이용 차량은 진한 청색 배경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연두색 번호판이 새롭게 도입됐는데요. 이는 법인등록차량을 뜻하는 색상이에요.
자동차의 나라
미국의 번호판은 어떨까?

다른 국가와 달리 미국의 경우에는 50여개 주로 이뤄진 연방국가라 그런지 각 주에 따라 자동차 번호판의 디자인, 번호체계 그리고 부착위치도 제각각인 것으로 유명해요.
기본적으로 번호판 체계에 있어 공통적인 부분을 먼저 설명해 드릴게요. 미국의 경우 자동차 번호판 상단 및 하단에 주 이름 및 슬로건 등이 기재가 되고 그 사이 중앙에는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6~7자리 등록번호가 기입된다고 보시면 돼요.
참고로 자동차 번호판의 배경은 각 주마다 보유하고 있는 대표 디자인이 있다고 해요. 부착위치의 경우 어떤 주는 자동차 번호판을 양쪽에 달아야 되는 한편 다른 주는 뒤에만 부착하면 되는 곳도 존재하죠.

미국의 자동차 번호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아요. 앞서 언급한 자동차 번호판의 배경은 주 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디자인이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로 이뤄진 경우도 있으며,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또 다른 디자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해요. 예를 들면 특정 기관 혹은 단체명이 기재된 특수한 배경의 번호판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번호판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매년 해당 단체로 일정 금액의 후원금 혹은 기부금을 낸다고도 해요.
아울러 자동차 번호판에 기입되는 등록번호 또한 본인이 원하는 글자로 지정할 수도 있어요. 따라서 본인의 이름이나 성, 별명 등 무궁무진한 방식으로도 번호판을 커스텀 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이처럼 미국만큼 번호판 디자인이 각양각색인 경우도 없을 거예요. 따라서 미국의 운전자들에게 번호판이란 단순히 자동차 등록번호가 아닌 본인의 지위, 직업, 상황 등을 녹여낼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된다고도 볼 수 있겠죠?
지금까지 자동차 번호판의 역사 그리고 번호체계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봤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자동차 번호판의 체계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형식을 뛰어넘은 디지털 번호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어요.
이처럼 자동차 번호판의 변화는 무궁무진해요.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어떤 새로운 체계의 번호판이 도입될까요?
이미지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픽사베이, 펙셀즈, 첫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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