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의 죽음, 믿을 수 없었다" [권마허의 헬멧]
슈마허 "그의 죽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실제로 세나 죽음 이후 슬럼프 겪기도
그는 슈마허 이전 F1을 지배하던 선수로 월드 챔피언 경력도 세 차례나 있습니다. 세나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좀 더 비중을 둬서 자세하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1994년 5월 1일, 이탈리아 이몰라 서킷에는 슈마허와 세나를 비롯한 선수들이 여느 때와 같이 레이싱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 챔피언 점수에서 슈마허에 뒤쳐지던 세나는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했습니다. 여기서 지게 되면 사실상 세계 챔피언은 슈마허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기를 앞두고 세나가 굉장히 공격적인 레이싱을 펼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가 큰 사고를 당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경기가 시작되고 세나는 예상대로 공격적인 운전을 하며 1위로 레이싱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뒤는 슈마허가 바짝 따라 붙고 있었습니다.
몇 랩 후 세나와 슈마허가 탐부렐로 코너(2번 코너)에 진입했을 때, 1등으로 가던 세나의 차가 급격하게 흔들리며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차가 반파되고, 바퀴 2개가 나뒹굴 정도로 큰 사고였습니다. 경기장에는 자동차 파편들이 여기 저기 흩뿌려져 있었고 사고의 충격으로 세나는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진행요원인 마샬들이 긴급하게 황색기(옐로우 플래그)를 흔들며 수습에 들어갔습니다. 황색기가 나오면 일시적으로 추월이 금지됩니다.
이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마샬이 급하게 적색기(레드 플래그)를 사용하며 경기는 일시 중단됐습니다.
당시 슈마허가 몸 담았던 베테통의 팀 대표 플라비오 브리아토레는 "모두가 침묵했다"며 "이상한 공기가 경기장을 감쌌다"고 회상했습니다. 브리아토레는 올해 알핀팀을 통해 F1에 복귀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후 서킷을 재정비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경기는 재개됐습니다. 주행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돼 쉽지 않았던 데다, 서킷 자체가 크지 않은 탓에 추월이 힘들었고, 기존 1위 세나가 빠진 상황에서 슈마허를 이길 사람은 없었습니다.
슈마허는 이때까지 세나의 죽음을 몰랐다고 합니다. 주위 사람들도 슈마허에게 "(세나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만 전달했다고 합니다. 슈마허는 우승 후 서게 된 시상식(포디움)에서 크게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라이벌은 세나와 나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안다"고 할 만큼 세나를 존중했던 슈마허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행동이었죠.
슈마허는 우승대 위에서 세나가 혼수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슈마허는 "지금 코마 상태라고 하더라도 내일, 혹은 그 다음날 괜찮아질 수 있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경기 2시간 뒤 세나가 위급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는 "꼭 나쁜 건 아닐 거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세나의 죽음이 알려진 후 슈마허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의 죽음이)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며 "한 두 경기를 놓치긴 하겠지만 다시 돌아와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라이벌의 죽음 후, 슈마허는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그는 "2주가 넘게 세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운전대를 다시 잡기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 갔을 때 많은 것들이 바뀌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슈마허는 "일반 차량을 타고 실버스톤 서킷을 돌았는데, '이 지점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여기서 테스트도 많이 하고 경주도 많이 했는데, 이런(죽음과 관련한) 지점밖에 안 보였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슈마허는 타고난 정신력으로 금방 페이스를 되찾았습니다. 이후 열린 스페인 헤레스 그랑프리에서는 1위를 되찾아올 정도였습니다.
1994년 세계 챔피언은 호주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됐습니다. 슈마허와 데이먼 힐은 마지막 경기 직전까지 단 1점 차이로 1·2위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다음화에는 1994년 마지막 경기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슈마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소개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팀, 선수가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물론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혹시 궁금한 팀, 선수가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물론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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