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의 접점을 위해 LG전자가 만든 공간, 그라운드220

양평동의 한 2층 건물, 존재감이 엄청나요. 금속 제조공장과 인쇄 공장 사이에서 홀로 도드라져요. 외벽이 노랑, 빨강, 분홍, 초록… 총천연색으로 빛나죠. 꽃과 운동화, 피아노 건반이 장난처럼 그려진 벽화, 런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린다 바리츠키의 작품이래요!

화려한 그림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건물에 발을 들이는데... 응? 1층엔 가전제품이 가득해요. 여긴 LG전자 베스트샵이에요.

그 순간 2층에서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요. 진한 초록색 벽에 둘러싸인 연갈색 계단을 따라 올라갔어요. 어디선가 물소리도 들리네요? 환한 2층에 올라서자 누군가가 웃으면서 다가와요.

“그라운드220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220은 220볼트를 뜻해요.

이곳은 LG전자가 고객과
220볼트로 연결되는 경험 공간입니다.”

와, 220볼트...! 좀 짜릿하네요? LG전자는 왜 이런 공간을 만든 걸까요? LG전자 CX센터의 구지영 상무와 CX센터 팀원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어요.


Chapter 1. 제품의 의미를 찾아온 사람들

그라운드220. ⓒLG전자

그라운드220을 만든 사람들. 2014년부터 함께 일해왔어요. LG전자 LSR(Life Soft Research)고객연구소에서 처음 만났죠. 1989년 설립된, 전자업계 최초의 생활문화연구소예요.

LSR고객연구소. 끈질긴 고객 관찰로 유명해요. 질문의 답을 찾을 때까지 고객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거든요. 고객 집을 찾아가서 8시간 넘게 머물기도 하고요, 냉장고나 세탁기 앞에 카메라를 달아놓고 일주일 넘게 지켜보기도 한대요. 그러면서 질문하는 거죠. “이 고객에게 냉장고란/세탁기란/TV란 뭘까” 하고요.

한마디로 ‘고객 삶에서 가전제품이 갖는 의미’를 찾아내는 거예요. 그 의미가 한 줄로 정의될 때까지 묻고 묻고 또 물어요. 물론 쉽진 않아요. 그래서 고객 조사를 ‘수렵 활동’에 비유한대요.

“수렵을 나갈 땐 토끼를 잡을지 멧돼지를 잡을지 알 수 없잖아요. 선입견을 버리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예민하게 지켜봐야 해요.

제품뿐 아니라 이 사람들의 생활 전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요.”

_구지영 LG전자 CX센터 상무

그 답을 찾으면 뭐가 나오냐고요? 새로운 제품의 컨셉이 나온대요! 예를 들어볼게요.

2016년 나온 공기청정기 ‘퓨리케어360’. ‘공기 순환’이란 키워드를 강조하며 에어 서큘레이터를 탑재했어요. 이 제품은 중국 고객을 탐구한 끝에 나왔대요. 연구팀이 중국 가정집에서 머물며 지켜봤더니, 유난히 자주 창문을 여닫더래요. 심지어 미세먼지가 심한 날도요. 중국인들이 유난히 ‘공기 순환’에 민감하다는 걸 알게 됐죠. ‘집안에 나쁜 공기가 고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거예요.

덕분에 팀은 “공기는 순환”이란 컨셉을 뽑아냈어요. 디자인팀과 상의해 에어 서큘레이터가 붙은 공기청정기를 개발했죠. 공기가 얼마나 순환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라이팅 디스플레이를 부착했고요.

와우, 신기해요. 정말 제품의 의미를 정의하니까 개발해야 할 컨셉이 보이네요?

Chapter 2. 미션 : 어떻게 20대와 접점을 넓힐 것인가

잠깐, 제품의 의미를 찾던 이들이잖아요? 그런데 왜 양평동에 고객 경험 공간을 연 걸까요?

시야가 넓어졌기 때문이래요. 구지영 상무가 2021년 마켓인텔리전스 담당으로 발령난 게 계기였어요. 그동안 제품 중심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던 고객 경험을 큰 시야에서 정리하는 임무를 맡았죠.

MI팀은 두 가지 문서를 완성해 전사에 배포했어요. 바로 ‘고객 경험 여정’과 ‘브랜드 터치 포인트’. 고객이 LG전자라는 브랜드를 만나고 관계 맺는 9개 단계와 67개의 터치 포인트를 순서대로 정리한 문서예요.

잠깐, 터치 포인트가 67개나 된다고요? 나와 LG전자 사이에 67개나?

따져보니 그렇더래요. 광고에서 LG전자를 만나는 순간, 지인의 입에서 LG전자 얘기를 듣는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모두가 ‘접점’이에요. 매장을 방문하는 순간도 ‘접점’이지만 제품을 뜯고 패키지를 버리는 순간도 ‘접점’이죠.

평생 제품과 고객의 관계를 연구하던 구지영 상무, 이 문서를 정리하며 충격을 받았대요.

“제가 지난 15년 동안 고민해 온 제품이 결국 67가지 터치 포인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가 제품 못지않게 패키지와 설명서, 고객을 만나는 매장과 고객이 우리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_구지영 LG전자 CX센터 상무

또 하나의 충격은 MZ세대와의 접점이었어요. MZ세대가 LG전자와 만날 기회가 너무 적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20년 전엔 이러지 않았어요. 서른이면 보통 가정을 꾸리고 가전을 사니까요. 자연히 LG전자 제품을 혼수로 구매하고 관계를 맺게 됐어요.

지금은 이런 전형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붕괴됐잖아요. 지금의 20대는 LG전자라고 하면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정확히 뭐가 좋다는 건지는 모르겠다’라고들 답해요.

엄마 입에서만 LG전자 얘기를 듣다 보니, 구전동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_박민지 LG전자 CX센터 선임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어요. 2023년 초, LG전자에 CX센터가 신설된 거예요. 자연히 그다음 스텝이 결정됐어요. 잠깐, 제품의 의미를 발견하고, 고객 여정을 지도로 만들어봤잖아요. 그럼 그다음 스텝은?

바로, "영제너레이션과의 접점을 직접 만든다"는 것이었어요!

LG전자 구지영 CX센터 상무. ⓒ롱블랙

Chapter 3. 친구처럼 서로를 알아나가려면

영제너레이션과 관계 맺기. 그런데 왜 경험 공간으로 시작했을까요?

CX센터는 고민했대요. ‘LG전자가 영제너레이션과 맺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관계가 뭘까?’ 깊은 고민 끝에 답이 나왔다고 해요.

“그동안 고객을 대상처럼 바라봤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품을 판매할 대상, 제품 기획을 위해 분석할 대상으로 말이에요.

그냥 친구처럼 바라보면 뭘 하는 거지? 친구는 그냥 서로를 알아가는 거잖아요. 대화를 나누고 서로 집에 놀러 가면서요.”

_김영수 LG전자 CX센터 팀장

오,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친구 집에 한번 놀러 가면 절친이 되잖아요! 그런데 브랜드 공간에서도 그런 느낌 받은 적 있어요. 애플 스토어 한번 갔다 오면 왠지 애플이랑 더 깊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

“LG전자가 ‘가전이 강한 회사’로 인식되면서, LG전자 매장은 20대가 찾아오기 어려운 공간이 됐어요.

일단 이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품으로 끌어들일 게 아니라 그냥 놀러 오게 하고 싶었죠. 그러고 나면 친밀감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그 친밀감이 시작이 돼야 한다고요.”

_박민지 LG전자 CX센터 선임

‘20대가 놀러 올 공간, 어디에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고민이 시작됐어요. LG베스트샵과 손잡은 건 고객과 오래 친해지고 싶어서예요. 이들은 반짝 짧게 팝업을 열고 싶지 않았대요.

“팝업스토어는 좀 일방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브랜드 이야기만 전한다고 할까요?

팝업이 너무 많아지는 것도 문제라고 느꼈어요.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으니 서두르게 되고, 실컷 체험을 해도 어떤 브랜드였는지 기억에 남지도 않고요.”

_최화윤 LG전자 CX센터 선임

전국 50~60곳 LG베스트샵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오래, 널찍하게 쓸 공간을 빌려야 했죠. 서울 양평동의 매장에서, 팀원들은 소리를 질렀어요. 2층 사무실 공간은 넓었고, 테라스 뒤로는 호젓한 공원이 펼쳐졌어요.

궁금했어요. 성수나 강남 같은 힙플레이스에 욕심이 나진 않았을까요?

“좋은 관계를 위해선 서로 알아나갈 시간이 충분히 필요해요. 가급적 고객들이 오래, 편안히 머물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좋은 콘텐츠로 입소문이 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_고민정 LG전자 CX센터 책임

임대료를 아낀 돈으로 굿즈와 널찍한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서촌의 유명 카페 '아키비스트'와 손을 잡았어요.

“부담을 주지 않는 공간이고 싶었어요. 카페로 이 공간을 인식하고 들어와도 좋으니, 그냥 편히 쉬다 갔으면 했죠.

그러다가 저희의 제품을, 저희가 준비한 경험을 발견해 주면 더욱 좋고요. 문턱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_김영수 LG전자 CX센터 팀장
ⓒLG전자

Chapter 4. 20대가 원하는 ‘쉼’과 ‘갓생’ 사이

공간은 마련했으니, 이제 콘텐츠를 채워야겠죠! CX센터는 그라운드220의 컨셉을 고민했어요.

이때 도움을 준 이들이 있었어요. LG전자의 20대 크루! 매년 회사가 뽑는 20대 자문단이죠.

CX센터는 이들과 가까이 지내기 시작했어요. 유명한 브랜드 공간도 찾아보고, 워크샵도 열었죠. 그러면서 의외의 사실을 배워나가요.

예를 들면, 20대 친구들은 의외로 ‘즐거움’보다 ‘쉼’을 더 원한다는 것! 고민정 책임은 이해가 안 됐어요. 회사에 다니지도 않는데 왜 쉬고 싶을까?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되더래요.

“늘 온라인에 접속해 있잖아요. 그게 때론 지친다는 거였어요. ‘오프모드’가 필요하다고요. 세상의 트렌드를 다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끼고 있었죠.

다 잊고 오롯이 쉴 수 있는 시간,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고들 했어요. 저희 제품으로 그런 순간들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_고민정 LG전자 CX센터 책임

‘루틴’. CX센터에 “아하 모먼트”를 안겨준 키워드예요. 불안을 얘기하는 20대 친구들이 스스로 찾은 해답 같다고 느꼈거든요.

“요즘 친구들은 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무력감을 느껴요. 일상이 팍팍하고 불안하죠. 이 상황에서 루틴은, 내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작지만 가장 적극적인 행위예요.
‘갓생’은 못 살아도 매일의 루틴이 쌓이면 ‘내가 그리는 나’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_성우철 LG전자 CX센터 선임

그리고 이 ‘루틴’이라는 키워드, LG전자라는 브랜드와 묘하게 닮았더래요.

“LG전자는 매일의 의식주를 함께 하고 있는 브랜드잖아요. 고객의 삶에 계속 새로운 루틴을 제안해 왔어요. 라디오, 세탁기, TV, 스타일러로 일상 속 습관을 바꾸고, 나아가 삶을 변화시켰으니까요.”

_박민지 LG전자 CX센터 선임

문제가 있었어요. 40, 50대 임직원들이 ‘루틴’이란 키워드를 이해하지 못했대요. “그건 반복되고 지루한 일을 상징하는 단어 아니냐”는 거였죠. 팀의 막내였던 박민지 선임, Z세대의 실제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인터뷰와 인스타그램, 틱톡 속에서 ‘루틴’이란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캡처했죠.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만큼 좋은 설득은 없어요. 저희는 20대 친구들의 진짜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죠. 그래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어요.”

_박민지 LG전자 CX센터 선임
ⓒLG전자
이후, '루틴'이라는 컨셉으로
LG전자가 '그라운드 220'에
어떻게 디테일을 더해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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