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출제한에 한숨 돌렸지만…업계 “효과 제한적” 우려

고은결 2026. 3. 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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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출 제한·수급안정 규정’ 시행
재고소진 늦춰 셧다운 최악상황 대비
국산 수출비중 11%로 낮아 개선 한계

정부가 국내에 보유 중이거나 생산되는 나프타(납사)의 수출을 전면 제한하면서, 원료 수급난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는 일단 정부 대응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제 수급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중동 전쟁 장기화 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0시부터 ‘나프타 수출 제한 및 수급 안정 규정’을 시행하고,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보유 중인 나프타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예외적으로 수출이 필요한 경우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하며, 기존 계약 물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치는 5개월간 유지된다. ▶관련기사 14면

정부는 수출 제한과 함께 강도 높은 수급 관리에도 착수했다. 정유사(나프타 사업자)와 석유화학사(나프타 활용사업자)는 나프타 생산·도입·재고·판매 현황을 매일 보고해야 하며, 매점매석이 의심될 경우 정부가 직접 판매·재고 조정에 나설 수 있다. 필요 시 특정 업체에 대한 공급 지시나 생산 명령도 가능하다.

▶최악 상황 늦출 듯…다만 효과는 제한적=이번 조치는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전남 여수 국가산단에서는 원료 부족으로 일부 공장이 이미 가동을 멈췄고, 주요 석화업체들도 가동률을 낮추거나 정기보수를 앞당기며 대응 중이다. 현재 업계가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약 2주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화업계는 정부 조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출 물량이 국내로 전환되면서 공장 셧다운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국내 생산 나프타 중 해외에 수출되는 비중 자체가 약 11%로 낮다. 올해 3월 1~25일 해외에 수출된 나프타는 총 19만6936톤(1억4700만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줄었다.

또한 정유사들이 주로 수출하는 나프타는 벤젠·톨루젠·자일렌(BTX) 같은 방향족 제품 생산에 쓰이는 ‘중질 나프타’인 반면, 석화업계 나프타분해시설(NCC)에 필요한 것은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만드는 ‘경질 나프타’이기 때문이다. 성분이 다른 원료는 바로 투입이 어렵거나 생산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와 러시아산 나프타 도입 문제 해소에도,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석화사 공장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좌불안석’ 정유업계 적극 동참 방침=정유업계는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정부의 가격 통제 움직임에 이어 ‘유가 담합 의혹’ 압수수색을 받는 등 전반적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나프타 위기 품목 지정과 수출제한 조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휘발유와 경유, 나프타 등 주요 석유 제품의 국내 시장 우선 공급에 더욱 애쓰겠다”고 밝혔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들이 수출하는 석유 제품 중 나프타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정부 대책으로 인해 정유사들의 받는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계약된 수출 물량까지 제한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유사들이 해외 거래처에 대한 보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 역시 나프타 수출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기업 손실에 대한 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들을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정유사들로서는 정부 조치에 반박하기 힘든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與 “원자재 급등 대응 및 상생 협력 지원”=한편 나프타 수급난으로 플라스틱, 포장재 업체 등도 어려움을 겪으며, 나프타 부족 여파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도로 번지고 있다. 이에 국회 차원에서도 업계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및 후속 입법 등을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광주시에서 플라스틱 업계와 중동상황 민생현안 긴급 대응 및 상생협력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고 “나프타 수급 불안정으로 플라스틱 업계의 위기감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민주당도 전날 석유화학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하고 원자재 급등 대응과 상생 협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은결·한영대·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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