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美 관세 부담에도 최상위 신용등급…23조 현금 '버팀목'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CEO·사장)가 올 3월 열린 '제8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아

기아가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에도 최상위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은 한풀 꺾였지만 글로벌 시장지위와 제품 경쟁력, 압도적인 유동성이 신용도를 떠받쳤다는 평가다.

5년 연속 매출 성장세…시장 지위도 '견고'

21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기아의 선순위 무보증사채 정기평가 등급은 기존과 같은 'AAA/Stable'로 확정됐다. 등급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기아가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데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전반에서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기아의 신용도를 지탱하는 첫 번째 축은 시장지위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현대차그룹은 2021년 이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기아 자체 브랜드 인지도 강화로 현대차와의 글로벌 점유율 차이도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기아는 국내, 미국, 멕시코, 인도, 슬로바키아 등에 생산기반을 두고 있어 생산지역 다각화 수준이 높다. 판매지역도 국내·미국·유럽·인도 등으로 분산돼 있다.

실적 규모도 확대됐다. 기아의 매출액은 2021년 69조8624억원에서 2022년 86조5590억원, 2023년 99조8084억원, 2024년 107조4488억원, 2025년 114조1409억원으로 매해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도 29조5019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175억원)보다 늘었다. 판매단가가 높은 미국·유럽 시장 비중 확대와 고마진 차종 중심의 판매믹스 개선이 외형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성 방어의 핵심은 제품믹스다. 기아의 고마진 트림 판매비중은 2020년 61.8%에서 2025년 73.0%, 올해 1분기 74.1%까지 높아졌다.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도 긍정적이다. 기아의 하이브리드 차량 글로벌 판매량은 2025년 1분기 11만대에서 2026년 1분기 15만대로 35% 증가했다. 전기차 수요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보유한 포트폴리오가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내외 변수에도 견조한 현금창출력

다만 수익성에는 관세 부담이 반영됐다. 기아는 2025년 미국 자동차 품목별 관세로 약 3조원의 비용을 인식했다. 이에 따라 EBIT마진은 2024년 11.8%에서 2025년 8.0%로 낮아졌고 올해 1분기에도 7.5%를 기록했다. 나신평은 수익성이 고점 대비 하락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관세 부담을 감안하면 여전히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외 환경도 부담 요인이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 판매량이 각각 5.6%, 6.1% 줄었다. 두 시장이 글로벌 자동차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의 인센티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통상정책도 변수로 남아 있다.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관세율은 2025년 11월 25%에서 15%로 낮아졌다. 다만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가 2025년 4월 이후 부과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관세비용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일 전망이다. 고유가 역시 석유화학 기반 원재료비와 운송비 부담을 키워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아 현금흐름 추이. /자료=나이스신용평가

그럼에도 기아 재무구조는 최상위 신용등급에 걸맞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기아의 현금성자산은 23조6370억원으로, 총차입금 2조6625억원을 크게 웃돈다.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0조9746억원으로 사실상 순현금 구조다. 부채비율은 70.9%, 순차입금의존도는 -19.9%를 기록했다. 단기성차입금 1조7627억원과 비교해도 현금성자산이 13배 이상 많아 단기 유동성 위험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금창출력도 견조하다. 기아는 2025년 관세비용 인식에도 EBITDA 11조7921억원, 잉여현금흐름 4조23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EBITDA 3조47억원, 잉여현금흐름 1조5341억원을 냈다. 전동화, SDV 전환, 화성 EVO 플랜트, 미국 조지아 투자 등으로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연간 투자계획은 10조7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나신평은 기아가 보유 유동성과 내부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투자 부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등급의 핵심 변수는 수익성 방어와 재무안정성 유지 여부다. 나신평은 "산업환경 저하나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부담 증가 등으로 EBITDA마진이 10% 미만으로 낮아지거나 부채비율이 90%를 넘고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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