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 5] - 자폐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①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한 세간의 오해를 풀고, 평소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Q 고기능 자폐, 저기능 자폐는 각각 어떻게 다르나요?
A 자페 스펙트럼 장애는 많은 경우 지적 장애를 동반합니다. 그중 고기능 자폐는 지적 장애가 심하지 않은 상태, 보통 지능지수 7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저기능 자폐는 지능지수 70 이하 수준의 지적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를 통상 지칭합니다. 그러나 고기능 자폐증이라고 해서 지능이 아주 뛰어나다거나 자폐증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준으로 고기능 자폐와 저기능 자폐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자폐증을 진단받은 아동들도 저마다 성격과 개성이 다른 개별적이고도 복잡한 존재입니다. 이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에 따라 여러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발달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지능지수를 기준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또 고기능 자폐든, 저기능 자폐든 이들 모두 공통적인 특징으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자폐증 치료는 늦게 시작하면 치료가 잘 안 된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A 자폐증 치료는 어릴 때 시작할수록 더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치료가 조금 늦어졌다고 해서 좋아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인간의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인간의 발달과 성장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며, 이는 자폐증이 있는 사람도 예외는 아닙니다.
개중에는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무조건 많은 치료 시간을 채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나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오랜 치료 시간만으로는 프로그램의 효과성이나 적합성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 치료 목표나 방향, 프로그램의 유익성이나 전문가들의 치료 방식이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지, 아이의 연령대나 수용 정도에 무리가 없는 스케줄인지, 우리 아이와 치료진들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폐증 치료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사자는 물론 부모님들께서 너무 지치지 않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아주 어리거나 심하게 중증인 경우, 집중치료가 좋은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조차 치료 스케줄이 너무 빡빡한 것은 아닌지,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항상 확인하며 신경 써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중재 프로그램을 잘 선택해 아이의 발달 상태나 컨디션, 가족의 생활 방식과 조화를 이루며 꾸준히 진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Q 자폐아들을 위해 부모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자폐증이 있는 우리 아이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면서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입니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또 예측하기 힘든, 두려운 곳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폐증이 없는 아이들도 조금씩 자신의 한계와 두려움을 시험해 보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안전한 집에서 부모님과만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비록 힘들더라도 조금씩 새로운 경험과 어려운 상황도 겪어 보게 하면서 자조 기술을 배우고, 사회적 ·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 그리고 배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아이에게 자폐증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 주면 좋을까요?
A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도 사회적인 인식 능력이 생겨남에 따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거나 유독 어떤 상황이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힘들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렇듯 그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거나 다양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뇌 영역의 문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스테판 쇼어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알릴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 1단계: 아이가 가진 독특한 장점들을 아이에게 인식시킨다.
- 2단계: 아이가 가진 장점과 문제점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고, 적어 본다.
- 3단계: 롤 모델,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특별한 능력이나 장점을 아이가 가진 능력이나 장점들과 비교해 본다. 단, 이 과정에서 어떠한 평가도 내려서는 안 된다.
- 4단계: 자폐증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아이가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경험하고, 또 유독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이해하도록 해 준다.
다음 편에서도 이어서 자폐증에 대해 궁금했던 내용을 짚어보고, 좀 더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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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세영 역(2016). 독특해도 괜찮아. 예문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