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어나 연어 같은 생선을 먹으면서도 곁들임 반찬은 김치와 장아찌로 채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생선에 몸에 좋은 지방이 있으니 반찬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짠 반찬과 달콤한 양념이 겹치면 생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습니다. 이때 접시 한쪽에 초록색 채소를 더하면 식사의 균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생선과 함께 챙길 채소는 바로 브로콜리입니다.

브로콜리는 십자화과 채소로, 글루코라파닌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브로콜리를 자르고 씹으면 식물 속 효소가 작용해 글루코라파닌 일부가 설포라판으로 전환됩니다. 설포라판은 세포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성 자극에 대응하는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꾸준히 연구돼 왔습니다. 다만 사람 대상 연구는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브로콜리가 염증을 말끔히 없애는 치료 식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다양한 채소를 먹는 식단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타당합니다.

생선 속 EPA와 DHA는 소장에서 흡수된 뒤 혈류를 타고 간과 세포막으로 이동합니다. 브로콜리를 씹어 나온 식물성 성분도 장을 거쳐 흡수되거나 장내 미생물에 의해 다른 물질로 바뀝니다. 여기에 브로콜리의 식이섬유는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미생물이 활용할 먹이를 보태고 포만감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생선이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을 채운다면 브로콜리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식물성 성분을 보완하는 셈입니다. 두 음식이 만나 염증을 즉시 제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공육과 짠 반찬 중심의 한 끼를 바꾸는 데는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조리법은 오래 삶는 것보다 짧게 찌거나 팬에서 가볍게 익히는 방식이 좋습니다. 브로콜리를 물컹해질 때까지 가열하면 식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설포라판 생성에 필요한 효소의 활성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잘라 잠시 두었다가 살짝 익히고, 올리브유와 후추를 조금 곁들이면 생선 옆에 놓기 좋은 반찬이 됩니다. 너무 익힌 브로콜리에는 겨자 가루를 소량 곁들이면 설포라판 이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도 보고됐습니다. 다만 소금과 마요네즈를 듬뿍 넣으면 건강한 곁들임이 다시 짠 고열량 반찬으로 바뀝니다.

한 끼에 브로콜리 네댓 송이를 생선과 함께 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고등어나 연어뿐 아니라 조기와 갈치, 흰살생선에도 잘 어울리며 두부나 계란을 더해도 좋습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익힌 브로콜리를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지만, 특정 식사 제한을 받은 사람은 담당 의료진의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복부 팽만이 잦다면 처음부터 큰 접시를 먹지 말고 소량씩 늘리는 편이 편안합니다. 생선을 튀기거나 달고 짠 양념에 조린 뒤 브로콜리만 올린다고 전체 식사가 건강식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브로콜리 한 접시가 관절염이나 혈관 염증을 치료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생선 옆의 젓갈과 장아찌를 줄이고 브로콜리를 올리면 나트륨을 낮추고 채소 섭취를 늘리는 현실적인 변화가 시작됩니다. 몸속 염증은 체중과 흡연, 음주, 수면 부족, 만성질환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만드는 문제이므로 음식 하나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오늘 구운 생선 옆에 초록색 브로콜리 몇 송이를 놓아 보십시오. 이런 평범한 한 접시가 쌓이면 10년 뒤에도 편안한 혈관과 가벼운 관절로 가족의 식탁을 지키는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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