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년형 로버트 김, 한국이었다면 집유”

한국과 미국 시민권자인 로버트 김(김채곤·84)은 미 해군 정보국 군무원 시절인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북한 잠수함 동향 등 미국의 군사 기밀 30여 건을 한국 대사관에 전달해 간첩 혐의를 받았다.
로버트 김은 당초 법정에서 “우방인 한국이 알아도 될 만한 통상적인 자료를 넘긴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후 유죄를 인정하는 대가로 간첩죄보다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벼운 ‘기밀 유출’ 혐의를 적용받아 징역 9년에 보호관찰 3년 형을 선고받았다. 로버트 김이 유출한 문서가 미국 국방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고, 그가 한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미 검찰은 애초에 김씨를 간첩법 위반(간첩죄) 혐의로도 기소했는데, 간첩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었다.
법조계에선 “로버트 김이 한국에서 기소됐다면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을 받는 데 그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적국(敵國)’에 해당하는 북한이 아닌 국가일 뿐 아니라 우방국에 군사 기밀을 유출할 경우 형법이나 군형법상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는다.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 기밀을 위법하게 탐지·수집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을, 유출한 경우 3년 이상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초범이고 범죄 혐의가 중대하지 않을 경우 대체로 집행유예가 선고된다고 한다. 공안 분야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전직 차장 검사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군사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형량이 약한 편”이라고 했다.
실제 1993년 시노하라 마사토 일본 후지TV 서울지국장이 한국군 장교로부터 군사 기밀 자료를 넘겨받아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추방됐다. 한국형 공격 헬기 사업 관련 기밀을 미국 군수 업체에 넘겨준 무기 중개 업체 대표도 2015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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