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 90%를 해외서 고친다"…1.5조 MRO 승부

MASGA를 계기로 함정 MRO가 새 먹거리로 떠올랐지만 국내에는 대형선 수리 기반이 부족하다. 부산항 신항에 1조5000억원 규모 단지가 추진된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계기로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와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이 국내 조선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는 대형 선박을 수리할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적인 선박 건조 경쟁력을 갖추고도 국내에서 만든 대형선 대부분을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수리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해양 MRO·수리조선 클러스터 구축 토론회에서 나온 진단이다.

"부산항 신항에 1조5000억"…정부의 해법

정부는 부산항 신항에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대형선 전용 수리조선단지를 구축해 MRO 산업 기반을 다시 만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건조한 대형선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정기수리를 받는 현재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MRO는 신조 대비 부가가치와 고용 효과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조선업 경기 변동을 완충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함정 MRO의 경우 미 해군 함정 정비 물량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더해진다.

"도크만으로는 안 된다"…업계가 짚은 조건

다만 업계에서는 대규모 도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MASGA에 따른 MRO 수요를 국내 산업으로 흡수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신조 단계부터 5~15년 뒤 정기수리를 묶는 장기 MRO 계약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숙련인력과 기자재·부품 공급망, 그리고 함정 정비에 필수적인 보안·인증체계까지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수리조선은 건조와 달리 예측이 어려운 작업이 많아 숙련도가 곧 경쟁력이 되는 분야다.

"클러스터가 관건"…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이번 논의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MASGA 시대를 여는 해양 MRO·수리조선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단일 조선소가 아니라 기자재와 부품, 인력을 아우르는 클러스터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함정 MRO는 보안 등급과 미국 측 인증 절차가 별도로 요구되기 때문에 제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내 해양·함정 MRO 경쟁력 강화 방안은 국회 차원에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MRO는 신조 수주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장기간 안정적인 일감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1조 5000억 원 규모 단지 구축이 실제 수요 확보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미 해군 함정 정비 시장 진입 여부가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이코노믹리뷰·다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