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ARS의 긴 납기에 불만"... 에스토니아, 한국 천무 구입 발표

에스토니아가 미국의 HIMARS 대신 한국의 천무를 선택했습니다.

"긴 납기를 기다릴 여유는 없다"며 미국에 호소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자, 결국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난 10월 23일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한국과 방위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미국 무기 체계의 대안으로 한국 방산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NATO 회원국이자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가 미국 시스템을 포기하고 한국 시스템을 선택한 배경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화력 투사의 패러다임


서방 국가들은 오랫동안 전장에서의 화력 투사를 항공 전력에 의존해 왔습니다.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한 공중 폭격이 주된 타격 수단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이런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고도의 방공 시스템에 의한 접근 거부가 실제로 성립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S-400

러시아의 S-400을 비롯한 방공 시스템들이 우크라이나 상공을 장악하면서, 항공기를 통한 화력 투사는 큰 제약을 받게 됐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상 기반의 화력 투사 능력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습니다.

주포나 다연장 로켓 시스템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유럽 각국에서 이들 무기의 신규 및 추가 도입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죠.

에스토니아도 이런 흐름 속에서 2020년에 HIMARS를 발주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도입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로서는 장거리 공격 능력의 확보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기다릴 여유가 없다" 에스토니아의 절박한 호소


에스토니아 국방투자센터의 마그누스 사르는 지난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0년에 발주한 HIMARS의 인도는 2025년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추가 도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략적 지속성을 높이는 추가 지출 16억 유로의 대부분은 HIMARS에 투자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단서를 붙였습니다.

"HIMARS의 추가 도입은 납기와 가격에 좌우됩니다. 만약 인도에 시간이 걸린다면 다른 것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습니다. 에스토니아는 실제로 대안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협의와 정보 수집을 실시하는 한편,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239 천무, 터키의 Rocketsan의 KHAN, 이스라엘의 Elbit Systems의 PULS 등 여러 대안 시스템들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죠.

당시 Breaking Defense는 "사르의 발언은 HIMARS의 납기 지연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에스토니아가 결국 HIMARS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발트 3국이 HIMARS의 공동 운용으로 합의하고 있었고, 에스토니아군은 미 육군의 HIMARS 부대와 자주 훈련과 협력을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납기 문제나 경쟁 기업과의 협의에도 불구하고 에스토니아의 추가 도입은 비교적 견고해 보인다"는 것이 당시의 전망이었습니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터진 페프클 국방장관의 직격탄


그러나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Breaking Defense의 취재에 응한 페프클 국방장관은 매우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미국 정부에 생산을 가속시킬 준비가 있는지, 아니면 인도가 빠른 생산 틀을 줄 준비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는 사실상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이었습니다.

미국의 방위산업 전문 매체인 Breaking Defense는 "미국 정부의 응답에 따라 에스토니아는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며 "이 결정은 몇 달 안에 내려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체 시스템에 여러 이름이 거론됐지만, 페프클 국방장관은 천무에만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이미 그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죠.

에스토니아의 입장에서 이런 결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장거리 공격 능력의 공백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2020년에 발주한 무기가 2025년에나 인도된다는 것도 문제지만, 추가 발주분의 납기는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의 방산 업체들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다른 동맹국들의 주문으로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달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의 방위 협력 협정 체결, 천무 도입 확정


결국 에스토니아의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23일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페프클 국방장관과 안귀백 국방부장관이 서울에서 방위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협정에 따라 에스토니아는 HIMARS 부대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제 천무를 구입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에스토니아는 HIMARS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이미 발주한 물량은 받되 추가 발주를 천무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죠.

페프클 국방장관은 천무 도입에 이른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에스토니아에게 장거리 공격 능력은 매우 중요한 능력입니다. 우리는 로켓 발사기의 추가 도입으로 에스토니아군의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합의한 정확한 납입일에 대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장거리 공격 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제 천무를 선택했습니다."

그의 발언에는 미국에 대한 아쉬움과 한국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미국이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하는 동안, 한국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죠.

특히 그는 "한국과의 합의에서 중요한 점은 현지화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천무에 투자되는 금액의 대부분이 에스토니아 산업계에 향하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지화 원칙이 만든 윈윈 구조


페프클 국방장관이 강조한 현지화 원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천무에 대한 투자는 에스토니아 산업계에 대한 수천만 달러의 직접 투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무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에스토니아의 방산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한국 방산의 이런 접근 방식은 폴란드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전투기 등을 수출하면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함께 제공했던 것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수출 실적을 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략입니다.

에스토니아도 이미 K9 자주포를 도입한 바 있으며,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Breaking Defense는 "에스토니아와 한국의 협력 관계는 도입한 K9의 추가 도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이번 협정이 '천무 도입 계약'이 아니라 '천무 도입에 관한 각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천무 조달에 관한 상세 내용을 채우기 위해 양국 관계기관이 협의를 할 예정"이며 "다음 단계는 조달에 관한 협정의 체결"이라는 것입니다.

협정에서는 천무의 도입 규모, 도입 스케줄, 거래와 관련된 세부 사항에서 합의하게 되며, 이후 에스토니아와 한화에어로스페이의 상업 계약이 체결되는 흐름입니다.

천무 도입은 사실상 확정, 남은 것은 세부 협상


어느 협상 단계에서 '도입 확정'이라고 표현할지는 각 언론사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Breaking Defense는 "천무 도입은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틀 협정을 향한 협상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에스토니아의 천무 도입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죠.

이는 여러 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NATO 회원국이 미국의 무기 체계 대신 한국의 무기 체계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HIMARS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추가 발주를 한국 시스템으로 대체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습니다.

둘째, 발트 3국이 HIMARS의 공동 운용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토니아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호환성보다 납기와 가격, 그리고 현지화가 더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됐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셋째, 미국 방산의 생산 능력 한계가 동맹국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무기 수요 급증과 여러 동맹국들의 주문이 겹치면서, 미국 방산 업체들은 납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무기 공급국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죠.

NATO 회원국이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가 천무를 선택했다는 것은, 천무의 성능과 신뢰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다른 NATO 회원국들의 추가 발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특히 납기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천무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