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뽑아야" vs "트럼프에 마음"…최대 선거인단 '펜심'은 지금

펜실베이니아=박준식 특파원 2024. 10. 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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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D-30' 미 대선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 가보니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는 지난 9월 16일부터 11월 대선을 위한 대면 사전투표와 우편투표 등록 등을 시작했다. /사진= 박준식 기자

미국의 수도는 세 번 바뀌었다. 1787년 헌법을 만들며 정한 수도는 뉴욕이었다. 하지만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던 시기라 좀 더 안전한 동부 내륙으로 거점을 옮기기로 했다. 그래서 워싱턴DC를 새로운 수도로 정했는데 도시 건설은 예상보다 더뎠다. 이 때문에 수도의 기능을 대신해줄 안전한 고성이 필요했다. 그게 펜실베이니아주의 중심 필라델피아다.

지난달 27일 찾은 필라델피아에선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미국 독립선언(1776년)이 이뤄진 곳이자 건국의 성지로 불리는 시청 앞 광장에선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렀다. 펜실베이니아주는 9월 16일부터 대면 사전투표를 시작했는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종, 성별, 연령대의 유권자들이 투표구를 통과해 전체 표심을 좌우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었다.

일단 출입구의 신원확인 절차는 상당히 삼엄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패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진행된 소송 과정에서 약 68만표의 우편물과 투표용지가 불법 처리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논란을 일으킨 여파가 미친 듯 했다. 줄을 선 유권자의 신원을 한사람 한사람 철저히 확인하면서 입장을 시켰다.
4년 전 우편투표 무효 논란 재발 경계
미국 유권자가 사전투표 등에 응하기 위해서는 시청에 설치된 투표소와 그 이전의 꼼꼼한 신원확인 절차, 사고방지 수색 등을 거쳐야 한다. /사진= 박준식 기자
시청에 배치된 여성 경관 자넷(36) 씨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폭발물이나 금속 무기 적발이 가능한 탐지기를 거쳐야 사전 유권자 등록과 우편 투표 신청 등의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며 "허가되지 않은 출입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투표소 안쪽의 상황은 엄중했지만 바깥에서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와 독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츠가 연합한 민주당 대선 후보 캠페인 측에서 나온 자원 봉사자인 새라 버(61) 씨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19명을 가진 최대 경합주"라며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 측이 우편투표 부정을 주장했지만 일고의 가치가 없어 법원에서도 기각됐고, 이번 선거에서는 더 철저하게 투표 관리측이 신원확인과 혹시 모를 사고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주 19명' 경합주 중 최대 선거인단
민주당 자원봉사자들은 사전투표 유권자들에게 절차와 방법, 각 캠페인의 정책 내용을 홍보하고 있었다. /사진= 박준식 기자
펜실베이니아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미국 대선의 특성상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린 경합지(Swing State)여서다. 이곳은 당초 민주당 우세지역이었으나 2016년에는 트럼프(공화당)에게 4만여표를 더 주었고, 2020년에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8만여표를 더 밀어주면서 승부가 갈리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우편투표를 무력화하려던 이유도 사실 그 때문이었다. 우편물을 반송해 의사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선거에선 민주당 지지자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시스템 자체가 부정선거를 야기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나온 비정부기구(NGO) 자원봉사자인 브라이언 리나드(52) 씨는 "사전투표나 젊은층 유권자의 투표율이 증가하면 민주당에만 유리하다는 주장은 편협한 논리"라며 "선거가 폭넓은 유권자들의 의중을 들어서 더 나은 리더를 선출해야 하는 민주주의 절차라는 점에서 투표율을 오히려 떨어뜨려 이익을 보자는 것은 중우정치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건은 '샤이 트럼프' 결집 여부
브라이언 리나드(52) 씨는 "투표율을 올리고, 광범위한 유권자로부터 지지 받아야 진정한 리더십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박준식 기자
11월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긍정하면서도 특정인물 지지의사를 공개하지 않거나 자신들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유권자 중에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박준식 기자
사실 투표율은 두 후보의 지지율이 48% 초반에서 동일하게 초박빙을 이루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당선자를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2016년 대선의 투표율은 55.7%에 머물러 트럼프가 승리했다. 그러나 2020년엔 66.9%로 치솟아 바이든에게 백악관 티켓을 안겼다. 뚜렷한 지지후보가 없는 부동층의 투표여부와 결집효과가 판세를 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민자 2세 유권자로 정면 사진촬영을 사양한 크리스티나(34) 씨는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의 일원이고,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으로서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에 지지자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해리스는 이민정책에 실패했고, 부자증세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자유시장주의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트럼프에 사실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정부가 계속되면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위시한 자유 방임주의가 계속 활개를 친다"며 "미국인의 마음 속에는 나라를 세운 청교도 정신을 유지하고자 하는 보수적인 가치관과 이민자의 나라로 성장해오면서 다양성을 강제로 받아들이고자 차별금지를 넘어 소수자를 오히려 우대해온 PC주의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면서도 그의 파격적인 언어와 행동 때문에 공개지지 의사를 나타내지 못하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적잖은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관세정책은 인플레이션 재발시킬 수도
펜실베이니아대(UPenn) 학생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학교의 상경대인 와튼(Wharton)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지의사를 나타내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최근 내놓은 이민자 혐오 발언이나 형사 소추 문제, 성추문, 낙태권 폐지 등을 높은 강도로 비판했다. /사진= 박준식 기자
펜실베이니아대(UPenn) 학생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학교의 상경대인 와튼(Wharton)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지의사를 나타내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최근 내놓은 이민자 혐오 발언이나 형사 소추 문제, 성추문, 낙태권 폐지 등을 높은 강도로 비판했다. /사진= 박준식 기자
펜실베이니아대(UPenn) 학생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학교의 상경대인 와튼(Wharton)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지의사를 나타내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최근 내놓은 이민자 혐오 발언이나 형사 소추 문제, 성추문, 낙태권 폐지 등을 높은 강도로 비판했다. /사진= 박준식 기자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샤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 가능성이 지난 두 번의 선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은 또다른 변수로 지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1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암살 시도를 받았을 때만 해도 이들의 결집은 굳건해보였다.

하지만 이후 그가 공화당 전당대회를 집안잔치로 구성하고, 지난 9월 TV공개토론에서 해리스에게 밀린 것뿐만 아니라 이민자 혐오와 관련한 낭설을 주장하면서 그를 지지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특히 트럼프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미국 역사상 최초의 형사 유죄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실도 도덕성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들의 결집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후에 찾아간 아이비리그 펜실베이니아대(UPenn)에선 확실히 해리스를 지지하는 이들이 우세했다. 경영대에 다니는 2학년생 제임스 러셀(20) 씨는 "트럼프가 내세운 관세 정책은 가까스로 잡아놓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망쳐놓는 결과를 낼 것"이라며 "일단 미래에 취업을 걱정해야 할 저나 학생들은 일자리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두 사람 모두 현실감이 떨어지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스의 정책이 좀 더 낫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 모두 경제정책 현실감 떨어져"
트럼프와 해리스는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에 각 캠프 모두 3할 이상의 선거비를 광고 등으로 퍼붓고 있다. /사진= 박준식 기자
여학생인 토바 스미스(22) 씨는 여성들의 낙태권과 관련해 트럼프가 미국의 수준을 반세기 전으로 되돌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 재판관을 (트럼프) 입맛대로 바꾸더니 결국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에 관한 권리는 5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놔둬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강조했다.

삶의 배경이나 가치관, 교육 수준 등에 따라 지지의사가 엇갈리고 있는데 승부는 미국의 7개 경합주 결과에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 과정의 특성상 총 득표수에서 이긴다고 해도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질 경우 결과가 뒤집힐 수 있어서다. 경합주로는 펜실베이니아(19명)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이 손꼽힌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가졌으면서 박빙인 펜실베이니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월까지 총 유세비용의 4할 가량을 이 지역에 뿌렸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 7월 암살 시도 장소였던 버틀러시 팜쇼에 다시 도착해 유세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파텔 사라(23) 씨는 "펜실베이니아주 가운데서도 대도시인 필라델피아는 민주당 지지자가 80%를 넘는 수준"이라며 "다만 러스트밸트의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 등에 따라 함부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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