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산길 너머, 계곡을 따라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숲은 단정하고 공기는 묘하게 차갑다. 울진의 해안 풍경을 떠올리던 이들에게 이 계곡은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울창한 금강송 숲을 지나 천천히 흘러내리는 왕피천은 예부터 외부의 발길이 닿기 힘든 깊은 골짜기로 유명하다. 이런 지형 덕에 조선 이전부터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가 살아남았고, 지금은 보호받는 생태관광지로 바뀌었다.
이름에 담긴 의미도 특별하다. 신라와 고려 시대, 실제로 왕이 피난을 왔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왕피리’는 전설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구전된 역사적 기억이다.
지금 이곳은 단순한 숲길이 아니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생태해설사와 함께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울진 전체를 대표하는 탐방로로 조성됐다. 여름에도 계곡 주변은 서늘함을 유지하고 있어 7월 트레킹 코스로도 적합하다.

도시 근처 공원 숲길과는 다른 깊이감과 구조를 갖춘 이 길은 걷는 이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무리해서 오르내릴 필요도 없다. 생태를 훼손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길만 열려 있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울진의 진짜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왕피천생태탐방로로 떠나보자.
왕피천생태탐방로
“신라·고려 왕이 피난했다는 설화 남은 왕피천생태탐방로, 금강송과 계곡 따라 이어지는 여름 코스”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불영계곡로 1710 일대에 조성된 ‘왕피천생태탐방로’는 울진의 북서쪽에서 북동쪽으로 흐르는 장수포천이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라 불리는 지점을 중심으로 조성된 도보 탐방 구간이다.
산줄기 사이를 흘러온 계류가 넓게 펼쳐진 왕피천으로 모이며, 이 일대는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실제로 왕피천 일대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로 지정돼 있으며 울진 내에서도 보호 대상 생태관광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광천, 매화천, 불영계곡 등 주변 하천과 지형은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특히 불영계곡은 자연명승 제6호로 등록되어 있다.

탐방로의 하이라이트는 숲과 물이 나란히 이어지는 길이다. 일방통행 구조가 아닌 구간도 있어 짧은 거리부터 긴 구간까지 맞춤형 코스 선택이 가능하다. 코스별로 생태해설사가 동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며 사전 신청 후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탐방 중에는 과거 화전민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구간도 있으며 실제로 왕이 피신하며 머물렀다는 설화가 남아 있는 곳도 지나게 된다. 탐방로의 말미에는 수십 미터 높이의 금강송 군락지가 펼쳐진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금강송 아래에서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체험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다.
매주 월요일과 명절, 공휴일은 휴무일이며, 프로그램 이용 시에는 전화 문의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장애인 화장실과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도 일정 부분 확보돼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자차 이용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걷는 동안 하나씩 이야기가 살아나는 숲길. 원시 자연의 숨결을 마주할 수 있는 왕피천생태탐방로는 여름 숲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