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6년 차 부부의 아내를 맡고 있는 그리공하우스입니다🙂 저희는 함께 지나온 세월만큼 여러 전셋집을 옮겨 다니며 유목민의 삶을 살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좋은 기회로 아주 오래된 구축 아파트를 매매하게 되었답니다 (감격)

생애 첫 집이기도 하고, 93년 준공의 아주 나이가 많은 아파트인지라 올 수리 인테리어는 "필수"였는데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싹! 갈아엎고 그동안 품고 있던 모든 로망들을 녹여내고 싶었지만, 하고 싶은 걸 다 하려면 최소 평당 200~300만 원이라는 시세를 듣고 나니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저희는 가용할 수 있는 예산 내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 내보기로 하고 열심히 발품을 팔아 가성비 좋은 턴키 업체를 찾아 나섰답니다!

1. 도면

저희 집은 방 5개, 화장실 2개의 전형적인 구축 아파트 구조였는데, 이전 집 주인분께서 한 번 수리를 하셨었는지 주방 쪽과 현관 왼쪽의 침실 1개의 발코니는 확장되어 있었어요.

다행히 구축의 골칫덩어리라는 누수나 보일러 배관 등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서 설비에 큰 비용이 들지는 않았는데요, 평수도 큰 편이고 워낙 오래된 구축이다 보니 철거나 목공, 샷시(새시) 같은 기초적인 공사 자체가 비용이 꽤 컸답니다🤑

아무래도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올 수리 리모델링이라고 하더라도 집 구조를 변경하는 것 까지는 무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체적인 구조는 그대로 살리고 기본적인 철거, 목공, 샷시(새시), 타일, 바닥 등의 공사만 진행하기로 하고 자재와 가구들을 신경 써서 골라보기로 했어요.

우선 저는 이렇게 간략하게 PPT로 필요한 공사 내역과 원하는 집의 무드, 자재 등의 레퍼런스들을 찾아서 정리해두고 여러 업체들을 비교해 보면서 최종적으로 계약한 업체와 하나씩 조율하며 맞춰나갔어요.

자, 그럼 옛 구조를 그대로 살린 이 집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무시무시(?) 했던 비포 사진과 함께 공간 별로 하나씩 보여드릴게요.🙂

2. 현관 Before

현관은 집의 첫인상이라고들 하던데.. 이 집의 첫인상은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하핫😂 도대체 과거의 인테리어들은 왜 이렇게 요란한 걸까요?

현관 After

제가 예산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한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바로 요 현관의 콩자갈 시공이었답니다!

평수에 비해 좁은 현관이라 티가 날까 싶어 고민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콩자갈은 어딘가에 꼭 한번 넣어보고 싶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대만족🤍

업체에서도 가정집에 콩자갈은 처음 해보신다고 하셨지만 워낙 시공도 꼼꼼하게 잘 해주시고, 신발장 밑에 간접등도 예쁘게 잘 넣어주셔서 지금은 집에 들어올 때마다 너무 기분 좋은 공간이 되었어요!

3. 복도 Before

이렇게 현관에 들어서면 넓은 복도와 마주하게 되는데요. 오래된 우드톤을 베이스로 여기저기서 세월의 흔적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복도 After

정면에 보이는 벽 모서리가 조금 독특하죠? 현관에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벽이라 포인트를 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인테리어 업체 대표님께서 서비스로 넣어주셨어요.

목공으로 모서리 부분을 라운드 처리해 주시고 중간에 단을 넣어주셨는데, 그 위에 포인트 조명까지 넣어주셔서 제가 그 위에 어울릴 만한 오브제로 화병을 올려두었어요. 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고요.

4. 주방 Before

이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가장 근심이 많았던 주방의 비포 모습이에요. 이전에 저희가 살았던 전셋집이 신축 아파트여서 대면형의 넓은 주방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좁은 ㄱ자 주방을 보니 처음엔 갑갑하더라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주방의 짐들을 어떻게 옮겨와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답니다🤔

주방 After

처음엔 이렇게 주방 공간과 다이닝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게 영 어색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함께하는 식사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좋더라고요. 다행히 다이닝 공간은 꽤 넉넉한 편이라 큼직한 식탁을 놓을 수 있었어요!

저희는 2인 가구이지만 집에 지인들을 자주 초대하는 편이라 이번에 이사 오면서 4~6인용의 새 식탁을 장만했는데, 세라믹 식탁이라 오염 걱정도 없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너무 예쁘고 고급스러워서 밥 차릴 맛이 난답니다.

이 주방 공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바로 이 내력벽이었는데요, 철거도 안되고 동선만 가로막는 이 벽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홈카페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내력벽 한 쪽으로 아일랜드 하부장을 짜서 넣고 하부장에는 밥솥과 그릇들을 수납했어요.

아일랜드 테이블이긴 하지만 어차피 동선이 불편해 조리대로는 사용을 못 할 것 같아서 커피 머신과 키친랙, 머그잔들을 올려두었더니 꽤 그럴듯한 홈카페존이 완성되었어요! 요즘은 아침마다 꼭 들르는 방앗간 같은 곳이 되었답니다.

이전에 살던 집 보다 정말 좁아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꼭 상부장 없는 주방을 쓰고 싶었는데요. 그렇다고 가지고 있는 그릇들을 내동댕이 칠 수도 없어서 상부장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고.. 해서 타협점을 찾은 반쪽짜리 상부장 입니다.

인테리어를 진행하면서 어지간해서는 제 의견을 크게 주장하지 않았었는데, 요 상부장 때에는 가구 실장님께 제발 그냥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주방 공간이 워낙 협소해서 기존에 저희가 가지고 있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불가피하게 처분하고 계획에 없던 키친핏 냉장고까지 새로 들이게 되었어요.

어쩌다 보니 혼수를 새로 하는 것 같았던.. ㅎㅎ 냉장고 용량은 너무 아쉽지만 딱 떨어지는 각이 너무 예쁜데 도무지 사진 찍을 각이 안 나오는 마성의 주방입니다.

그래도 요렇게 내력벽 사이로 빼꼼 보일 때면 아기자기 예쁘고요. 🤍

반대쪽으로는 작지만 알찬 세탁실도 보입니다!

5. 거실 Before

이 집을 처음 보러 왔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인 거실과 베란다의 모습인데요, 넓게 빠진 베란다의 공간과 늦은 오후였는데도 깊숙하게 들어오는 남향의 채광이 아주 마음에 들었답니다.

거실 After

저희는 아이가 없다 보니 외출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내는데요, 그렇다 보니 거실은 최대한 편안한 가구들로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고, 지루하다 싶을 때면 가구 배치들을 자주 바꿔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따로 아트월이나 포인트가 될 만한 벽 시공은 하지 않았고, 가전이나 가구들도 어느 한곳에 고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두었답니다.

특히 저희 집 아저씨가 유독 소파에 민감해 해서 그동안 소파를 꽤 자주 바꿨는데, 그런데 이번에 바꾼 소파는 직접 쇼룸에 가서 앉아보고 신중하게 골라서인지 지금까지 불만 한마디 없이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답니다.

저희 집은 남향이라 날씨가 좋은 날에는 채광이 정말 좋은 편이에요. 평소에 자연광을 선호하기도 했고, 그동안 살았던 전셋집들은 전부 새하얀 형광등이라 일부러 불을 더 켜지 않았었어요. (형광등 켠 분위기가 전 왜 이렇게 싫을까요. ㅠ_ㅠ)

그런데 이렇게 인테리어를 하고 나니 불을 켜도 분위기가 너무 좋은 거 있죠! 이제야 왜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하는지, 조명이 왜 중요한지 깨닫고 있답니다. 특히 날씨가 흐린 날에는 더욱요!

6. 침실 Before

자 이제 저희 집에서 가장 큰 방이자, 마치 긴 터널 같은 특이한 구조를 가진 침실을 소개해 드릴게요. 침실은 큰 공간도 공간이지만 드레스룸에서 안방 욕실, 외부 발코니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전면에 큰 창이 있어서 햇볕이 가장 잘 들어오는 방이기도 하답니다.

침실 After

침실이 워낙 넓어서 예전에 거실에서 쓰던 가구까지 이것저것 많이 두었는데도 공간이 많이 남더라고요.

사실 침실은 잠자는 시간 외에는 많이 머무르지 않아서 더 이상의 가구는 늘리지 않고 배치만 가끔씩 바꿔줄 생각이에요!

7. 드레스룸 Before

침실 안쪽으로는 이렇게 드레스룸이 바로 이어지는데요, 원래는 드레스룸이 아니라 또 하나의 방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미닫이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방으로 쓰기에는 너무 작기도 했고, 안방 욕실에 외부 발코니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저희는 드레스룸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따로 문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아서 기존의 문과 문틀을 과감하게 철거하고, 약간의 포인트를 주기 위해 아치 시공을 해보았어요!

드레스룸 After

드레스룸은 최대한 깔끔하게 사용하고 싶어서 양쪽 벽면으로 붙박이장을 짜서 넣었는데요, 정말 기본적인 수납장 형태로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들인 인테리어 비용 중 TOP3 안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동안에는 행거 타입의 오픈형 드레스룸만 써봐서 그런지 붙박이장으로 깔끔하게 가려두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8. 안방 욕실 Before

안방 욕실은 가운데 통로를 왼쪽 세면대와 오른쪽 샤워공간/변기가 분리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예요. 욕실에 발코니가 붙어있는 건 처음 봤는데 여전히 이 발코니를 왜 하필 여기에 만들었는지 궁금하답니다. ㅎㅎ;

만약 예산이 더 넉넉했다면 외부 발코니를 확장하고 안방 욕실을 더 크게 만들고 싶었지만, 구조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외부 발코니는 창고로 사용할 수 있도록 타일과 샷시(새시)만 깔끔하게 하기로 했어요.

안방 욕실 After

안방 욕실은 아무래도 발코니가 있어서인지 단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메인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그래도 욕조를 설치해 두어서 가끔은 여유롭게 반신욕을 즐기기도 한답니다!

9. 홈짐 Before

저희 집에서 침실 다음으로 큰 방이자, 유일하게 발코니가 확장되어 있는 방이에요. 도면상으로는 발코니가 있었는데 이전 주인분께서 확장 공사를 하시고 한쪽 벽면을 붙박이로 가득 채워두셨더라고요.

붙박이가 있는 상태에서도 넓어 보이긴 했는데 저희는 이 방을 홈짐으로 사용할 예정이어서, 붙박이는 모두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홈짐 After

한쪽 벽을 모두 가로막고 있던 붙박이를 모두 철거했더니 생각보다 큰 넓이에 이 방을 뭔가 대단하게 써야 하나...? 싶어서 살짝 당황했지만 애초에 방 하나는 무조건 홈짐으로 만드리라! 다짐했었기 때문에 일단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전 집에서 쓰던 거실 가구들과 운 좋게 당근에서 득템해온 필라테스 기구들을 놓아두었더니 지금은 제법 그럴싸한 홈짐이 되었어요!

예전에는 홈짐 공간이랍시고 자전거 한대 놓아두면 문 닫고 안 들어가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하루에 꼭 한 번씩 들어와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답니다. 과연 얼마나 꾸준하게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10. 서재 Before

홈짐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 지금의 서재가 된 방의 비포 모습이에요. 나무로 된 창틀이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네요.ㅎㅎ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서재로 어떤 방을 쓸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요즘 집에서 이것저것 작업하는 일도 많아지고 해서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한 방 중에서 선택했습니다.

서재 After

발코니가 확장되어 있지 않아서 홈짐으로 쓰는 방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구축 특성상 방들이 전부 넓게 빠져있어서 이전 집에서 쓰던 책상이나 서랍장 같은 가구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넣었더니 뭔가 귀여워 보이더라고요...?

처음 이사 왔을 땐 생각보다 작은 가구들 때문에 서재가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었는데 야금야금 채워 넣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11. 공용 욕실 Before

마치 어떤 중세 시대를 연상케 했던 공용 욕실은 대리석의 '느낌'만 주는 타일에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었고, 세면대 수도는 고장이 났는지 노끈을 묶어서 사용하고 계셨더라고요.ㅠ_ㅠ 심지어 이미 한번 타일 덧방이 된 욕실이라 다시 다 철거하고 방수 작업부터 새로 해야만 했습니다.

공용 욕실 After

정말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공용 욕실인데요, 중세 시대 같았던 과거의 모습들을 모두 뜯어내고 방수 작업부터 꼼꼼하게 진행한 욕실이에요. 서브로 사용하는 안방 욕실에 욕조를 설치해두어서 메인으로 사용할 공용 욕실은 편의를 위해 샤워 부스를 설치했어요.

욕실도 사실 자재들을 보다 보니 욕심이 끝도 없이 나더라고요. 깔끔한 마감을 위해 욕실 리모델링 하실 때 많이들 하신다는 600각 포세린 타일, 물론 저도 하고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는 300*600의 도기질(벽)/ 자기질(바닥) 타일을 선택했어요.

비록 요즘 핫하다는 욕실 사진들에 많이 보이는 칼각 마감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타일과 욕실 가구, 조명, 비품 등을 아주 고심해서 골랐더니 나름 만족스러운 욕실이 된 것 같아요.😀

12. 베란다 Before

저희 집에는 구축의 자랑인 드넓은 베란다가 있는데요, 처음부터 거실 쪽의 넓은 베란다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확장하지 않고 넓은 베란다를 베란다답게 사용해 보기로 했어요.

베란다 After

베란다가 워낙 넓어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아직도 고민이 많지만 일단 예전부터 키워오던 오밀조밀한 식물들에게 좀 더 양질의 햇빛과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최근에는 새로운 식물들을 좀 더 데려와 넓은 베란다가 한층 더 싱그러워졌고요!

한편에는 분리수거함을 두었어요. 저희 아파트는 분리수거를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해서 집안에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하는데, 주방 쪽 다용도실은 워낙 좁아서 분리수거를 쌓아두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막막했거든요. 그래서 매주 분리수거를 할 때 이 베란다를 보면 확장하지 않은 걸 정말 잘했다 싶어요.

마치며

먼저 저희 생애 첫 집의 집들이를 마지막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다 보니 벌써 오늘의집에서 세 번째 집들이를 발행하게 되었는데요, 새로운 집에서 자리를 잡은 지 이제 막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 가장 먼저 알아봐 주시고 집들이를 제안해 주신 에디터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실 그동안 전셋집을 마음껏(?) 질릴 틈 없이 살아와서인지, 더 이상 옮겨갈 집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질리면 어떡하지..' 하는 배부른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하얀 도화지처럼 만들어둔 집에서 앞으로도 저희의 취향을 하나씩 담아볼 생각에 두근두근하답니다!

이번에 못다 한 리모델링에 대한 이야기들과 사진들은 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오늘의집의 제 계정에 앞으로도 쭉- 포스팅할 예정이니 많이 보러 와주시고, 오늘도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