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는 與지지율… 맹탕 만찬에 위기감 더 커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 여당 지도부 간의 ‘맹탕 만찬’ 이후 여권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의정 갈등,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정국 현안을 뒤로한 채, 대통령과 여당 대표 사이의 갈등만 부각되는 국면이 지속되는 데 대해 26일 여당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이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 회사가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5%, 국민의힘 지지율은 28%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통화에서 “이런 식이면 다음 달 재·보궐 선거부터 위험할 수 있다”며 “정부·여당이 한 몸이라는 인식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수도권 위기론이 있었다면 지금은 위기가 전국으로 확산됐다”며 “지금 대구 지지율조차 빠지고 있다”고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한 보수 정치가 이번에도 잘못되면 향후 20년은 국민이 보수 정당을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해진 전 의원은 “이대로 가면 2026년 지방선거는 폭망”이라고 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분 모두 역지사지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인간적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전제로 두 사람 관계 회복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성동 의원은 “인간관계가 틀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신뢰 관계로 복원시키고 난 다음에야 당정 일체를 향한 두 사람의 여정도 가능하다. 지금처럼 가면 서로 다 파국”이라며 “두 사람 다 대의를 위해 자세를 낮춰야 하겠지만 앞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한 대표가 먼저 풀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권영세 의원은 “대통령이 너무 강자(強者)처럼 비치는 건 좋지 않다”며 “지금은 대통령이 한 대표와 독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한 대표도 노골적으로 공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윤·한 양측의 측근들부터 두 사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공개 발언을 중지하겠다는 ‘모라토리엄(유예)’ 선언부터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화통한 스타일대로 좀 더 포용을 하고,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더 다가가는 ‘정치적 숫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양측 주변 인물들이 너무 자주 언론에 등장해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킨다. 이건 충성도 아니다”라며 “양측 참모들부터 좀 자주 만나면 좋겠고, 대통령과 당 대표도 만남을 정례화해서 긴밀하게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양측의 기초적 신뢰 회복 첫 단계로 “한 대표가 광복회 논란이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같은 전통적인 보수 이슈에서 용산과 적극적으로 발 맞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또한 여권 인사들은 김건희 여사 문제가 당정 관계의 ‘뇌관’으로 본격적으로 떠올랐음을 지적했다. 권영세 의원은 “적당한 시기에 김 여사가 사과한다면 당정이 어려움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배숙 의원도 “늦긴 했지만 김 여사 사과 문제는 근본적으로 풀긴 풀어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여사가 최소한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해 줘야 여당도 여사를 방어할 명분이 생긴다”며 “그 명분을 만들 수 있는 건 여사 본인뿐”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때 네 후보도 공통적으로 여사의 사과를 이야기했다”며 “국민 정서상 여사의 유감 표명 내지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해진 전 의원은 “법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도덕적으로 죄송한 일이라고 여사가 사과를 한다면 상식적인 국민 눈높이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사 문제는 검찰이 지금 하는 수사를 더 신속하게 진행해서 의혹을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무조건 정부 입장을 무지성(無知性)으로 지지하기만 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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