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객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일본을 찾는다. 음식, 쇼핑, 명승지 등 그 종류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일본의 문화를 맛보기 위함일 테다.
그렇다면 일본에 가지 않고도 일본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서울 홍대에는 일본의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집사 카페부터 인기 애니메이션 전시회까지, 홍대로 일본 여행을 떠나보자.
01. “평범한 내가 이곳에선 대저택 아가씨?” 집사 카페 체험
“돌아오셨습니까, 아가씨!” 문이 열리면 턱시도를 입은 집사들이 일제히 맞아준다. 인사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집사 카페. 집사 콘셉트의 직원이 손님을 귀가한 ‘아가씨’와 ‘도련님’으로 모시는 설정의 이색 체험 장소다.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집사 카페와 메이드 카페가 최근 한국 곳곳에 문을 열었다. 그중 홍대에 위치한 오마이 집사카페 프린세스 왕국점에 방문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화려한 샹들리에와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대저택의 분위기를 풍긴다. 입장과 동시에 담당 집사가 손에 들린 짐을 들어주며 자리로 안내한다. 이윽고 집사가 이웃 나라 왕자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주고 웰컴 티를 따라주면 집사 카페 체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용 시간 동안 당일 상주하는 집사들이 차례로 찾아와 본인을 소개한다. ‘모리’ ‘세실’ 등 기억하기 쉬운 이름과 함께 각자 닮은 동물을 그려 명함을 건넨다.
이때 집사 콘셉트에 충실한 말투와 대사가 포인트다. 함께 몰입할수록 즐거움은 배가 되는 법. 부끄러워하지 말고 충실히 아가씨가 되어보자. 설정에 맞게 반말도 허용하고 있다.
총 4명의 집사가 있었는데, 활발한 집사, 정중한 집사, 새침한 집사 등 각각의 성격과 특징이 모두 달라 인상 깊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집사들이 찾아와 쉴 틈 없이 대화를 이어가니, 이곳을 찾는 다양한 성향의 고객들이 모두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집사를 부를 때는 종을 흔들어야 한다. 주문을 하거나 간단한 질문이 있을 때도 예외는 없다. 종을 흔드는 것과 “부르셨습니까, 아가씨”라는 응답이 익숙해질 때쯤 한 집사가 종소리의 비밀을 알려줬다.
“사실 테이블마다 종소리가 다릅니다. 집사들은 종소리를 듣고 테이블 위치를 파악해 찾아오는 것이지요.” ‘구분이 어렵지 않냐’는 물음에 종소리 분별 능력도 집사의 덕목이라는 진지한 대답이 돌아온다. 세계관을 지키기 위한 섬세한 노력이 돋보인다.
집사 카페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에 집중하자. ‘집사와 기념 포토 찍기’ ‘집사의 라이브 쇼 보기’ ‘집사와의 게임’ 등 집사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원하는 집사를 지정해 함께 폴라로이드를 찍는 ‘집사와 기념 포토 찍기’ 메뉴를 골라 체험해 봤다. 집사와 함께 원하는 포즈로 사진을 찍으면 테이블에 앉아 집사가 직접 사진을 꾸며준다. 고객의 이름과 함께 편지까지 적어주니 집사 카페의 추억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이용 시간이 끝나 퇴장할 때까지 집사 카페의 세계관은 이어진다. 손님은 이 저택에 살고 있는 주인이므로 퇴장이 아니라 외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녕히 가십시오”가 아닌 “다녀오십시오, 아가씨!”로 배웅한다.
이곳에서 회사나 학교 등 고객의 실제 일상은 ‘서민 체험’으로 통한다. 황당한 이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고된 일상에 지쳤다면 ‘서민 체험’을 잠시 쉬고 귀한 아가씨와 도련님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02. 나루토 팬 주목! ‘나루토 더 갤러리’ 전시 한국 상륙
홍대는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 샵이나 카페가 많아 ‘오타쿠 성지’라는 별명이 있다. 전국의 오타쿠들이 모이는 홍대에 애니메이션계의 끝판왕이 찾아왔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카카오프렌즈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나루토 더 갤러리’ 전시회를 개최한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 전시는 국내에서 오는 12월 30일까지 공개된다.
‘나루토 더 갤러리’는 나루토의 세계관을 총망라한 전시다. 긴 시간 동안 쌓인 대서사시를 영상과 그림, 스토리보드 등으로 생생히 구현하고 있다. 총 2층에 걸쳐 이루어지는 전시는 주인공인 나루토와 사스케의 어린 시절 ‘나뭇잎 마을’부터, 두 주인공이 싸우고 갈라지는 ‘나루토 질풍전’, 그리고 둘의 운명이 다시 한번 얽히는 ‘제4차 닌자대전’까지, 시간의 흐름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루토의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듯 관람하면 전시를 100배 즐길 수 있다. 지난 26일 진행한 프리뷰 행사에서 나루토 더 갤러리 전시의 주최를 맡은 그룹 IME의 공동창립자 및 CEO인 주안 펙(Wan Juan Pek)은 “전시회를 따라 나루토의 여정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정에서 낙오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전시의 첫 구간이 나루토 1화 내용 요약과 캐릭터 소개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루토의 탄생과 초기 에피소드를 요약해 만화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알 수 있다.
또한 캐릭터별 설명, 명대사, 주요 장면을 삽입해 각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거대한 세계관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나루토를 잘 모르는 사람도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을 해둔 것이다.
이 외에도 복잡한 사건을 연표로 정리해 둔다거나, 나뭇잎 마을을 3D 모델링 해 만화 속 장소를 표시하는 등 스토리를 알기 쉽게 정리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나루토의 팬이라면 가슴이 뛸만한 요소도 가득하다. 벽면 가득 명대사와 명장면으로 채워져 있어 보기만 해도 머릿속에 해당 장면이 재생된다. 특히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장면들은 영상으로 전시해 감동을 준다.
빼곡히 채워진 만화 장면 중에서는 유독 저화질의 그림들이 눈에 띄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오래된 회차라는 것을 강조해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려는 연출”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의 신규 아티스트가 새롭게 재해석한 나루토 영상 작품도 있으니 놓치지 말고 확인해 보길 바란다.
2층에 걸친 대장정은 소규모 극장의 영상으로 마무리된다. 나루토와 사스케의 마지막 결전을 7분으로 편집한 영상이다. 극장의 3면이 스크린이라 몰입감과 감동이 더해진다. 역동적인 영상으로 전시 관람을 마치니 나루토과 함께한 여정이 큰 여운으로 남는다.
퇴장 전 극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굿즈 샵을 구경하며 여운을 달래보자.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나루토 더 갤러리’ 한정판 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공식 굿즈가 마련돼 있다. 한편에 자리 잡은 포토 부스에서 나루토와 함께 사진을 찍어 간직하는 것도 좋다.
전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다.
03. “이런 메뉴 처음이야” 일본 감성 가득 모멘트커피 2호점
홍대에서 일본 카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는 모멘트커피 2호점을 추천한다. 일본의 작은 골목길 카페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을 들어서면 따뜻한 조명과 우드톤의 가구, 아기자기한 소품이 반겨준다.
곳곳에 붙은 감각적인 포스터와 일본어가 적힌 엽서, 나뭇가지에 매달아둔 주방용품과 패브릭을 보고 있으니 마치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의 다락방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대부분의 소품을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순간을 아름답고 즐겁게 보내자’는 의미를 가진 카페 이름처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을 생각하며 고심하여 꾸몄다는 사장님의 말이 감명 깊다.
모멘트커피의 진가는 대표 메뉴 ‘야끼빵 세트’에서 나타난다. 직접 식빵을 구워 여러 토핑을 발라 먹는 메뉴로, 몽실몽실한 식빵, 각종 토핑과 함께 미니 화로가 제공된다.
식빵을 화로에 올려 노릇노릇하게 구워보자. 타지 않게 반복적으로 뒤집어 주는 것이 포인트다. 이후 아기자기한 그릇에 담긴 사과잼, 생크림, 팥앙금, 버터, 토마토 잼, 그리고 반숙 달걀을 올려 먹으면 된다.
다양한 토핑을 여러 조합으로 맛볼 수 있어 물리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중에서도 간이 적당히 된 반숙 달걀과 토마토잼 조합이 가장 맛있었다.
원하는 토핑을 올려 나만의 토스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야끼빵 세트를 양껏 즐기는 방법이다. 친구와 함께 소꿉놀이하듯 형형색색의 토스트를 만들다 보면 일본 만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하다.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
또 다른 추천메뉴는 ‘무화과 보따리 케이크’다. 얇은 크레프가 케이크를 감싸고 있는 모양의 디저트로, ‘보따리’라는 이름이 단번에 연상되는 이색 디저트다.
선물을 개봉하는 마음으로 케이크를 가르면 안에 생크림과 무화과, 커스터드 크림과 촉촉한 시트가 켜켜이 쌓여있다. 특히 바닐라빈이 콕콕 박힌 커스터드 크림과 쫀득 고소한 크레이프의 조합이 좋다.
중앙에 박힌 커다란 무화과까지 함께 먹으면 입안 가득 달콤한 맛이 퍼진다. 재료가 조화로워 연속해서 몇 번을 떠먹어도 만족스럽다. 보따리 케이크 메뉴는 계절에 따라 딸기, 복숭아, 청포도 등으로 변동된다.
연남동에 있던 모멘트커피 1호점이 문을 닫아 현재는 홍대의 2호점만 운영 중이다. 모멘트커피 2호점의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일본 감성이 듬뿍 담긴 모멘트커피는 실제로 일본에서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최근 일본 교토에 모멘트커피 교토점을 오픈했다. 교토점에서도 야끼빵 세트와 보따리 케이크 등 모멘트커피만의 디저트를 그대로 판매한다. 그야말로 홍대로 떠나는 일본 여행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