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아빠, 심장이 쿵쿵 울려요"…20주년 슈퍼레이스 축제로 진화

아빠·엄마와 함께 서킷을 찾은 아이의 해맑은 외침이 봄기운 완연한 서킷에 울려 퍼졌다. 굉음과 환호가 어우러진 용인 서킷은 이제 마니아의 전유물을 넘어 온 가족이 즐기는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났다.

'2026 오네(O-NE)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이 지난 18~19일 양일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슈퍼레이스 창립 2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마련해 주말 동안 2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시즌 개막전인 만큼 경기 결과도 중요했지만,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관람객이 트랙 위로 직접 내려가는 '그리드 워크'였다. 수천 명의 인파가 서킷을 가득 메웠고, 아이들은 레이싱카의 거대한 타이어와 화려한 외관을 연신 만져보며 감탄했다. 드라이버들은 어린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히고 사인을 해주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아이의 손을 잡고 트랙을 누비던 직장인 김민석(43·서울시)씨는 "평소 자동차를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어 왔는데,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선 축제 분위기라 가족 나들이로 최고다"라며 "그리드 워크 시간에 선수들이 아이에게 친근하게 인사해주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서킷 안쪽 패독(Paddock)에서는 경기를 앞둔 팀들의 신중한 움직임이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오픈된 차고 안에서 미캐닉들은 경건한 분위기 속에 레이싱카의 하체를 살피고 공기압을 미세하게 조율했다. 관람객들은 숨을 죽인 채 레이싱카의 복잡한 부품들이 정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긴장감을 함께 공유했다.

여성 팬들의 관심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지난해 개봉했던 레이싱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경기장 곳곳에는 세련된 레이싱 팀 셔츠를 입은 여성 관람객 무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학생 이수진(24·경기 안양시)씨는 "영화 'F1: 더 무비'를 보고 레이싱의 세계에 호기심이 생겨 친구들과 왔다"며 "현장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진동이 영화보다 훨씬 자극적이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골수 팬들의 충성도는 대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5년째 시즌권을 구매해 전 경기를 직관하고 있다는 박지훈(34·서울시)씨는 "용인과 인제를 쫓아다니며 모든 경기를 직접 찾아 본다"며 "올해는 20주년이라 그런지 역대 스톡카 전시와 굿즈 구성이 훨씬 알차져서 시즌권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강조했다.

먹거리 구역인 '팬존'은 금강산도 식후경임을 증명하듯 축제의 맛을 더했다. 수제버거, 화덕피자, 닭꼬치, 분식 등 다양한 메뉴를 파는 푸드트럭 앞에는 점심시간 내내 긴 줄이 늘어섰다. 관람석 곳곳에는 돗자리를 펴고 앉아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대형 전광판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경기에 환호성을 보냈다.

기업들의 체험 마케팅 열기도 뜨거웠다. 토요타코리아가 운영한 'GR 부스'에는 주말 동안 1만2400여명이 방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이들은 'GR 키즈 슈퍼레이스 스쿨'에서 미니카를 조종하며 미래의 드라이버를 꿈꿨고, 성인들은 레이싱 시뮬레이터에 올라 가상 서킷을 질주하며 땀을 흘렸다.

부품·용품 브랜드들의 기술 홍보전도 치열했다. 브리지스톤 타이어는 3년 연속 '프리우스 PHEV 클래스'에 타이어를 공급하며 친환경 레이싱의 기술력을 뽐냈다. 넥센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부스에도 자사 타이어를 장착한 경주차를 구경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이들로 붐비며 모터스포츠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입증했다.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단순히 순위를 다투는 경기를 넘어 가족과 연인이 하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20주년을 기점으로 국내 모터스포츠가 대중적인 레저 스포츠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슈퍼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