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은 또다시 무대 위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 세운 ‘추모의 벽’ 앞, 전사자들의 사진 백여 장을 걸어놓고 유족을 불러 모아 훈장을 걸어주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여전히 전선에 있고, 언제든 추가 전투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런데도 성급히 열린 표창식. 이는 내부 불만과 동요가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악어의 눈물’ 뒤에 감춰진 전사자 현실

김정은의 눈물은 익숙한 장면이다. 장례식, 공연장, 대중 앞… 틈만 나면 등장하는 ‘울보 리더’의 모습. 그러나 유족들 앞에 걸린 사진 속엔 일반 병사보다 장교가 유독 많았다.
이는 실제 전사자 규모가 훨씬 크다는 걸 암시한다. 부상자는 더 많지만 공식 석상에선 철저히 가려졌다. 장애를 입은 군인을 숨기는 북한식 ‘보훈’ 때문이다. 결국 남은 건 지도자의 연출된 눈물뿐이다.
끝나지 않는 소모전

지난 6월, 러시아 쇼이구 서기가 평양을 찾았다. 명목은 ‘공병 추가 파견’이었으나 배치지는 쿠르스크 전투 현장이었다. 재건이 아니라 전투병력 보충이었다는 뜻이다. 이미 수만 명이 파병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휴전 논의가 흘러도 안심할 수 없다. 협상 과정에서 전투는 더 격화되기 마련이고, 전선은 길게 늘어난다. 한국 DMZ의 5배가 넘는 1,200km 전선이 새로 생긴다면, 병력 수요는 끝도 없다. 북한군은 결국 더 나가야 하고, 더 죽어야 한다.
명분 없는 총성, 흔들리는 민심

북한 내부에서도 파병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 주민들 기억 속의 우크라이나는 과거 ‘형제의 나라’ 소련의 일부였다. 6·25 전쟁 때 북한을 도왔던 나라에 총을 겨눈다는 사실은 혼란을 부른다.
게다가 한 가정 한 자녀가 기본인 사회에서 전사 소식은 집안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충격이다. 보상금으로 메울 수 없는 상실감에 민심은 흔들린다. 김정은의 눈물이 잦아질수록, 체제에 대한 냉소는 더 깊어진다.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못하는 군인들

설령 전쟁이 멈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러시아가 점령지를 지키고 복구해야 하는 순간, 북한군은 건설부대라는 이름으로 계속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귀국 약속은 없다. ‘해외작전부대’라는 이름은 파병의 끝이 아닌, 더 긴 체류의 시작일 뿐이다.
러시아의 동쪽 베팅, 북한의 불안한 동행
푸틴은 유럽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잃었다. 이제 그가 기대는 건 북극 항로, 시베리아 자원, 그리고 아시아다. 중국과 인도는 너무 크고, 일본은 영토 문제와 미국 동맹이 발목을 잡는다. 남는 건 한국. 푸틴이 한국을 향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만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이유다.
전쟁 중에는 북한이 ‘안보 파트너’처럼 보일지 몰라도, 전쟁 후 경제 회복의 열쇠는 한국에 가깝다. 결국 북한은 푸틴 등에 올라탔다가 이용만 당하고, 그 대가로 충격적인 손실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