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 차기 수장 겨냥 베이루트 맹폭
무기고·공항 인근 등 공습
레바논 남부 마을에 소개령
가자·요르단강 서안도 공격
‘이란 석유시설 타격설’ 묻자
바이든 “우리는 논의 중” 답변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암살한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후계자로 추정되는 하심 사피에딘을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목격자들은 공습 규모가 당시보다 훨씬 강력했다고 전했다. 사피에딘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피에딘마저 사망하면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에는 다시 한번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관리 3명의 말을 인용해 “베이루트 남쪽 교외에 있는 다히야의 한 벙커에 사피에딘을 포함해 헤즈볼라 고위 지도자들이 모여 있다는 정보를 군이 입수해 3일 자정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의 정보본부와 무기고, 베이루트 국제공항 인근 등에 대규모 공습이 발생하자 베이루트 전역의 건물이 뒤흔들렸다고 한다. 사우디 신문 샤르크 알아우사트는 “이번 공습이 지난주 나스랄라를 암살한 공습보다 규모가 더 컸으며 무게가 약 1톤에 달하는 폭탄 80개가 투하된 거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하닌 가다르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사피에딘에 대한 공격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신호”라며 “헤즈볼라 내에서 조직원들 간 신뢰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피에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으로 헤즈볼라 집행이사회 이사장이자 군사작전을 기획하는 조직인 지하드 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 등은 지난달 30일 사피에딘이 나스랄라의 후임으로 선임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사피에딘이 공습 당시 지하 벙커 깊숙이 숨어 있었으며, 사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상전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3일 레바논 남부의 20개 이상의 마을과 도시 주민들에게 ‘리타니강 북쪽 60㎞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하라’고 요구했다. 리타니강은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이후 유엔이 설정한 완충지대의 북쪽 경계다. 리타니강 이북 지역이 소개령 대상이 된 건 처음이다. 레바논 보건부는 3일 하루 동안 레바논 전역에 걸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로 이스라엘군 17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날 하루 동안 이스라엘 쪽으로 약 230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공습도 감행하며 전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군 전투기를 띄워 서안의 툴카름을 공습해 해당 지역 하마스 사령관인 자히 야시르 압둘라지크 우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안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18명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공격에 전투기까지 동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 1일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 석유 시설 타격설’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내 생각에 그것은 좀… 어쨌든”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유대교에서 기념하는 새해 명절인 로시 하샤나(10월2일 일몰~4일 일몰)가 끝날 때까지는 숙고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편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4년9개월여 만에 금요 예배를 직접 집전하고 “며칠 전 우리 군대가 보인 훌륭한 행동은 합법적”이자 “최소한의 처벌”이라며 “이란과 대리세력들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원철 이정연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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