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등 디지털자산시장의 유동성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전제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렇듯 디지털자산시장은 블록체인 기술만 있는 분야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체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종합분야'가 됐다.

오세현 SK텔레콤 부사장은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 '업비트 D 컨퍼런스(Upbit D Conference, UDC)'에서 "이 마켓(디지털자산시장)을 모든 대기업이나 스타트업들도 준비하고 있지만 대박 났다는 얘기가 아직은 안 들린다"며 "턴 어라운드(전환)를 이끌만한 방아쇠는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완화돼 유통량이 많아져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 부사장은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다음, 메인넷이 안정화돼 기업 생태계가 본격화되고, AR·VR 디바이스 혁신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재점화될 때 웹3가 모든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기술업계에서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하다는 '솔직한 해답'이 나온 건 올해 바뀐 UDC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두나무는 '기술'에 초점을 뒀던 UDC를 올해 '정책·금융·기술·문화·트렌드' 등 사회 전반으로 확장했다. 이는 블록체인 업계가 외딴 갈라파고스 같은 분야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다양한 주체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회에 보다 착근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왈리 유 체인링크랩스 솔루션즈 아키텍트는 "올해 홍콩 핀테크 위크는 웹3와 AI가 화두였다"며 "모든 은행 기관들의 본사나 임원들이 와서 전통자산을 어떻게 토큰화하고 블록체인에 올릴 수 있는지 말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챗GPT 등 생성형 AI로 야기된 콘텐츠의 '신뢰성 문제'를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해결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블록체인 정보는 모든 참여자가 볼 수 있고, 변경이 불가한 특징이 있다.

매트 소그 솔라나재단 기술 책임자는 "AI가 만든 비디오나 텍스트는 무엇인지, 사람이 만든 콘텐츠는 무엇인지 점점 더 모호해지는데 여기서 블록체인이 필요하다"며 "삼성같은 회사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디바이스에서 이런 이미지를 만든 것이 맞다고 확인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솔라나는 챗GPT 플러그인이 가능하고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레이어1 메인넷 프로젝트"라며 "콘텐츠 창작 과정에서 블록체인을 연결해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가를 파악하고 서로 간에 신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베니아민 민쿠 멀티버스엑스 대표 겸 공동 설립자는 "근미래에는 뭐가 진짜고 뭐가 현실인지, 진실한 것인지를 분별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며 "블록체인을 하나의 사회 레이어로 보게 될 것이고 블록체인이 없으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컴퓨팅 레이어가 일종의 '진실 규명 기계'가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은 이미 실제적으로 산업계에 활발히 접목되고 있다. 지데 파솔라 카르다노재단 기술 통합 총괄은 "조지아 정부와 손잡고 와인 공급 산지를 증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공급망 추적 가능성을 높였다"며 "리복과 함께 라크로스 챔피언십에 운동복 저지를 NFT 형태로 발행해 확실히 원조 저지가 맞다는 것을 검증하는 메커니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UDC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모두 수용해 하이브리드 형태(온·오프라인 동시 운영)로 운영된다.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 보다 많은 참가자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지식과 비전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웰컴 스피치를 통해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되는 UDC 2023을 소개했다. 송 회장은 "두나무가 2018년 이후 매년 개최하고 있는 UDC는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경제, 문화, 사회 등 전반적으로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UDC도 블록체인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종합 컨퍼런스로 재탄생하게 됐다"며 "UDC가 좋은 영감을 주고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UDC는 지난 5년간 1190개 이상의 기업, 1만9100여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가했다. 진행된 누적 세션은 151개 이상이다. 2023년 11월 기준 누적 UDC 영상 조회수는 112만회에 달한다. UDC 2023의 모든 세션은 UDC 공식 유튜브 채널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