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학교 또 공사한대”…남는 돈 억지로 써야하는 이상한 교육 현장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사 B씨도 연말이 두려운 건 마찬가지다. 지난 겨울방학에 학교의 냉·난방 교체공사가 예정돼 있어 꼭 필요한 학생만 돌봄교실 이용 신청해달라는 가정통신문이 나갔는데, 아이 맡길 곳이 마땅찾은 학부모들이 B씨에게 불만을 쏟아내 곤혹스러웠다. 이 학교는 지난 여름방학에는 늘봄학교 교실을 만드는 공사를, 재작년 겨울방학에는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를 했었다.
매년 방학만 되면 전국 학교 곳곳이 공사판으로 돌변한다. 올 초 겨울방학 때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는 화장실 공사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는 교사동 외벽개선공사를,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화장실 전면 개선공사와 보도와 차도 분리 공사를 진행했다. 입학지원금, 교육 회복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을 남발한 경우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학교가 방만하게 지출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생으로 학생 수는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막대한 규모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이 매년 입금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에게 (현금성 복지를 남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셈”이라며 “감액분은 향후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재 약 7000억∼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현금성 복지의 수혜 대상이 보편적인지 선별적인지, 교육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지 아닌지 크게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적절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또 늘봄학교나 평생교육시설 등 신규 정책분야에 교부금을 증액하고, 교부금 제도 운용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 같은 대책은 문제의 출발점인 ‘고무줄’ 교부금 산출 방식은 건들지 못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떼어주는 방식이다. 학령인구가 몇명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이 걷히는 양에 비례해 결정되는 ‘연동형’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교부금이 넘쳐나는 현실은 그대로 둔 채 사용처만 재배치 한다고해서 교부금 운영 효율성이 근본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돈이 남아돌다보니 일선 교육청 입장에서는 현금성 복지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왜곡이 있는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예산 털어내기식 책걸상 교체 등을 막기에도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육부는 교부금 사용 관련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중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만한 교부금 운용으로 멀쩡한 기자재와 책걸상을 바꾼다거나 시설물 교체 등의 일이 일어나는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 중으로 추가 방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동형’ 교부금 산정 방식부터 뜯어 고쳐야 현재의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는 교부금 제도 자체가 큰 의미가 없으니 학생 수에 연동되도록 재설계를 하거나,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떼어주는 방식 대신 교부금 규모를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증가시키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호화 단독주택이 우리 동네에도”…55가구만 짓는다는 이곳, 가격은 - 매일경제
- “역시 외식은 뷔페지”...1만9천원 가성비로 대박난 이 레스토랑 - 매일경제
- “선생님 살려주세요”…배우 이윤지 필라테스 도중 ‘추락사고’ 무슨일이 - 매일경제
- “김정은 얕잡아보고 조롱하더니”…우크라전 참전에 ‘난리난’ 이 나라 - 매일경제
- ‘최민환 성매매 논란’ 후폭풍 터졌다…FT아일랜드 체제 변한다는데 - 매일경제
- [속보] 젤렌스키 “한국과 ‘북한군 우크라전 개입’ 논의” - 매일경제
- “엄마, 난 물만 먹어도 돼”…정신장애母에 ‘학교급식’ 몰래 준 소년에 ‘中 울컥’ - 매일경
- “개팔자가 상팔자, 진짜 맞다”…‘1000억’ 상속받은 반려견 사연 알아보니 - 매일경제
- “결국 일본까지 집어삼켰다”…‘K패션 성지’ 된 이 브랜드, 이웃나라 판매량이 무려 - 매일경
-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KIA V12 이끈 이범호 감독의 당찬 한 마디 [KIA V12] - MK스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