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봇 역대급 순손실... 커지는 부실 경영 목소리[더 시그널]
자산 30%가 투자부동산… “로봇기업인지 부동산 회사인지”
200억 CB 리스크 속 SK 협업이 유일한 돌파구

| 서울=한스경제 최형철 대기자 | 로봇청소기 시장의 '강자' 에브리봇이 지난해 창사 이래 역대급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회복세를 탔지만, 최악의 당기순손실과 과도한 부동산 비중으로 '부실 경영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매출 40%를 잡아먹은 '143억 순손실'의 실체
5일 현재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에브리봇의 2025년 매출액은 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8% 증가했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143.6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이다. 이는 매출액의 40%가 넘는 금액으로 '어닝 쇼크'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 이익(-32억원) 적자 폭도 전년 대비 43.5%나 급증했다.
회사 측은 SK인텔릭스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모듈 공급으로 매출액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반면에 연구개발(R&D) 인력 증원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 관련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당기순손실을 키웠다고 밝혔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발행한 CB의 가치가 부채로 잡혀, 장부상 손실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로봇 기업인가 부동산 회사인가? 357억원의 비밀
무엇보다 에브리봇의 재무재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부동산 357억원이다. 이는 회사 전체 자산(1174억원)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다. 2024년 말 195억원 수준이던 투자부동산이 9개월만에 162억원이나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공장이나 사무실 등 영업용으로 사용하던 토지와 건물을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목적으로 대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약 166억원 규모의 유형자산이 투자부동산으로 '대체'됐다. 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실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에브리봇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경우,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상향 리픽싱'의 역설과 CB 리스크
지난해 첫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주목된다. 보통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액을 낮추는 '하향 리픽싱'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에브리봇은 오히려 주가 상승에 따라 전환가액을 1만7809원에서 2만5198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주주 가치 희석을 막는 긍정 신호일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환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바꾸기보다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 현금으로 돌려받을 유인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200억 규모의 CB가 향후 한꺼번에 현금 상환 압박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돌파구, SK인텔릭스와의 '화이트 라벨링'
이 같은 '자충수' 상황에서 에브리봇이 던진 승부수는 SK인텔릭스와의 협업 '화이트 라벨링'이다. 에브리봇은 지난해 10월부터 SK인텔릭스의 자율주행 로봇 공기청정기 '나무엑스(A1)'에 탑재되는 AI 자율주행부 모듈 공급을 시작했다.
에브리봇이 자사 브랜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기업의 공급망에 진입하는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다. 올해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면 연간 약 150억~200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가전 로봇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계절적 매출 변동성을 상쇄하고, 영업이익을 통해 흑자 전환으로 이끌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현재 에브리봇의 기술적 위상은 정체기 징후를 보인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로봇청소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AI 올인원 로봇(Q9) 등을 출시했으나, 중국산의 공세와 삼성·LG의 참전 속에서 점유율 지키기도 버거운 모양새다. 이에 따라 에브리봇은 본업의 적자를 부동산 자산 가치와 대기업 협업으로 버텨내는 형국이다.
하이코어 등 모빌리티 사업에 쏟아 부은 자금이 연내에 가시적인 수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143억원의 당기 순손실은 더 큰 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에브리봇이 SK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자율주행 모듈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부동산만 남긴 채 시장에서 소외될 지, 올 상반기 실적을 통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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