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첫 국내 개봉작이었다" 네 번이나 다시 걸린 그 애니메이션

사진=영화 '초속 5센티미터'

지금은 개봉할 때마다 수백만 관객을 모으는 감독입니다. 그 감독의 이름을 한국 관객이 처음 스크린에서 만난 건 2007년, 러닝타임 한 시간 남짓한 조용한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습니다.

세 편의 짧은 이야기로 이어진 구성

작품은 '초속 5센티미터'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만든 이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긴 이야기가 아니라 세 편의 짧은 이야기를 이어 붙인 형태입니다. 어린 시절 가까웠던 두 사람이 전학으로 멀어지고, 각자 다른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고, 어른이 된 뒤 서로를 떠올리는 순간까지가 차례로 이어집니다. 사건이라고 할 만한 장면은 거의 없고, 대신 눈 내리는 역과 건널목, 저녁 하늘 같은 배경이 감정을 대신합니다.

사진=영화 '초속 5센티미터'

한국에 처음 소개된 신카이의 작품

이 영화는 2007년 국내에 개봉했는데,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국내 개봉작이었습니다. 이후 감독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그 이전에 만들어졌던 작품들까지 뒤늦게 국내에 소개되는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금처럼 국내 극장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기 전이라, 당시에는 소수의 팬이 조용히 찾아보는 작품에 가까웠습니다.

사진=영화 '초속 5센티미터'

재개봉만 네 번 넘게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재개봉 이력입니다. 2016년 7월에는 '언어의 정원'과 함께 특별 재개봉했고, 2017년 11월에는 더빙판으로 다시 걸렸습니다. 2020년 봄에는 감독의 작품들이 연이어 재개봉하는 이른바 조용한 러시가 이어지면서 다시 상영됐고, 2023년에는 감독의 신작이 극장가를 휩쓸던 시기에 새 더빙판으로 또 한 번 관객을 만났습니다. 10년 넘게 주기적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셈입니다.

사진=영화 '초속 5센티미터'

배경이 이야기를 대신하는 화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징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배경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구름의 결, 전선의 그림자, 눈이 쌓인 플랫폼 같은 장면이 실사에 가까울 만큼 촘촘하게 그려집니다. 인물이 말을 아끼는 대신 화면이 감정을 설명하는 방식이라, 대사보다 풍경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감상이 많습니다. 이후 감독의 대표작들에서도 이 방식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사진=영화 '초속 5센티미터'

시간이 지나 다시 보게 되는 작품

짧고 담담한 작품이지만 여운이 길어서, 처음 봤을 때와 몇 년 뒤 다시 봤을 때의 감상이 달라지는 영화로 자주 언급됩니다. 멀어진 사람과의 거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흘러간 시간 같은 것들이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특히 생각나는 작품이고, 감독의 최근작을 먼저 본 관객이라면 출발점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사진=영화 '초속 5센티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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