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추석에는 아무도 오지 않겠다고 했다. 둘째한테 전화를 걸어 왜 안 오느냐고 물었더니 "명절만 되면 내가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그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가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첫째는 처가로, 막내딸은 시댁 일 핑계로, 둘째는 그냥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셋 다 차로 한두 시간이면 오는 거리에 사는데, 다들 우리 집보다 다른 곳에 있고 싶어 했다.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손주 용돈부터 차이가 났다
작년 추석에는 삼 남매가 모두 왔었다. 첫째가 새 차를 끌고 와서 남편이 한참 차를 둘러보며 좋다고 했다. 뒤이어 도착한 둘째에게는 나도 모르게 "너는 아직도 그 차를 타니, 형은 이번에 바꿨더라"는 말이 먼저 나갔다. 둘째는 웃으며 넘기려 했지만 남편까지 거들며 차 얘기를 이어갔다.
밥을 먹으면서는 집 얘기가 나왔다. 전세로 사는 둘째에게 "형은 이번에 더 큰 집으로 갔잖아"라고 했더니 둘째 표정이 굳었다. 손주들 용돈을 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첫째 아들에게는 20만 원, 둘째의 두 딸에게는 각각 5만 원씩 주며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갔으니까 더 주는 거야"라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손녀들은 그 뒤로 말수가 줄었다.

막내딸에게 서운하다고 쏟아냈다
막내딸은 시댁에서 음식하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오후 늦게야 도착했다. 현관에 들어서는 딸에게 "올 거면 좀 일찍 오지"라고 했더니 딸은 지친 목소리로 "엄마 나도 아침부터 시댁에서 일하고 왔어"라고 답했다. 나는 "시댁 일만 중요하니, 친정은 항상 나중이고"라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딸이 조용히 말했다. "엄마는 왜 내가 친정 갈 때마다 미안하게 만들어. 늦게 가면 왜 이제 왔냐고 하고 일찍 일어나면 벌써 가느냐고 하잖아. 나는 갈 때마다 몇 시에 도착해야 엄마가 덜 서운할지부터 생각해." 그 말에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남편이 병원비 얘기를 꺼내며 "너희가 조금씩은 챙겨야 하지 않겠니"라고 했고, 첫째가 굳은 표정으로 "저도 보기보다 여유 있지 않아요"라고 답하는 동안 둘째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추석 당일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명절을 보내고 이번 추석이 다가오자 삼 남매가 하나둘 못 온다고 연락해왔다. 답답한 마음에 둘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솔직히 말해보라고 했더니 둘째가 대답했다. "엄마는 늘 형이랑 나를 비교하잖아." 내가 걱정돼서 그런 거라고 했더니 둘째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런데 명절마다 또 확인받고 싶지는 않아"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소파에 앉아 있었다. 명절 전날 결국 전을 부쳤다. 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손이 멈추지 않았다. 첫째는 갈비, 둘째는 동그랑땡, 막내딸은 굴비를 좋아한다는 생각에 자꾸 손이 갔다. 그러나 추석 아침이 되어도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갈비 한 점을 남편 밥그릇에 올려놓으며 "첫째가 이 갈비 참 좋아하는데"라고 했지만, 남편도 나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