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GM 알페온, 중국에서 잘나가고 있다고요?

여러분은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산하 자동차 브랜드, ‘뷰익’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요?

GM의 역사를 논할 때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브랜드가 바로 뷰익이에요. 어떻게 보면 GM의 시초라고도 말할 수 있죠. 이처럼 역사적 의의가 큰 브랜드임에도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에요.

그러나,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이며, 한국이 직접 차량 개발부터 생산 및 수출까지 맡은 브랜드예요. 오늘은 베일에 쌓인 이 뷰익이라는 브랜드의 과거와 오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해요.


최초의 GM 🚩
원년멤버 뷰익!

데이비드 뷰익

뷰익의 창립자 ‘데이비드 뷰익’은 1854년 9월 17일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는데요, 두 살이 되던 해 가족이 미국 디트로이트로 이민을 왔다고 해요. 10대 중반부터 데이비드 뷰익은 배관설비 생산 업체에서 정규 직원으로 일하다가 1882년 회사를 나와 문 닫은 공장 하나를 매입했어요. 그리고 친구와 함께 회사를 차리게 되는데요. 그 이름은 바로 ‘뷰익 앤드 셔우드 컴퍼니’라는 회사였어요. 뷰익이라는 이름이 최초로 붙여진 회사죠.

 하지만 이때 설립한 회사는 자동차가 아닌 앞서 말한 배관설비 사업에 집중한 회사였어요. 이후 데이비드 뷰익은 기존의 회사를 친구에게 모조리 넘기고 1889년 엔진 회사를 새롭게 차렸는데요. 3년 뒤인 1902년에 사명을 ‘뷰익 매뉴팩쳐링 컴퍼니’라고 이름을 붙인 뒤 본격적으로 자동차 개발에 돌입하게 시작해요. 이것이 바로 자동차 회사로서 뷰익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당시 자동차에 흠뻑 빠져 있던 데이비드 뷰익은 이 시기 오늘날 오버헤드 밸브 설계의 효시가 된 자동차용 엔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의 엄청난 재능을 십분 발휘했어요. 한마디로 ‘천재’였던 셈이죠. 하지만 사업 수완은 매우 미숙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실제로 데이비드 뷰익은 기술을 개발하는 기간 동안 회사는 거의 파산할 지경이 이르렀고, 결국 1903년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게 돼요.

 그리고 1년 뒤인 1904년에 또 다른 사람에게 다시 매각되었으나 계속해서 회사의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해요. 결국 마지막으로 회사를 매수했던 사람은 ‘빌리 듀란트’라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요. 이 사람이 바로 GM의 창립자예요.

당시 미국 플린트에서 마차 회사로 성공을 거뒀던 빌리 듀란트는 뷰익에서 시판 중이었던 모델 B를 시승하고 나서 이 차에 푹 빠지게 됐다고 하는데요. 데이비드 뷰익이 개발한 오버헤드 밸브 엔진의 훌륭한 성능도 한몫 했다고 해요. 

그렇게 단번에 빌리 듀란트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뷰익은 1904년 11월경 다시 매각이 되면서 승승장구의 길을 걷기 시작해요. 그의 놀라운 사업 수완 덕분에 뷰익은 1908년 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회사로 등극하기도 했어요.

 이 와중에 빌리 듀란트는 당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하여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합한 대규모 출자 회사를 기획하게 되는데요, 그것이 바로 제너럴 모터스(GM)예요.

GM은 1908년 9월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자동차 브랜드를 하나씩 인수하기 시작해요. 당연하게도 GM이 가장 먼저 품은 최초의 회사는 창립자 빌리 듀란트 소유의 뷰익이었어요. 따라서 GM의 역사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뷰익이죠. 만약 뷰익이 없었다면, 그리고 빌리 듀란트가 뷰익을 사들이지 않았다면, GM이라는 회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요.

 이후 GM은 올즈모빌, 캐딜락, 쉐보레 등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됩니다. 그렇게 뷰익은 GM 산하의 라인업 중에서도 대중 브랜드 쉐보레와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 사이에 위치한 준 럭셔리급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면서 입지를 다져 나가게 되죠. 한편, 뷰익의 창립자 데이비드 뷰익은 정작 회사 매각 후 대금을 투자 실패로 몽땅 날리는 등 힘든 생활을 유지하다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져요.

GM 산하의 브랜드로서 뷰익은 회사를 대표해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기도 했어요.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바로 1938년 GM에서 최초로 선보인 콘셉트카 ‘뷰익 Y잡’인데요. 세간에는 세계 최초의 콘셉트카로 알려져 있다고 해요.

 이 차는 20세기 미국 자동차 디자인을 이끌었다고 평가받은 할리 얼이 만들었어요. 그는 GM 디자인부서 ‘아트 앤 컬러’ 부문의 수석으로 임명된 후 GM의 자동차를 디자인하면서 유명세를 떨쳤어요. 덕분에 1950년대에는 부회장에 오르는 등 단연 자동차 업계의 거물이었죠.

 그런 그가 30년대 후반 탄생시킨 뷰익 Y잡은 2인승 스포츠 컨버터블로, 차체가 낮고 길고 넓은 형태에 발판을 없애는 등 혁신적인 모습으로 큰 주목을 받았어요. 그렇게 뷰익 Y잡에서 보여준 스타일은 이후 GM 자동차 디자인에 반영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20년대 중반 이후부터 GM 산하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차종이 서로 비슷한 형상을 띠며 구분이 모호해지고, 자동차 품질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뷰익 또한 몰락을 길을 걷게 돼요. 게다가 GM 최초의 브랜드라는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북미 시장 내에서는 올드한 이미지에 갇혀 계속해서 저조한 실적을 보여줬죠.

 21세기 들어 GM은 이처럼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기에 이르렀는데요. 그 대상에는 올즈모빌, 폰티악 등이 해당됐어요. 하지만 뷰익은 다행히도 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중국 시장에서의 엄청난 인기 덕분이라고 해요. 실제로 뷰익은 2021년 기준 전 세계에서 106만 대 정도를 판매했어요. 그중 80%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됐다고 전해져요.


👂 알페온, 어디서 들어봤더라?
뷰익의 대표주자들

현재 뷰익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차종은 바로 ‘라크로스’가 아닐까 해요. 뷰익의 플래그십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준중형급 세단인데요. 한국에서 2세대 모델이 ‘알페온’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적도 있거든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차량은 3세대 모델이에요. 2019년 기존의 모습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서 한차례 페이스리프트 된 바 있어요. 3세대의 라크로스의 경우 북미 시장에서 판매 부진의 이유로 단종되었어요. 따라서 페이스리프트가 된 이후로는 오로지 중국 시장에서만 판매되고 있어요.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을 기준으로 파워트레인은 1.5리터 및 2.0리터 터보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어 있어요. 최고 출력은 각각 237마력, 169마력의 힘을 발휘해요.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임에도 파워트레인은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죠. 참고로 북미 시장에서 판매됐던 모델은 V6 3.6리터 자연 흡기 엔진이 장착된 것을 미루어 볼 때 어느 정도 현지화가 이뤄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한국에서도 출시되면 어떨까 궁금하지만, 바로 뒤 설명할 알페온의 실패와 아울러 이제는 중국 현지에서만 판매되는 현실이라 국내 출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라크로스를 논할 때 알페온 이야기를 안 꺼낼 수 없죠. 알페온은 2010년 출시된 GM대우의 플래그십 세단이었어요.

 당시 준대형 세단의 빈 자리를 메꿀 차량으로 낙점되어 뷰익 라크로스 2세대를 들여오되, 한국 시장에 맞게 몇 가지 변경 사항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기존 라크로스에 장착되던 V6 3.6리터 엔진을 V6 3.0리터 엔진 등으로 다운사이징하고 일부 고급 사양들 또한 축소되었어요. 따라서 겉모습은 로고를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지만, 차종이 맡은 포지션은 상이했죠.

 당시 북미 시장에서 렉서스 ES, 현대 제네시스 등이 경쟁 차종이었다면, 국내 시장에서는 현대 그랜저, 기아K7 등과 경쟁구도를 갖췄죠. 본래 고급 세단이었던 차량의 일부 사양을 덜어내 가격은 낮추면서도 국내 중대형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돼요.

하지만 GM대우의 계획과는 달리 실제로 판매량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보여 주지 못했어요. 당초 알페온의 판매량이 최소 10만 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2010년 출시 후 5년간 판매량이 4만 대를 채 넘지 못하며 예상치의 반도 미치지 못했죠.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어요. 굼뜬 성능, 낮은 연비, 국내 소비자 취향과 다소 다른 디자인,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된 결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만 경쟁 모델 대비 정숙성이 훌륭하다는 장점이 컸다고 해요. 차라리 아예 차량을 라크로스와 동일한 사양과 포지션으로 판매했으면 어땠을까요? 결국 알페온은 쉐보레 임팔라에게 한국GM의 준대형 세단의 자리를 물려주고 단종되기에 이르러요.

재미있는 사실은 알페온의 단종 이후에도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뷰익과 관련된 차량을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 주인공은 바로 뷰익 앙코르 GX인데요.

 이 차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소형 SUV예요. 한국GM이 주도해서 개발했고, 생산 또한 인천 부평1공장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이렇게 생산된 물량은 북미 시장으로 수출되는데요. 한국 GM에서 수출하는 차량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효자 모델이라고 해요. 아울러 올해 상반기부터는 쿠페형 소형 SUV, 뷰익 엔비스타 또한 부평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한국과 뷰익 간의 인연은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을까?
🤔 묘한 뷰익과 한국 사이 

국내에서 개발도 하고 생산까지 하는 뷰익, 국내에서 만나볼 수는 없을까요? 실제로 2010년경 뷰익 브랜드의 국내 진출과 관련하여 검토를 진행한 바 있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한국GM에서 쉐보레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었던 사정 등이 겹쳐 최종적으로는 무산됐어요. 뷰익 라크로스가 국내에서 알페온이라는 독자적인 네이밍으로 출시된 것도 그 결과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네요.

 그 당시에도 그렇고, 현재에 와서도 뷰익의 국내 진출은 가능성이 없어 보여요.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전무하고 브랜드 포지션 자체가 쉐보레와 캐딜락 사이를 담당하고 있어 국내에 출시할 경우 브랜드의 위치가 매우 애매하기 때문이죠. 도입 논의가 있던 시절에도 국내서 뷰익 브랜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한편 중국에서는 사정이 매우 달라요. 뷰익은 북미 시장이 아닌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몰고 있어요. 사실상 뷰익이라는 브랜드가 폐지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국 시장에서의 인기니까요. 미국 내 올드하다는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중국에서는 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그 이유로는 중국 역사상 주요 인물들이 뷰익을 타면서 럭셔리 이미지가 형성됐다고 하는군요. 전 세계 뷰익 판매량의 약 80%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GM 자체의 중국 시장 판매량에서도 뷰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이 판매량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 오늘의 세 줄 요약!

☝ 뷰익은 GM의 전신과도 같은 자동차 제조사예요.
✌️ '라크로스'가 국내에 알페온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오기도 했었는데요.
👌 국내에서 뷰익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한국에 진출하는 건 다소 요원해 보여요.

GM의 기원이라고도 볼 수 있는 뷰익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브랜드예요. 본거지인 북미 시장에서는 올드한 이미지로 외면받으며 폐지될 위기에 놓여있었으나 지구 정반대의 국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로 부활에 성공하기도 했죠.

이제 뷰익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어요. 작년에 GM이 뷰익 창립 120주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에요. 그것은 바로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의 전환인데요. 과연 앞으로의 뷰익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결국 폐지라는 수순을 밟을지, 아니면 전기차 브랜드로서 다시 한번 떠오를 미래를 그릴 수 있을지 기대가 돼요.

이미지 출처 - Motor1, Google, 제조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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