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시청률로 함부로 재단해선 안 되는 '당소말'의 가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9. 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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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말', 지창욱과 성동일을 구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K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이제 단 2회만을 남겨 놨다. 시청률은 1%대(닐슨 코리아). 첫 회 시청률 3.6%가 최고시청률이었고 그 후로 줄곧 추락해 1%대까지 떨어진 수치만 보면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라는 드라마에 대해 '실패작'이라 말하는 게 틀린 말은 아닌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때론 시청률만으로 함부로 재단하기 어려운 드라마도 있는 법이다. 필자가 보기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 바로 그런 드라마다.

호스피스 병동이 등장하고 죽음을 앞둔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하나 전개된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강태식(성동일) 반장이 이끄는 팀 지니가 있고, 그곳에 어려서부터 학대받아 스스로 집을 나와 보육원에 들어간 후 인생이 꼬여버려 더 이상 삶에 그다지 의미를 느끼지 못했던 윤겨레(지창욱)가 들어온다. 강태식 반장과 호스피스에 건강한 활력을 부여하는 서연주(수영) 간호사 그리고 따뜻한 가족 같은 호스피스 사람들을 만나고, 팀 지니 활동에 참여하면서 윤겨레는 조금씩 변화해간다.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의 이야기 구조는 어찌 보면 이처럼 단순하다. 삶의 의미를 잃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던 이들이 호스피스에서 진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숭고하기까지 한 삶들을 바라보면서 변화해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다소 뻔하게 보인다. 이미 <한사람만> 같은 호스피스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익숙하고, 당연히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 때문에 그런 드라마들이 가질 어두움 또한 당연해보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삶이 팍팍한 시기에 드라마에서도 죽음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마주해야 할까 싶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시청률은 낮지만, 보기 불편하고 무거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오히려 가치 있는 드라마로 보인다. 현실을 벗어나 가볍고 뽀송뽀송한 판타지 세계가 주는 일시적 행복감은 현실로 돌아오면 더 무겁게 우리를 짓누르기 마련이다. 또 부정하고 보고 싶지 않아도 우리 앞에 놓인 죽음이나 삶의 현실을 때론 직시함으로써 진정한 위로와 희망을 마주할 수도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온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이들의 따뜻하고 아픈 이야기들이 에피소드로 촘촘히 박혀 전해졌지만,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의 메인 스토리는 강태식에서 윤겨레로 이어지는 삶에 가치를 못 느끼고 그래서 포기할 생각까지 했던 이들이 어떻게 구원받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다. 단순하게 구분해 보면 우리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향해 가는 이들과 삶을 향해 가는 이들로 대비되어 있다.

어려서 버림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윤겨레에 집착하고 툭하면 "같이 죽자"고 말하는 하준경(원지안)이나 그를 사랑하지만 조직에 몸담은 자신의 처지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다 결국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장석준(남태훈)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윤겨레를 그토록 학대했고 강태식 또한 유혹해 비극적인 삶으로 끌어들인 윤겨레의 아버지 윤기춘(남경주) 같은 이들은 모두 죽음에 이끌리는 자들이다.

반면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이나, 그 환자들을 돌보는 서연주, 염순자(양희경), 최덕자(길해연), 황차용(유순웅), 유서진(전채은), 양치훈(신주환) 같은 인물들은 모두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자들이다. 윤겨레와 강태식은 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부류 사이에서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는 자들이다. 이들의 구원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건 마치 너무나 쉽게 죽음이 이야기되고 선택되는(심지어 드라마들 속에서조차) 세태 속에서 정반대의 길과 그래도 살만한 휴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한 위상을 갖게 된 K콘텐츠들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은 죽음이 너무 쉽게 소비된다는 점이다. 치열한 현실 비판이 담겨 있는 게 사실이지만 때론 자극적으로 죽음이 소비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정반대로 삶을 이야기하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같은 드라마들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이런 마음이 통했던 걸까. 국내에서는 1%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지만, 이 드라마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해외에서는 글로벌 OTT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록을 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점점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시점이다. 다양한 죽음에 대한 논제들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가치가 충분하다 느껴지는 이유다.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그래서 시청률 지표가 이제는 다양화된 현재의 우리네 콘텐츠 소비 현실과 동떨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면서, 지나치게 자극으로만 균형추가 옮겨가 있는 K콘텐츠를 한번쯤 되돌아보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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