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CEO 20년]⑪ 교보증권, 김해준의 13년과 4연임

블로터가 20년간 지켜본 증권사 수장들의 발자취를 돌이켜봅니다.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사옥 /사진 제공=교보증권

교보증권은 2005년 이후 초기에는 대표 교체가 잦았지만 김해준 전 사장이 약 13년간 경영을 맡으면서 장기 재임 체제가 자리 잡았다. 김 전 사장은 2020년 박봉권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구성한 뒤 이석기 사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후에도 두 대표가 재선임을 거듭하며 경영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3월 네 번째 임기를 확정했다. 김 전 사장의 장기 재임에서 시작된 인사 연속성이 각자대표 체제로 이어진 셈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보증권에서는 2005년 1월1일 재임 중이던 대표를 포함해 모두 6명이 대표직을 맡았다. 송종·최명주·박창배·김해준 전 사장과 현 박봉권·이석기 사장이다. 이 가운데 김 전 사장은 2008년 6월27일부터 2021년 3월24일까지 약 12년9개월간 대표를 맡았다.

2005년 초에는 송 전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었다. 그는 2004년 취임한 뒤 이듬해 5월 최 전 사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최 전 사장은 2005년 5월24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새 대표로 선임됐다. 당시 회사는 교보생명과 연계한 영업 강화 등을 새 경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최 전 사장은 2007년 1월25일 사임 의사를 공개했다. 임직원 성과급과 업무추진비 집행 등을 놓고 이사회 및 대주주와 마찰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 전 사장은 당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전년도 11월 이미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창배 전 사장이 대표직을 맡았다. 박 전 사장은 2008년 6월 김 전 사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초기 대표 교체는 장기 재임과 거리가 있었다.

김 전 사장의 취임은 인사 흐름을 바꿨다. 그는 교보증권 기업금융본부장과 프로젝트금융본부장, IB투자본부장 등을 거친 내부 출신이다. 2008년 6월27일 대표에 오른 뒤 재선임을 거듭했다. 2018년에는 다섯 번째 재선임을 받았고 2020년 3월에도 다시 대표로 선임됐다. 2021년 3월까지 약 13년간 경영을 맡으며 교보증권의 지난 20년에서 가장 긴 대표 재임 기간을 기록했다.

김 전 사장의 장기 재임은 각자대표 체제 도입으로 변화했다. 교보증권은 2020년 3월25일 박 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김 전 사장은 경영을 총괄하고 박 사장은 영업부문을 맡았다. 기존 대표가 곧바로 물러나는 대신 신임 대표와 함께 경영을 맡는 방식이었다.

김 전 사장은 2021년 3월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초 임기는 2022년 3월까지 남아 있었지만 이 사장이 후임으로 선임되면서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사장은 대표직을 유지했다. 김 전 사장의 퇴임은 임기 만료에 따른 교체가 아니라 장기 재임 이후 각자대표 체제를 거쳐 이뤄진 승계였다.

이 사장은 교보생명에서 재무실장과 경영기획실장, 투자사업본부장, 자산운용담당 전무,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21년 1월 교보증권 상임고문으로 합류한 뒤 같은 해 3월24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 사장도 교보생명에서 자산운용 업무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은 경력이 있다. 김 전 사장 퇴임 이후 교보생명 출신 두 사람이 경영을 맡는 구조가 이어졌다.

현재 두 대표는 역할을 나눠 경영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은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등 영업부문을 총괄한다. 이 사장은 경영지원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부문을 맡는다. 박 사장은 2020년 취임 후 2022년과 2024년에 재선임됐고 올해 3월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선임됐다. 네 번째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이 사장은 2023년과 지난해 재선임돼 세 번째 임기를 맡고 있으며 현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경영진의 연속성은 자본 확충과도 맞물렸다. 교보생명은 2020년 2000억원, 2023년 2500억원 규모의 교보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회사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증자 목적으로 제시했다. 2020년대 들어 대표 교체보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을 늘리는 방향을 택했다.

자기자본도 확대됐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2조1207억원으로 2024년 말 1조9912억원보다 늘었다. 올해 6월 말에는 2조2406억원을 기록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기준인 3조원까지 7594억원이 남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904억원, 순이익은 1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7.2%, 21.4% 증가했다.

다만 자기자본 3조원 달성만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개편된 지정요건에 따라 최근 2개 사업연도의 각 결산 기준으로 자본요건을 연속 충족해야 한다. 사업계획과 사회적 신용 등에 대한 심사도 거쳐야 한다. 교보증권은 추가 자본 확충과 수익 기반 확대를 통해 이들 요건을 갖춰야 한다.

교보증권의 CEO 인사는 초기의 잦은 교체에서 김 전 사장의 장기 재임으로 전환됐고 이후 각자대표 체제로 이어졌다. 현 경영진도 장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사 연속성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과 사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해야 한다. 자본요건 충족과 수익구조 다변화가 박·이 사장 체제의 성과를 가를 과제로 남아 있다.

조윤호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