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못잡는 '가짜 부동산', 정부가 풀어줬다…손 놓은지 26년
[편집자주] 국민들의 '살 권리'가 위협받는다. 전세사기 같은 불법거래는 대부분 관계당국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서 벌어진다. 국내 부동산시장 거래의 절반 정도는 직거래, 이 중 상당수는 무늬만 직거래인 '불법·무자격 중개'다. 규모에 비해 미성숙한 부동산 시장의 민낯이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처음에는 '빌라왕', '빌라신' 같은 일부 임대업자들의 일탈적 범죄라고 여겼지만, 전국적인 피해가 확인되면서 국내 부동산 중개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배경으로 떠올랐다.
불법 부동산 거래는 현장 공인중개사들이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에는 조사나 고발 권한이 없다. 규제할 수 있는 방법도 전무한 상태다.
불법 중개업자들은 계약서를 보관하지 않고, 직거래로 처리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불법 요소를 발견해 기소 요청을 하려 해도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된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개업공인중개사에게는 계약서를 5년간 보관할 의무가 있다. 반면 무등록 중개업자들은 그런 의무가 없다. 이런 이유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특정이 어렵고 결과적으로 단속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수사의뢰를 해도 무혐의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나와도 불법·무등록 중개업자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던 건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불법 거래는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간다는 것이다.
고질적인 불법·무자격 중개행위를 차단할 선제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속 권한 부활과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재정비가 없다면, 불법 부동산 중개 행위는 계속해서 음지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현실적인 단속 체계와 효과적인 법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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