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性장기… ‘디지털 네이티브’ 맞춤 교육 절실 [긴급점검 청소년 성(性) 인식]
디지털 기기 익숙한 환경 속 성장… 성범죄·놀이 경계 인지 부족
윤미진 센터장 “또래끼리 왜곡된 성문화 만들어… 차단해야”
박은하 교수 “타인과 올바른 관계 맺는 인지 교육 적극 나서야”
청소년들이 성범죄와 놀이, 장난의 모호한 경계에 빠져 있는 사이 도내 청소년의 성범죄는 큰 폭으로 늘었다. 단순히 놀이와 장난을 넘어 실행에 옮기고 범죄로 이어지는 청소년의 수가 늘었다는 얘기다. 결국 제대로 된 성 인식과 성 관련 교육, 성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이 수반되지 않는 한 청소년이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일을 막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알파팀이 경찰청을 통해 확보한 최근 5년간 경기지역 성범죄(강간·추행) 검거 청소년 수를 보면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 380명이던 검거 청소년 수는 코로나19가 최정점에 있던 2021년 313명으로 줄었다가 2022년 다시 364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12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올해 8월까지 이미 312명이 강간 및 추행 범죄로 검거돼 이 추세라면 지난해보다 검거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 연령 역시 낮아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욱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역별 촉법소년 검거현황에 따르면 도내 강간, 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지난 2019년 107명에서 2023년 238명으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딥페이크 관련 범죄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올해 1월1일부터 9월25일까지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범죄 현황을 확인한 결과 신고 접수는 182건, 검거는 87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80%는 미성년자였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청소년 성범죄의 해법은 없을까. 경기알파팀은 이번 경기도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20580278) 결과를 윤미진 경기북부청소년성문화센터장과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함께 분석, 대안을 고민해 봤다.
■ ‘디지털 네이티브’ 청소년, 낮은 문턱의 성범죄
지금의 청소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가 흔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디지털 기기를 쉽게 접했고,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익숙함도 크다. 그만큼 청소년들은 온라인에 이미 공개돼 있는 다른 사람의 사진과 영상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자유로운 사용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공개된 것’이니 이를 활용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셈이다.
박은하 교수는 이 점에 주목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의 단초가 되기도 하는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인스타그램 게시물 등 타인의 공개된 사진을 동의 없이 공유하거나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동’이 범죄인지 묻자 413명의 응답자 중 절반 가량인 172명(41.6%)은 범죄가 아니라는 데 표를 던졌다.
박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자는 다른 범죄에 비해 평균 연령이 어리고, 초범 비율이 높다”며 “디지털 성범죄가 다른 범죄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아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능숙하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고, 활용 능력도 어느 세대보다 뛰어나다”며 “이걸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스스로의 조절능력이나 절제 능력 없이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관련 제도와 교육 시스템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교사나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이뤄지면 지금처럼 아이들의 활용 능력이 어른들보다 뛰어나 규제나 통제에 한계를 느끼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학습의 부재, 왜곡된 성 지식·가치관 형성 불러
윤미진 센터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 중 청소년들이 성범죄를 막연하고 흐릿하게 인지하고 있고, 그 이유로 학습의 부재를 꼽았다는 점을 지목하며 또래끼리의 왜곡된 성인식 전파를 차단할 필요성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성적 욕구보다는 재미를 위해 성적 문제 행동을 저지르거나 이를 또래와 어울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고 답했다”며 “사춘기 시기에는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들의 행동에 쉽게 동조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소년들의 특징이 곧 또래 간의 성 관련 지식 교환 및 공유로 인한 왜곡된 성인식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왜곡된 성문화나 성 인식을 갖게 된 배경에 자기들끼리 만의 성 정보를 교류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성을 배운다는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또래나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얻는 건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할 수 있고, 또한 온라인 상에서 폭력적이거나 잘못된 성적 게시물을 자주 접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은하 교수 역시 또래 문화를 청소년의 성인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지목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어릴수록 두드러진다고 했다.
박 교수는 “중학생들은 아직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성적 문제 행동을 쉽게 수용하고, 이를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어릴수록 성을 가볍게 생각하며 또래 문화에 휩쓸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장난과 성폭력을 명확하게 구분해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박 교수와 윤 센터장은 모두 ‘교육’을 꼽았다. 무엇보다 교육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두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교수는 “결국 지금 발생하는 10대 디지털 성범죄나 교실 내에서의 성폭력이 장난처럼 만연한 배경에는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성별, 타인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못하는 인식이 자리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신체 정보나 폭력 예방교육이 아닌 타인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성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센터장은 “또래끼리 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면 ‘그건 잘못이야’라고 당당히 지적해주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왜곡된 성문화와 인식을 갖게 만들 수 있다”며 “온라인 세상에 상시 노출돼 있는 아이들에게 음란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 등 청소년의 현실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성범죄 심각성 몰라… ‘선 넘은 장난’ [긴급점검 청소년 성(性) 인식]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20580278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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