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머싱거!” 추억의 '오락실 게임' 뒷이야기

2024년 10월, 청량리에 레트로 콘셉트의 오락실인 '청량오락실'이 문을 열었다. 한때 게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명작 게임들을 단돈 100원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때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비트음 뿅뿅 소리가 울려퍼지는 이곳에선 볼록한 CRT 모니터를 통해 추억의 게임들을 플레이할 수 있다. 갤러그, 스트리트 파이터는 물론 메탈슬러그까지 30여 종이 넘는 게임이 준비돼 있어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면 몰입감은 배가 되는 법. 오락실을 찾기 전, 게임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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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가(Galaga)? 갤러그!

1981년 남코(Namco)에서 개발된 슈팅게임으로 1980년대 한국 오락실을 "뿅뿅뿅" 소리로 물들였다. 해적판이 성행하면서 정식 명칭인 '갤러가'가 아닌 '갤러그'로 유통되다가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오락실은 1979년 서울 900여 곳에서 1983년 6,000여 곳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대학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16비트 그래픽과 경쾌한 전자음은 당시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 트랙터 빔으로 우주선을 포획하고 '듀얼 파이터'로 구출하는 독특한 게임성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PC 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가 PC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갤러그는 그 앞단인 셈이다.


Episode.
오류가 선물한 스테이지


게임 개발에는 종종 행운이 뒤따른다. 갤러그의 '챌린징 스테이지'도 프로그래머 오가와 테츠(Tetsu Ogawa)가 우연히 테스트 도중 버그를 발견하며 탄생했다. 적들이 화면에 등장한 후 공격하지 않고 단순히 대형을 유지한 채 날아가는 현상이었다. 오가와는 "이걸 활용할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개발자 요코야마 시게루(Shigeru Yokoyama)에게 물었고, 그는 "적들이 공격하지 않는 상태로 그냥 쏘는 것도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해 '챌린징 스테이지(Challenging Stage)'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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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T 모니터 속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

일본의 캡콤(Capcom)이 개발한 격투 게임 시리즈다. 1987년 첫 번째 작품이 출시됐고 1991년 한국에 스트리트 파이터2를 선보였다. 이전에는 없던 6개 버튼 조작 시스템과 캐릭터 선택제는 게이머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한 판에 300원이라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오락실은 스트리트 파이터2 게임기로 가득 채워졌다. 게임기 위에 동전을 쌓아놓고 스위치를 두드리는 기이한 문화도 생겼다. 플레이어 간 대결이라는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이 성공 요인이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게이머들에게 오락실은 무술 도장처럼 자신만의 기술을 겨루는 대련 장소였다.


Episode.
44세 금메달리스트 게이머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발자 출신 44세 김관우 선수는 젊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스트리트파이터 5’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노장의 싸움’이라 불린 결승전에서 동갑내기 타이완 상대를 누른 김관우의 무기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심리전이었다. 2023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일단 하는 데까지 전업 게이머로 활동할 예정"이라 밝혔다. 고전 격투 게임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음에도 그는 묵묵히 스트리트 파이터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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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머싱거!” 메탈 슬러그(Metal Slug)

1996년 나즈카 코퍼레이션(Nazca Corporation)이 개발해 북미에서 처음 출시된 일본의 런앤건 비디오 게임 시리즈다. 쉽게 말해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총을 쏘고 나타나는 적을 모조리 제거하면 된다. 특수부대 일원이 되어 반란군, 외계인, 좀비 등 다양한 적과 싸우며 세계 정복을 막아내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손으로 그린 듯한 유니크한 비주얼과 유머러스한 그래픽 스타일이 특징이다. 특히 2000년 출시된 메탈 슬러그3은 완성도가 높아 명작으로 꼽힌다. 총을 획득할 때 나오는 효과음인 “애니머싱거”라는 유행어를 탄생시기도 했다. 원 코인으로 게임을 모두 클리어하는 고수가 동네에 한 두명은 꼭 있었다.


Episode.
턴제 전략 RPG로 돌아오다


2024년 11월 출시된 '메탈슬러그 택틱스'는 원작의 픽셀 미학을 보존하면서도 전략적 깊이를 더했다. 9명의 원작 캐릭터와 36종의 무기를 활용한 다양한 전투 옵션을 제공한다. '싱크' 시스템을 통한 연계 공격과 아드레날린 게이지로 발동하는 특수 능력은 원작의 액션성을 전략 게임에 효과적으로 이식했다. 로그라이트 요소와 무기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매 플레이마다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며, 원작의 역동적인 사운드트랙은 게임의 열기를 더한다. 향수를 찾는 오랜 팬과 새로운 전략 게임 애호가 모두 환영할 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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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속 2인 플레이, 버블보블(Bubble Bobble)

1986년 일본 게임기 제조 기업 타이토사(TAITO社)가 선보인 '버블보블'은 국내에서 '보글보글'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이 게임은 귀여운 공룡 캐릭터가 거품을 발사해 적을 가두고 터트리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그 향수는 100개 스테이지를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스테이지를 깨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운과 실력만 있다면 50원으로도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실력 있는 고수들의 뒷통수엔 주인의 따끔한 눈초리가 도사리기도.


Episode.
CM송 표절 논란


2009년 소녀시대가 출연한 삼양라면 광고에서 사용된 '보글보글' 음악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본 블로거의 오해로 시작된 논란은 미국 게임 웹진까지 확산되었으나 정식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랄랄라 친구라면 삼양라면 영원한 라면~"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보글보글 테마곡과 비슷하다.

ㅣ덴 매거진 Online 2025년
에디터 김진우(tmdrns1111@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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