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준비된 유행 ‘텍스트 힙’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한 한의원에서 휴진을 하며 병원 출입문에 종이를 한 장 붙여놓았다. 옛날 과외모집 등을 알리는 전단에서 종이 아래쪽을 세로로 여러 번 잘라 연락처를 가져갈 수 있게 한 것과 비슷했다. 휴진인 것을 모르고 발걸음을 한 환자들에게 치료로 보답하겠다는 문구와 함께 그 아래에 "나 왔다 갔엉!"이라고 적힌 종이를 뜯어가게 한 것이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최근 이 종이와 거기에 적힌 텍스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Z세대에게 텍스트 한 줄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근래 들어 '텍스트 힙'이라는 말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Z세대가 독서, 글쓰기 등 텍스트와 관련된 활동에 모여들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불거진 '문해력 논란'과는 거리가 먼 유행으로, Z세대에게 텍스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티니핑의 진화? 파산핑·출근핑!
![‘누누씨’ 캐릭터로 만든 ◯◯핑 캐릭터 시리즈. [‘누누씨’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9/24/weeklydonga/20240924090032345xgul.jpg)
텍스트라는 관심사가 반영된 물건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바로 문진이다. 문진은 종이가 바람 등에 날아가지 않도록 위에 올려놓고 고정시키는 물건으로, 고정 용도 이외에 책에 밑줄을 그을 때도 대고 사용할 수 있어 독서를 돕는 유용한 아이템이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무엇보다 책상에 올려두기만 해도 자동으로 인테리어가 되기에 Z세대 사이에서 선물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책갈피와 함께 사람들의 SNS 독서 인증숏에 문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문진 인기가 높아지면서 요즘에는 그 안에 압화, 반짝이를 넣는 등 다양한 디자인과 모양으로 출시되고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판매하는 자개 독서링. [‘돈의문박물관마을’ X(옛 트위터) 계정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9/24/weeklydonga/20240924090033733akzp.jpg)
논문·SNS 유행의 컬래버레이션
![비둘기 관련 논문을 열거한 ‘디비피아’ 인스타그램 게시물. [‘디비피아’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9/24/weeklydonga/20240924090035050fjtw.jpg)
최근에는 논문 사이트 '디비피아'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계정 관리자에게 "SNS 천재력 엄청나다"는 Z세대의 호응이 쏟아진 것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논문이라는 콘텐츠를 유행 밈이나 캐릭터에 버무려 재밌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EBS의 비둘기 캐릭터 '똘비'가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자 "똘비 복귀할 때까지 1일 1비둘기 논문 읽겠다"며 게시물에 냅다 비둘기 관련 논문들을 나열한 것이 대표적 예다. 그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방향으로 논문 읽기를 제안한 것은 물론, 논문을 형광펜, 스티커 등으로 꾸미는 '논꾸'(논문 꾸미기) 등 신박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계정을 보고 실제로 논문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디비피아 홍보와 논문 홍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문해력 논란은 Z세대를 끊임없이 쫓아다닌다. 하지만 Z세대는 텍스트에 대한 관심이 크고 언어를 갖고 노는 것에 특화된 세대다. 누군가는 텍스트 힙에 대해 "보여주기일 뿐"이라고 평가하지만, Z세대에게는 이미 준비돼 있던 유행이다. 텍스트에 대한 Z세대의 호기심과 애정은 더욱 커질 것이다.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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