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에 유일하게 맞섰던 차”… 기아 타우너, 지금도 기억하십니까?

지금이야 중고 경차 시장에서 대우 다마스와 라보가 거의 유일한 선택지로 여겨지지만, 1990년대에는 국산 경상용차 시장에 또 하나의 존재감 있는 모델이 있었다. 바로 기아 타우너(Towner)다.
타우너는 1992년, 당시 아시아자동차가 출시한 경상용 밴/트럭으로, 대우국민차(현 한국지엠)의 다마스·라보와 직접 경쟁하며 등장했다. 출시 초기에는 ‘다마스의 대항마’, 심지어는 ‘경차계의 반격’이라는 별칭까지 붙으며 주목받았다. 실제로 타우너는 출시 한 달 만에 다마스 판매량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타우너는 일본 다이하쓰의 대표 경상용차인 하이제트 7세대를 기반으로 한 라이선스 모델이다. 차명 ‘Towner’는 ‘Town(도시)’과 사람을 뜻하는 ‘~er’의 결합어로, 도시 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실용적인 차량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외형은 다이하쓰 하이제트를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춘 디테일이 가미됐다. 대표적인 것이 일체형 헤드램프와 라운드 처리된 외형 디자인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3,613mm, 전폭 1,400mm, 전고 1,825mm로 다마스와 유사하나, 보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넓은 윈도우 면적으로 시야 확보에 강점이 있었다.

특히 타우너는 편의 사양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수동 선루프, 알로이 휠, 타코미터(회전계) 등 동급 경쟁 모델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비들을 제공했다. 7인승 ‘코치’ 모델은 2-2-3 시트 배열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또는 소규모 승합 수요에도 대응했다.
엔진은 다이하쓰의 796cc ED-10A 가솔린 또는 LPG 엔진이 사용됐다.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40마력, LPG 모델은 35마력으로, 다마스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연비와 유지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었고, LPG 모델은 특히 도심 운송에 유리한 선택지로 꼽혔다.

당시 광고 모델로 배우 최진실을 기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CF에서 밝은 이미지의 최진실이 타우너를 몰며 소상공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마케팅은 타우너의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했으며, ‘젊고 감각적인 경상용차’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타우너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아시아자동차가 기아에 흡수되고, 이후 경상용차 부문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줄면서 상품성 유지에 실패했다. 2000년 이후 가솔린 모델은 단종되고, LPG 모델만 명맥을 이어가다가 2002년 배출가스 기준 미달로 결국 단종됐다.

결국 타우너는 다마스·라보의 독주를 막을 수 있었던 유일한 모델이었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제조사 지원이 줄어든 가운데 품질 이슈와 부품 수급 문제, 그리고 낮은 재판매 가치가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졌다. 오늘날에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타우너가 거의 자취를 감췄으며, 복원 사례 역시 드물다.
하지만 1990년대 소상공인의 삶 한가운데에서 실질적인 이동 수단으로 사랑받았던 ‘기억 속의 차’ 타우너는 분명 한국 경차 산업의 중요한 한 장면을 차지한다. 경상용차의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진 지금, 타우너의 부활을 바라는 목소리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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