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여름을 이기는 자연스러운 방법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25. 7. 18.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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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해마다 여름이 점점 뜨거워진다. 더위 속에서 우리는 에어컨과 냉장고에 기대지만 냉방기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더위를 견뎌냈을까. 중동에서는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도 시원한 물을 마셨다. 그 비결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커다란 토기 항아리에 있었다. 항아리 속 물은 아주 미세하게 외부로 지속적으로 스며나오고 증발한다. 이 증발과정에서 항아리가 열을 빼앗기면서 온도는 점차 낮아지고 유지된다. 이는 기화열을 이용한 매우 과학적인 자연 냉각장치며 우리의 몸이 땀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원리와 유사한 면이 있다.

사람의 체온이 올라가면 뇌 속 시상하부가 이를 감지한다. 시상하부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땀샘에 신호를 보내고 에크린 땀샘에서 땀이 분비된다. 이 땀은 피부표면에 머무르다 공기와 접촉하면서 증발하는데 이때 피부의 열을 함께 가져간다. 땀의 증발, 즉 기화는 우리 몸이 열을 식히기 위한 가장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방식이다. 고열이 나면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원리와도 비슷하다. 땀이 잘 나는 사람은 남들이 보기에는 더워보이지만 실상 체온조절을 잘해 본인은 그렇게 덥게 느끼지 않는다. 땀은 불쾌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인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작동하는 매우 정교한 생리적 반응이다. 적당한 운동을 통해 땀을 내는 것도 체온조절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히려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사람은 체온상승에 대한 반응이 둔하다고 할 수 있고 여름철에 더 쉽게 탈진하거나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땀을 흘리면 수분과 전해질 손실을 유발하므로 운동 중이나 야외활동 때는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중요한데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수분을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땀을 흘린다면 체내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 탈수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정도에 따라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권장한다.

이런 기화열의 원리는 한국인의 전통적 생활의 지혜인 '이열치열'이라는 말에도 잘 녹아 있다. 뜨거운 여름날 사람들은 시원한 음식보다 오히려 뜨거운 국이나 매운 찌개를 먹는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더 덥게 느낄 수도 있지만 체온이 올라가면서 땀이 나고 그 땀이 증발하면서 시원하게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따뜻한 음식은 위장을 데워주고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장운동이 활성화되고 소화도 잘돼 식욕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여름철에 찬 음식만 고집하면 위장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소화불량이나 식욕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뜨거운 음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몸의 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생활 속의 지혜라 할 수 있다.

따듯한 음식은 겨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활동을 한 후 실내에 들어와 따뜻한 술 한 잔이나 차 한 잔은 건강유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찬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의 혈관이 수축하고 내부 장기의 활동도 둔화하는데 이 상태에서 바로 음식을 먹으면 장운동이 잘 이뤄지지 않아 체하거나 위경련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따뜻한 음료는 장기를 데워주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소화기능을 회복해준다. 겨울철 생활에서도 따듯한 음료는 실용적인 건강관리 원칙이 되는 셈이다.

더위는 억지로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순응하는 방식이야말로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선인들의 지혜라 생각한다. 항아리의 기화열 원리, 땀을 통한 체온조절, 그리고 이열치열의 지혜는 모두 자연을 관찰하고 몸의 반응을 이해한 인류의 생활과학이다. 올여름에는 땀을 두려워하지 말고 따뜻한 음식으로 몸의 순환을 돕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더위를 이겨내 지루한 여름을 잘 지내고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건강하게 맞이하기를 바란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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