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손해보험이 금리 하락기에도 불구하고 자본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을 업계 상위권인 200% 이상으로 사수했다. 덕분에 올해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주주배당 확대 계획에 청신호가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5일 DB손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 기준 204.66%로 전년동기 대비 20%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관련 계리적 가정 변경의 영향으로 올해 200%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했다. 부채부담 증가로 보험사들이 대체적으로 K-ICS 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당국은 K-ICS 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의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권고치를 150%에서 10~20%p 하향하기로 조정했다. 그럼에도 DB손보는 제도변화나 기본자본비율 제도 도입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밸류업 정책 때 제시했던 K-ICS 비율 목표치를 낮추지 않고 200~220%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새로운 정부로 바뀐 만큼 자본 규제와 관련된 정책에 따라 변동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DB손보의 주당 배당금은 6800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DB손보는 2028년경까지 주주환원율 3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K-ICS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상장한 대형 보험사 중 지난해 말 배당을 시행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그리고 DB손보뿐이었다. 보장성보험 신계약 판매 증가 영향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덩달아 늘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 배당여력 부족으로 배당을 할 수 없던 보험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DB손보도 올해 1분기 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3조524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K-ICS 비율이 200%를 넘기면서 준비금을 기존 대비 80% 수준만 적립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배당가능이익이 늘어 주주환원에 쓰일 재원이 늘어났다.
이처럼 DB손보의 K-ICS 비율이 업계 상위권을 줄곧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밀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에서 찾을 수 있다. DB손보는 IFRS17 시행 이후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1년을 넘긴 적이 없다. 듀레이션 갭이 적어지면 금리변동 시 순자산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비교적 낮아진다. 즉 지급할 보험금 등의 부채가 있을 때 맞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나 대출이 있어 여기서 부채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안정적인 K-ICS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유다.

당국은 최근 금리 하락기를 맞아 보험사들에게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축소를 위해 정교한 ALM 관리를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0일 때(즉, 자산 듀레이션과 부채 듀레이션이 일치할 때) ALM매칭률은 100%다.
일반적으로 보험 업계에서는 부채 듀레이션에 비해 자산 듀레이션 관리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부채 듀레이션이 크게 늘게 되는데, 일부 보험사들은 이를 대비해 사전에 자산 듀레이션을 크게 늘리는 ALM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1년 이상 벌어지며 ALM매칭률이 110%를 초과한 곳이 있었다.
DB손보 관계자는 "ALM 관리를 위해 국채 등 장기 채권투자와 채권선도(본드 포워드) 활용을 병행하는 중"이라며 "지난해에는 ALM매칭률이 10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말 당국의 무·저해지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 반영으로 매칭률이 9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앞으로도 자산운용의 전반적인 효율성 등을 고려해 매칭률 90% 이상의 안정적인 수준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DB손보는 채권 등 구조적 이익 기반의 효율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운용과 안정적인 추가수익 기반 확충을 기본 자산운용 전략으로 설정했다. 앞으로도 자본 변동성 축소를 위해 장기 우량 채권 투자뿐만 아니라 채권선도도 함께 활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K-ICS 유지를 위해 효율성을 고려한 상품 판매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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