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연평균 소득 3배, 집값 5배 급등…미국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진화형 부촌’

최근 미국 서부 ‘부의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IT 재벌들이 높은 세금과 마약 등의 사회 문제, 산업 지형의 변화 등을 이유로 애리조나주 ‘파라다이스 밸리(Paradise Valley)’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은퇴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파라다이스 밸리’는 최근 캘리포니아 IT 재벌들의 유입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촌으로 급부상했다.
애리조나주는 최근 몇 년간 TSMC와 인텔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부터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기업까지 첨단 기술 기업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으면서 새로운 산업 메카로 급부상했다. 고소득의 첨단 기술 인재가 대거 몰리면서 최첨단 관개 시스템을 갖춘 골프장, 인공 호수를 조성한 고급 리조트 등 과거 사막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럭셔리 인프라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인프라는 파라다이스 밸리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국 ‘부의 지형’…캘리포니아 대신 애리조나에 둥지 트는 IT 재벌들
최근 ‘미국 IT 산업의 본산’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를 떠나 애리조나에 둥지를 트는 IT 재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까진 거주지만 이동하는 형태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본사나 사업장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애리조나에 둥지를 튼 대표적인 IT 재벌로는 사이버 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지 커츠(George Kurtz)가 꼽힌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보안 업체 중 시가총액 2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달 1일 기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나스닥 시가총액은 1113억달러(약 154조5000억원)에 달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커츠 CEO의 재산 규모는 14억달러(약 2조원)다.

커츠 CEO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처음 설립했을 당시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거주했다. 이후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애리조나주 ‘파라다이스 밸리’로 이주했다. 그는 640만달러(약 90억원)를 들여 부지를 매입한 후 그곳에 초호화 저택을 지었다. 해당 저택의 대지면적은 약 4050m²(약 1200평), 연면적은 1540m²(약 450평) 등이다. 실내는 침실 8개와 욕실 10개로 구성돼 있으며 야외 수영장, 와인셀러, 영화관,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 등의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다. 마리코파 카운티에 따르면 해당 저택의 현재 가치는 약 1100만달러(약 150억원)로 매입 당시보다 70% 가량 상승했다.
미국 인터넷 도메인 플랫폼 ‘고대디(GoDaddy)’의 창업주 밥 파슨스(Bob Parsons) 또한 ‘파라다이스 밸리’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파손 테크놀로지(Parsons Technonlohy)를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인튜이트(Intuit)에 6400만달러(약 888억원)에 매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당시 시대적 현금 가치를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후 파슨스 CEO는 ’고대디‘를 설립해 또 한 번 성공을 거뒀다. 2011년부터는 골프 브랜드 PXG를 인수하는 등 사업 분야를 넓혀나가고 있다.
파슨스 CEO는 ‘파라다이스 밸리’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저택뿐만 아니라 럭셔리 골프 클럽까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소유한 골프 리조트 ‘스콧츠데일 내셔널 골프 클럽(Scottsdale National Golf Club)’은 애리조나주 내에서 손꼽을 정도의 명문 회원제 골프장이다. 골프 클럽 대지면적은 285만m²(약 86만평)에 달하며 총 45홀 규모로 조성돼 있다. 클럽 내에는 15개의 고급 빌라와 스파,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회원 가입비는 30만달러(약 4억원), 연회비는 6만달러(약 8000만원) 등으로 알려졌다.

파슨스 CEO의 저택도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해당 저택의 규모는 대지면적 약 3000m²(약 900평), 연면적 1150m²(약 350평) 등이다. 최초 매입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리코파 카운티에 따르면 현재 저택의 가치는 900만달러(약 125억원)이다. 내부 구조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초대형 야외 수영장, 최첨단 보안 시스템 등 모든 내 모든 시설이 ‘최고급’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중고차 판매 플랫폼 ‘카바나(Carvana)’의 CEO 어니스트 가르시아 2세(Ernest Garcia) 또한 ‘파라다이스 밸리’에 거주하고 있다. 카바나는 미국 중고차 시장을 선도하는 인기 플랫폼이다. 가르시아 CEO가 소유한 자동차 잡지 ‘드라이브 타임(Drive Time)’ 역시 자동차 업계에서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 규모는 145억 달러(약 20조1000억 원)에 달한다. 그는 2014년 캘리포니아 부동산을 매각하고 ‘파라다이스 밸리’에 정착했다.
가르시아 CEO가 거주하는 파라다이스 밸리 저택은 현대적인 건축미로 명성이 자자하다. 저택의 대지면적은 약 3600m²(약 1100평), 연면적은 약 1200m²(약 360평) 등이다. 2010년 1000만달러(약 145억원)에 매입했으며 현재 가치는 1800만달러(약 260억원)로 추산됐다. 실내는 침실 7개와 욕실 9개로 구성돼 있으며 개인 피트니스 공간, 야외 수영장, 게스트 하우스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파라다이스 밸리’에는 IT 재벌 외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의 재벌들도 거주하고 있다. 그 중에는 IT 재벌들의 유입 이전부터 ‘파라다이스 밸리’ 둥지를 튼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 파라다이스 밸리 토박이로 유명한 경제인으로는 ‘캠벨 수프(Campbell Soup Company)’ 상속자 베넷 도런스(Bennett Dorrance)가 우선적으로 언급된다. 캠벨 수프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공 식품업체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업 아티스트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직접 디자인한 통조림 용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도런스는 캠벨 수프 창업자 존 T. 도런스(John T. Dorrance)의 손자다. 포브스가 집계한 도런스 가문 재산 규모는 170억달러(약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도런스 소유 저택은 대지면적만 1만200m²(약 3100평)에 달한며 저택 연면적은 약 2000m²(약 600평) 규모다. 저택 울타리 내에는 대형 야외 수영장은 물론 전용 비행기 격납고와 활주로까지 갖춰져 있다. 게스트하우스, 개인 골프 연습장도 마련돼 있다. 저택 내부는 침실 15개, 욕실 17개로 구성돼 있다. 1990년에 1500만달러(약 220억원)에 매입한 해당 저택의 현재 시세는 약 4000만 달러(약 58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주민 소득 3배 증가, 집값 519% 폭증…진화하는 부촌 ‘파라다이스 밸리’
미국 현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파라다이스 밸리’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촌으로 평가된다. 예전에도 지역 갑부들이 몰려 사는 부촌이었지만 캘리포니아 IT 재벌들의 유입으로 위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에 따르면 2015년 13만달러(약 1억8000만원)였던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38만달러(약 5억2000만 원)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부촌 지역에서 주민 연평균 소득이 3배나 급등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주민의 평균 학력 또한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가 38% 가량 증가했다.

고소득층 주민이 대거 몰리면서 주택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4년 동안 ‘파라다이스 밸리’의 집값은 무려 519%나 올랐다. 덕분에 미국의 가장 부유한 동네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신흥 부촌인 만큼 골프장, 쇼핑몰, 고급 레스토랑 등 럭셔리 인프라 역시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파라다이스 밸리 인종 구성은 백인 비율이 89.2%에 달하며 나머지는 히스패닉(4.1%), 아시아계(3.5%) 등이다. 아시아계 중에선 대만계, 중국계 등이 유독 많은데 이는 TSMC 반도체 공장 건설로 고임금 기술자들이 대거 유입된 결과로 분석됐다.
애리조나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캘리포니아 살던 IT 재벌들이 높은 세금과 집값, 마약·노숙자 문제 등의 이유로 텍사스나 워싱턴 등 새로운 보금자리로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한 곳이 ‘파라다리스 밸리’다”며 “이곳은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인데다 세금도 적어 바다가 없단 점만 제외한다면 모든 면에서 완벽한 부촌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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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승열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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