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린 증시...추가 하락 트리거 ‘반대매매’ 연중 최대

【투데이신문 최예진 기자】미국의 고용 서프라이즈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와 글로벌 반도체 수익성 회의론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모두 8% 넘게 급락하며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빚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증시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 출회 시 증시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6.18포인트(-8.29%) 내린 7484.41에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강한 하락세를 보이며 오전 9시 3분경 약 3달 만에 '코스피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돼야 하며,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매매거래가 중단되고 20분 경과 후 일괄 해제된다.
이후 오전 9시 34분경에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매도 사이드카는 전일 대비 코스피200선물이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되며, 발동 시점부터 5분간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된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가 지수 약세에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외인 투자자는 21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이날도 외국인은 3750억원, 기관은 1조6242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은 1조7617억원 순매수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는 금리 인상 우려와 반도체 수익성 회의론이 확산되며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반도체 종목이 크게 조정을 받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10.3%)가 급락했다. 이 가운데 미국 5월 고용지표도 예상을 2배 상회하는 수준으로 발표되면서, 미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각각 4.58%, 5.03%을 기록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 넘으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브로드컴 가이던스 부진 악재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투매가 나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의미있는 지수대인 7000선을 지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에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18%, 7.68% 하락 마감했다. 주말 사이 입국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SK하이닉스와 인공지능(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메모리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히는 등 기대감을 유발했지만, 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와 반대매매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의 '빚투' 자금으로 해석되는 신용거래융자잔고는 지난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8조273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거래융자잔고는 약 37조8383억원이었다.
문제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가 늘어나면서 시장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자금을 정해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거나 담보비율이 유지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다. 대규모 반대매매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반대매매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6885억원이었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처분 금액은 1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iM증권 박상현 상무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10%대 폭락으로 국내 반도체 대장주를 비롯 대부분의 종목이 크게 하락했다"면서 "증시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이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브이코스피(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4.34% 오른 76.63을 나타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이 지수는 일반적으로 20 이상부터 불안 심리가 커진 상태를 의미하며, 40을 넘으면 투자자 패닉 국면으로 해석된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91.05포인트(-9.08%) 하락한 911.39에 거래를 마쳤다. 수급별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1244억원, 1467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2797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코스닥도 개장 직후 강한 하락세를 보이며 오전 9시 6분경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는 전일 대비 코스닥150 선물이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150 지수는 3% 이상 하락한 후 1분간 지속될 때 5분간 발동된다.
이후 오후 2시 36분에는 '코스닥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직전 매매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하여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되며,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매매거래가 중단된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1원 내린 15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러한 원화 약세는 최근 달러의 강세가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두 달 만에 100선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