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한 고등학교 3학년 소녀가 잃어버린 다이어리를 찾으러 방송국에 갔다가 드라마 주연으로 데뷔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지금까지도 '최강 동안'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배우 최강희다.
레모나 미인 선발대회 1위, 그 후 찾아온 기회들

최강희는 1995년 동명여고 3학년 재학 중 친구의 추천으로 '레모나 미인 선발대회'에 참가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그녀에게는 자연스럽게 단역 제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 운명적인 순간은 따로 있었다. 어느 날 그녀가 잃어버린 다이어리를 찾으러 방송국에 갔을 때, 그 다이어리를 주운 드라마 감독의 눈에 띈 것이다. 그 감독은 바로 배우 박위의 아버지인 박찬홍 감독이었다.

박찬홍 감독은 최강희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주연을 제안했다. 이렇게 해서 최강희는 1995년 KBS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신인이 주연 자리를 꿰차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그녀에게는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하이틴 스타 '세연이' 탄생

데뷔 이듬해인 1996년, 최강희는 MBC 청소년 드라마 '나'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교 방송반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흥미롭게도 '어른들은 몰라요'에서의 배역 이름이 세연, '나'에서도 홍세연이었기 때문에 당시 시청자들에게는 최강희라는 본명보다 '세연이'로 더 친숙했다. 마치 배우의 이름을 잃어버린 채 캐릭터 이름으로만 기억되는 특이한 케이스였다.
30대에도 고등학생 연기하는 최강 동안

최강희는 단막극, 시즌제 드라마, 미니시리즈 등 청소년 드라마 장르 전반에서 주연을 맡으며 하이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학교 1'에 이어 대학생 역할이었던 '광끼'까지, 뛰어난 동안 외모 덕분에 꽤 오랫동안 고등학생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이후 MBC 일요 아침드라마 '단팥빵'을 기점으로 고등학생이 아닌 20대 중후반 배역으로 연기 영역을 넓혔고,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비주얼로 주목받았다.
연기력과 인품까지 갖춘 배우로 성장

최강희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호불호 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선행으로도 유명한데, 2009년 에세이집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고 미혼모를 위한 자선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헌혈 46회에 백혈병 환자를 위한 골수 기증까지 실천한 최초의 연예인이기도 하다.

30년 전 박찬홍 감독이 우연히 주운 한 권의 다이어리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최강희를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된 그녀의 연예계 인생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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