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할까?

조회 722025. 4. 10.
데이터 센터 기업 '론스타'는 최근 달 착륙선을 통해 달에 테스트 장비를 보냈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스티븐 아이젤은 언젠가 자신의 기업이 달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 소재 데이터 센터 기업 '론스타 데이터 홀딩스'의 회장인 그는 "우리는 우주로 데이터 센터를 이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보안성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론스타 측은 지난달 미국 우주 탐사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 '아테나'에 양장본 크기의 소형 데이터 센터를 실어보내며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해당 달 착륙선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데이터 센터란 웹사이트, 기업, 정부 등이 사용하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수많은 컴퓨터가 설치된 거대한 창고라고 할 수 있다.

론스타는 달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면 고객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데이터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무한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여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 기반의 데이터 센터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실현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급증하는 수요 및 지구상에서 적절한 부지를 찾기 어려운 점을 손꼽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저장 및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여, 글로벌 경영 자문 업체 '맥킨지'는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수요가 19~20%까지 증가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새로운 데이터 관련 시설이 계속 설립되고는 있으나, 이를 설치할 장소를 찾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데이터 센터는 큰 부지를 차지하며 냉각을 위한 막대한 양의 전력과 물이 계속 투입된다.

그리고 주민들이 집 근처의 데이터 센터 건설을 원치 않는 지역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데이터 센터는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한다

데이터 센터를 지구 궤도나 달 등 우주 공간에 설치하자는 이들은 이론상으로는 주변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태양으로부터 거의 무제한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환경적 영향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접수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주 기반 데이터 센터는 우주선 및 기타 우주 시설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지상에 있을 때보다도 더 빠르게 우주에서 우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지난 여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지구 궤도 데이터 센터에 대한 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각각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항공우주 그룹인 '탈레스'와 '레오나르도'의 합작사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의 보고서 '어센드'는 우주에 데이터 센터를 배치하면 "유럽의 디지털 환경을 변화"할 수 있으며, "비교적 친환경적"이라고 판단했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위성 13기로 구성된, 총규모 200m x 800m에 이르는 형태를 구상했으며, 해당 시설의 데이터 처리 능력은 약 10MW(메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금의 5000대 규모 서버를 갖춘 중형 지상 데이터 센터에 해당한다.

기존 기술 또는 개발 중인 기술을 바탕으로 이러한 위성들은 지구 궤도에서 조립된다는 설정이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의 다미엥 뒤메스티에 어센드 프로젝트 아키텍트는 우주 기반 데이터 센터가 기존 지상의 데이터 센터보다 더 환경친화적이기 위해서는 로켓 발사체의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배출량을 지금보다 10배 줄여야 한다면서, 이것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뒤메스티에는 "그러나 새로운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확대를 거쳐 규모의 경제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시스템 크기가 약 200MW 수준은 되어야 한다"면서 "이는 우리가 이번에 구상한 대형 우주 인프라 200기와 200회의 (로켓) 발사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이러한 기술에 맞는 발사체가 언제 준비될 수 있느냐입니다. 투자와 결정이 언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2030년 또는 2035년까지 가능할 수 있으며, 이는 상업적으로 2037년 이전에 실현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교에서 지능형 시스템 및 데이터 과학에 대해 가르치는 도메니코 비시난자 박사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꿈꾸는 기업들이 이토록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긴 하나, 여전히 우주 기반 데이터 센터가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여러 가지 큰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의 공헌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를 궤도에 쏘아 올리는 데는 여전히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비시난자 박사는 "우주로 물체 1kg을 보낼 때마다 그 비용은 수천달러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우주 기반 데이터 센터에는 데이터 장비뿐만 아니라 이를 보호하고, 전력을 공급하고, 냉각하기 위한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무게와 복잡성을 더합니다."

비록 우주가 차갑기는 하지만 기존의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센터의 냉각 장치가 특히 문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우주의 날씨가 전자기기를 손상시킬 가능성도, 우주 쓰레기의 양이 계속 증가하면서 물리적 하드웨어가 손상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비시난자 박사는 "게다가 지구 궤도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도 간단하지 않다. 로봇 공학과 자동화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원격 수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드웨어와 관련해 큰 문제가 발생하면 인력을 파견해야 하고, 이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잠재적으로 (데이터 센터) 가동 중단 시간이 몇 주 혹은 몇 달까지 길어질 수 있습니다."

'스타클라우드'사는 향후 데이터 센터 확장이 가능한 모듈형 시스템을 제안한다

하지만 론스타와 같은 기업들은 매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자신들은 수요에 반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론스타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크리스토퍼 스톳은 "고객이 원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도 이러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2027년에 달 궤도에 소규모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 워싱턴주에 본사를 둔 '스타클라우드'와 같은 다른 기업들은 이보다도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길 바란다. 스타클라우드사는 다음 달 위성 기반 데이터 센터를 발사할 예정이며, 2026년 중반에 상업적인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론스타의 아이젤 회장은 우주에 데이터 시설을 설치하면 데이터를 지상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에 더 보안성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신 데이터는 우주에서 전용 지상국으로 직접 전송되게 된다.

아이젤 회장은 "마치 은행 뒤편에 금고를 설치한 셈"이라면서 "매일 금고를 열어볼 필요는 없지만, 추가적인 보안 수단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해킹이 훨씬 더 어렵고 접근하기도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를 고려하면 데이터가 지상에 도달하는 데 약 1초 30초가 걸리는데, 이는 장기 데이터 저장 및 백업과 같은 일부 능력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한편 창업자 스톳은 우주 기반 데이터 센터는 조직이 데이터 주권, 즉 개인 데이터를 원산국 내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법에 따르면 우주로 들여온 전자 장비는 말 그대로 발사 국가 또는 허가 국가의 법률을 따르게 된다. 일종의 우주 속 대사관인 셈"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론스타는 이미 플로리다주 정부, 맨섬 정부를 포함한 고객들을 확보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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