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을 보건의료 이슈를 다룹니다.

흔히 ‘인공눈물’이라고 부르는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이하 히알 점안제)가 건강보험 요양급여 유지에 사실상 성공했다. 우려됐던 태준제약, 대우제약, 삼천당제약 등 주요 인공눈물 관련 제약사의 매출 급감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1인당 처방량 제한 등 적정 사용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냐에 따라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적용을 평가하는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 6일 열린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열고 히알 점안제에 대해 내인성 질환에서 급여적정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내인성 질환은 쇼그렌증후군, 피부점막안증후군(스티븐스-존슨증후군), 건성안증후군과 같이 외부의 충격 등이 아닌 신체 내부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을 뜻한다.
반면 수술 후, 약제성, 외상, 콘텍트렌즈 착용 등에 의한 외인성 질환에는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결정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수술 이후 히알 점안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환자가 히알 점안제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약평위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건성안 환자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일선 의료기관에서 히알 점안제를 처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히알 점안제는 건성안, 즉 눈이 마르는 증상으로 처방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로선 별다른 불편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안도하는 제약업계, ‘제2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사태 막았다’
제약업계는 건강보험 당국이 도출한 재평가 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히알 점안제를 급여에서 제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정부 당국의 공격을 큰 피해 없이 막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급여가 제외된 외인성 질환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20% 수준이다. 히알 점안제 시장의 매출 성장세 등으로 고려한다면 큰 타격은 아니다.
반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복지부)는 당초에 기대했던 급여 축소 규모를 달성하지 못했다. 건강보험 기등재 약제의 급여재평가가 처음 시작될 당시 복지부는 내부적으로 히알 점안제의 급여 축소 혹은 삭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한 정부 관계자는 “2018년과 2019년 복지부 내부에서 급여재평가 목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히알 점안제는 충분히 급여 축소가 가능한 제품군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히알 점안제가 내인성 질환마저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경우 히알 점안제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기업의 매출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제약업계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급여 축소를 경험한 바 있다. 2020년 심평원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급여재평가’에서 복지부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를 대폭 축소했다.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이 붕괴될 위기가 닥치자 이에 반발한 제약사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졌다. 정부의 법령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한 제약사들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불안한 급여 적용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히알 점안제 역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경우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히알 점안제는 한 해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는 히알 점안제 급여 비용이 2315억원(3년 평균)으로 427개 품목이 건강보험에 등재돼있다. 안과 전문 제약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견 제약사들은 히알 점안제를 자사 제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히알 점안제가 주력 제품인 제약사는 약 10개 기업 내외로 대우제약과 태준제약, 삼천당제약, 국제약품, 휴온스, 한림제약, 바이넥스, 종근당, 한미약품, 제뉴원사이언스 등이 꼽힌다.
처방량 제한 카드 꺼낸 정부…개수 제한 폭과 가능성은?

다만 약평위는 히알 점안제로 지출되는 건강보험 급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기존 급여재평가 결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안을 내놨다. 약평위는 히알 점안제의 내인성 질환에 대해 ‘적정 사용을 위해 환자 방문당 1회 처방량, 환자당 연간 총 처방량 등을 급여기준에 설정이 필요하다’고 단서 조항을 달았다.
약평위가 단서 조항을 달은 이유는 일부 환자가 과도하게 많이 처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이 히알 점안제의 처방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연간 700만명의 환자가 히알 점안제를 처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들의 평균 투약(처방) 횟수는 1인당 두 번에 못미친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가 한 번 처방받을 때 히알 점안제를 세 박스 정도(인공눈물 튜브(일회용) 180개 분량)를 받는다”면서 “일부 환자가 과도하게 처방받는 패턴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보통은 60개 짜리 한 박스를 처방받지만, 일부 환자는 열 박스를 한 번에 받아간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환자들이 편리하게 쓰려고 장소마다 히알 점안제를 두는 경우 등을 들었다. 즉 적절한 의료소비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대한안과의사회 등 의료계 또한 적정량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개수 제한 폭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1인당 히알 점안제 연간 처방량을 네 박스, 일회용 튜브 240개 분량 정도로 제한한 사례가 있다. 심평원이 연간 네 박스를 밀어붙이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1인당 한 달에 히알 점안제 한 박스로 개수를 제한한 사례가 있다. 제약업계와 의료계는 한 달에 한 박스 처방을 마지노선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사례를 제외하면, 심평원이 히알 점안제에 개수 제한을 설정하는 방안은 급여재평가의 취지를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약평위가 개수 제한을 부대조건으로 내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급여재평가는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과 사회적 기여도 등을 고려해 급여적정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미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은 히알 점안제에 대해 개수 제한을 설정하는 방안은 자칫 건강보험 재정만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자칫 과학적이지 못한 근거를 토대로 개수 제한을 시도하는 경우 제약업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건성안 증후군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져 의료비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어르신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꼭 필요한 환자들이 처방받을 수 있게 (내인성 질환에 대해) 급여가 유지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러한 급여 기준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의료계 내부에서도 환자가 오남용하지 않도록 적절한 처방과 자율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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