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언제부터 화폐로 사용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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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고고학자 헤더 맥길롭 교수 등 연구팀은 26일 논문을 통해 멕시코 유카탄 반도 칼라크물의 마야 유적지에서 상인과 구매자가 소금을 교환하는 벽화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소금 상인은 나뭇잎에 싼 소금 덩어리를 나눠주고 있으며, 구매자는 바구니 위에 큰 숟가락을 들고 있다.
연구팀은 2500년 전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가 소금이 상품 또는 화폐로 사용된 것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4년부터 연구팀은 이 장소에서 습지에 잠긴 고대 '소금 부엌' 잔해 등 마야의 소금 거래에 대한 많은 고고학적 증거를 발견했다. 소금 부엌이란 마야인들이 불 위에 항아리를 올려놓고 소금물을 끓여 소금을 추출하는 장소다.
이외에도 4042개의 물에 잠긴 목재 기둥과 생선 및 고기를 소금에 절이는 데 사용한 석기, 수백 개의 도자기 조각, 카누, 노 등을 발견해 이 곳에서 대규모의 소금 추출 작업 및 운반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벽화와 이들 증거를 종합, 이 곳에서 제조된 소금이 카누에 실려 해안을 따라 남부로 운반됐다고 추정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수백 개의 도자기 조각을 스캔, 3D로 복원한 결과 소금물을 끓인 항아리의 크기가 균일하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맥길롭 교수는 "소금 생산 시설 규모가 거주자들의 소비량을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 곳은 소금 생산지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소금은 똑같은 크기의 항아리에 담겨 화폐로 사용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소금이 화폐로 사용된 것은 2500년 전을 훌쩍 뛰어넘는다. 소금은 고대 세계에서 '화이트 골드(white gold)'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자원이었다. 기원전 6050년부터 중국에서 이집트를 가로지르는 '솔트 로드(salt road)'가 존재할 정도였고, 상당수 도시들이 이 길을 따라 생성되고 번영했을 정도다. 솔트 로드는 중세까지 이어졌는데, 독일의 '올드 솔트 루트(The Old Salt Route)'가 대표적이다.
로마군은 병사들에게 소금을 월급으로 나눠줬다. 라틴어로 소금을 의미하는 'sal'로부터, 현재 월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가 나온 이야기는 유명하다.
소금은 경제적, 또는 방부제 및 조미료라는 실용적 역할 외에 수많은 문화권의 종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불교에서 소금은 악령을 쫒는 힘이 있다고 믿어지며, 고대 가톨릭교회에서도 소금은 신성한 것으로 간주됐다. '구원(salvation)'의 어원 역시 소금을 뜻하는 'sal'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기관지 및 폐질환에 바닷물을 마시는 요법을 권장했다. 상처를 소금물에 씻어내는 등 수천 년 동안 소금은 민간 요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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