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년 다작 못해 후회…감춰뒀던 모습 끄집어내준 작품”
- 도덕적 신념과 자녀의 범죄 사이
- 현실적 딜레마에 빠진 아빠 역할
- “BIFF서 韓 관객에 첫 공개 떨려
- 그동안 안 했던 연기… 재밌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좋은 추억이 많아요. 부산 관객들이 항상 반겨주시고, 특히 우리 영화가 처음 한국 관객에게 소개되는 자리라 더욱 설렙니다.”
2018년 ‘창궐’로 BIFF의 레드카펫을 밟은 이후 6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게 된 장동건의 소감이다. 올해 BIFF ‘한국 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된 ‘보통의 가족’(개봉 16일)으로 부산을 찾은 그는 레드카펫을 비롯해 오픈토크, 관객과의 대화 등의 행사를 소화하며 오랜만에 부산 관객과 회포를 풀었다. 2018년 ‘창궐’로 BIFF를 찾은 이후 6년 만에 부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국내에서는 BIFF에서 첫선을 보인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두 형제 부부가 자신들의 자녀가 노숙자를 구타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보는 것을 계기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담은 휴먼 드라마다. 네덜란드의 국민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한국적으로 각색했으며,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설경구와 수현, 장동건과 김희애가 도덕적 신념과 자녀의 범죄라는 현실적 딜레마에 갇히게 되는 부부 역을 맡았다.
BIFF 개막에 앞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얼마 전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보통의 가족’이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돼 프리미어 시사를 가졌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번역한 대사임에도 웃음 포인트에서 크게 웃는 등 반응이 좋아서 안심이 됐다. 그런데 이제 한국 관객분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다시 긴장된다”고 전했다.
설경구의 동생이자 김희애의 남편으로,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 역을 맡은 장동건은 자식의 범행이 담긴 CCTV를 목격한 후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이전에는 주로 현실감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지금 땅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사람의 고민과 연계된 인물이라 신선했다”며 “저도 자식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그래서 재규라는 인물을 제가 잘 알 것 같았다. 재규 역을 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계속 돌아봤다”고 재규 역에 끌린 이유를 밝혔다.
특히 장동건은 정의감, 혹은 선한 가치관을 가졌던 재규가 아들의 범죄와 맞닥뜨렸을 때 겪게 되는 딜레마를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처음에는 아들을 데리고 경찰서로 가 자수를 하자고 하지만 피해자인 노숙자가 죽음에 이르면서 그대로 사건이 묻힐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자수하려는 형 재완을 해하게 된다. 장동건은 “선하게만 보이던 사람이 변화하는 모습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꺼내기 싫은 내면의 본성을 떠올렸다. 그런 복합적인 것들이 재규의 안에 있다는 것이 보였다. 그런 부분을 연기할 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두 아이의 아버지인 장동건은 영화와 비슷한 딜레마에 빠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보통의 가족’에 함께 출연한 네 배우 모두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이기에 비슷한 질문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저녁 식사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식탁에 넷이 앉아 있다가 시간이 생기면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는데, 그때 ‘우리라면 어떤 결정을 할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다들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실제 그 상황에 닥쳐봐야 알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고 현실적인 답을 내놨다. 이어 “우리 영화도 그것에 대한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정말 하기 싫은 상상을 하면서 촬영하기도 했다. 극 중에 제 아들과 연기할 ‘실제 아들이라면?’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죄책감도 느껴지고 하기 싫은 상상을 계속하게 돼서 생각을 지워버리려고 했다”며 ‘보통 부모’로서의 고민을 토로했다.
한편 ‘보통의 가족’에는 두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이 세 번 등장한다. 이 장면들은 각 인물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으로, 네 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매력적이다. 장동건은 “사건을 대하는 네 명의 입장과 감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연기를 할지 예상이 안 됐다. 제가 연기 톤과 감정을 생각해 가도 실제 촬영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연기가 나왔다. 그래서 리허설을 여러 번 하면서 조율 과정을 거쳤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보통의 가족’에서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장동건은 연기를 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서 보면 좀 후회되는 지점 중에 하나가 경력에 비해서 작품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 경력이 30년이 넘었는데도 그렇다”며 “사실 그동안 좋은 평을 받는 작품을 많이 못 만났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스스로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더라. 그러니 관객들도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보통의 가족’을 하면서 그동안 안 했던 연기들, 내 안에 감추었던 것을 끄집어내며 연기하며 더 자유로워졌다. 그렇게 연기하면서 재미를 느꼈고, 저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그 새로운 느낌을 가지고 더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려 한다. 그는 “요즘은 플랫폼이 더 다양해져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이제는 순수하게 작품만 보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자신 있게 선택하겠다”며 앞으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만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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